▶'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은 신문배달로 모은 5000달러를 종잣돈 삼아 세계2위 갑부(80조원)가 됐다. 그는 15개월 동안 60개의 신문사를 사들였다. 주목할 점은 인수한 대부분의 신문들이 지방지라는 사실이다. 그는 "굵직굵직한 뉴스를 전하는 전국지보다, 자기 동네의 시시콜콜한 소식을 자세히 전해줄 수 있는 지역신문이 꼭 필요한 매체로 살아남을 것"이라고 했다. 버핏이 착안한 것은 뉴스의 콘텐츠다. 대통령이 뭐라 뭐라 말한 것보다 동네이장이 뭐라 뭐라 떠든 게 더 궁금하고, 어느 기업인이 개한테 물렸다는 소식보다는 동네 청...
▶'마른기침, 고열, 발작, 뇌출혈, 그리고 결국은 사망…. 아무 것도 만져서도 또 누구도 만나서는 안 된다. 단 한 번의 접촉으로 모든 것이 끝나고 만다.' 2011년 가을을 달군 감염 재난 영화 '컨테이젼(contagion)'의 얘기다. 최근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가 전국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가고 있다. 현재 23개국에서 1100여명의 감염자가 발생해 465명이 사망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5월 20일 중동지역에 다녀온 한 남성(68세)으로부터 전파돼 ‘어? 어?’ 하는 사이, 30명이 확진판정을 받았다. 격리자...
▶한화 이글스는 2009~2014년 6시즌 동안 다섯 차례나 꼴찌를 기록했다. 2013년에는 개막 13연패를 당했다. 그래서 팬들에게 '찌질이팀'이라는 모욕적인 말까지 들어야 했다. 당시 사령탑은 김인식·한대화·김응용…. 덕장(德將) 김인식 감독은 다른 팀에서 버린 선수를 재기시키는 능력이 탁월해 '재활공장 공장장'이라는 별칭이 따랐다. 영원한 해결사이자 프로야구 30년의 레전드인 한대화 감독은 부족한 전력에도 악착같이 야구를 한다고 해서 팬들이 '야왕(野王·야구의 왕)이라는 칭호를 붙였다. 그는 한밭중-대전고를 졸업한 오리지...
▶이제 부엌은 금남의 영역이 아니다. 남자가 앞치마 두르고 나물 무치는 일은 얘깃거리도 안 된다. 예전 같으면, 남자가 부엌 문턱만 넘어도 '고추'가 떨어진다는 둥 '여편네'한테 잡혀 사니 그런 꼴을 당한다는 둥 말들이 많았다. 그러나 이젠 그 '법'이 '밥'이 아니다. 밥을 먹기 위해선 애들 치다꺼리까지 맡아야 밥값을 한다고 믿는다. Mr.주부가 15만명에 달하는 세상, 요즘 집밥이 대세다. 그 '밥심'의 전면에는 백종원(충남 예산·요리연구가)과 나영석(충북 청주·삼시세끼 PD)이 있다. 백종원은 17억의 빚을 안고 밥장사를...
▶왜 까맣게 잊고 살았던 짝패들이 봄바람을 타고 밀려올까. 교복 호크와 단추를 풀어헤치고, 모자는 삐뚜름하게, 가방은 투깔스럽게 옆구리에 끼던 벗님들이다. 의리 하나로 똘똘 뭉쳤던 똘마니들, 뽕밭 멜로에도 화들짝 놀라던 순수시대 탕아들, 객기를 참지 못해 사소한 일에도 욱하던 왈패들, 돈도 빽도 없으면서 허세만 가득 찼던 꺼벙이들…. 이들과 동락했던 그때가 그리운 건 배고픔과 슬픔을 나눴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제 하얀 세월의 더께를 머리에 잔뜩 뒤집어쓰고 내 주변에서 서성거린다. 어느 주말엔 고교동창이, 어느 주말엔 대학동창이...
▶장모님이 행차한다고 기별이 왔다. 딱 이맘때만 되면 우리집에 들른다. 연례행사로 길게는 이십여일, 짧게는 일주일가량 머무신다. 효(孝)의 달, 5월이기에 '대접' 받으려고 오시는 건 아니다. 굳이 핑계를 대자면 '산채의 제왕' 두릅 때문이다. 어느 핸가 5월에 두릅을 데쳐드린 적이 있는데, 이때가 되면 그 새순 향이 삼삼하다고 했다. 물론 쇠고기를 꿰어 두릅적을 부치거나 목말채 전병, 된장무침, 연어구이, 숙채, 초밥을 만들어드리지는 못한다. 그냥 데친 두릅에 초고추장만 있으면 끝이다. 개다리소반에 오른 두릅은 어쩌면 장모가...
▶신의 땅, 영혼의 성소, 우주의 자궁…. 날이 걷힐 때 구름 위로 홀연히 내비치는 히말라야 설산은 찬연하다. '산기슭'이라는 뜻의 네팔(Nepal)은 에베레스트를 비롯해 8000m 이상 고봉 14좌가 있어 '세계의 지붕'이라고도 불린다. 1인당 국민소득은 200달러가 조금 넘는다. 우리나라 돈으로 치면 청바지 세갯값이다. 그런데도 삶의 만족도는 높다. 이유가 뭘까. 네팔사람들은 미래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 그냥, 오늘만 잘 살면 땡이다. 그래서 저축의 개념도 없다. 있으면 먹고, 없으면 먹지 않는다. 해가 뜨면 먹고 해가 ...
▶*범례(거시기=이완구, 머시기=총리) 거시기가, 머시기가 되려고 나왔을 때 내심 기뻤다. 거시기가, 머시기가 됐을 때도 내심 기뻤다. 그런데 딱 거기까지였다. 거시기는 궁지에 몰렸을 때 머시기를 맡지 말거나, 진작 내려놓았어야 옳았다. 버티고 버티다가 체면만 구겼다. 거시기가 머시기해서 얻은 건 하나도 없다. '머시기'할 때꺼정 왜 버텼는지 참 거시기할 뿐이다. 예컨대, 계백장군이 '거시기해보자'고 말한 건 도망가자는 게 아니라 나당연합군에 맞서 '죽을 때까지 싸우자'는 불굴의 투지였다. 요즘 거시기한 사람 때문에 참으로 거...
▶딱 1년 전 4월 16일, 봄은 시작과 동시에 끝나버렸다. 목련과 벚꽃이 피는가 싶더니 이내 졌다. 그리고 꽃다운 아이들의 미래도 꺾였다. 이후 국민들 가슴에서 애국가 소리가 끊겼다. 국민을 잃은 것이 아니라, 믿음을 잃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딱 1년이 지났다. 여전히 하늘에선 '우리를 잊지 마세요'라는 절규가 흩날리고 있다. '우리를 잊지 마라'는 소리는 그 아이들이 우리에게 하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그 아이들을 통해 하려는 말이다. 그런데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유가족들의 시간은 여전히 4월 16일에 머물러...
▶요즘 들어 친구들이 자주 찾는다. 안부를 물어오고 만나자고 기별도 한다. 한쪽 패는 춘천, 원주, 동해, 정선에서 부르고 한쪽 패는 청주서 부른다. 한참 고민 끝에 바람의 방향대로 가서 짝패를 만났다. 그리고 온몸을 던져 통음(痛飮)했다. 다음날 뼈마디까지 저려오는 숙취 때문에 엉망진창이 된 건 예상했던 그림이다. 아내도 경기도 청평으로 친구들을 만나러갔다. 폭음(暴飮)했는지는 확인하지 않았지만, 소주 한 병 정도는 끼얹었을 것이다. 친구들이 그리워질 나이가 됐다는 건 늙어간다는 징조다. 늙음은 외로움이다. 그 외로움은 불량...
▶봄은 앓는 사람에게 먼저 온다고 했다. 앓지 않으면 '볕'의 고마움을 모르기 때문이다. 겨울은 일 년에 딱 한번 주어지는 시련이다. 그 시련은 거죽의 피를 얼게 하고, 뼈의 이음매를 아리게 한다. 그래서 냉혹한 겨울을 이겨내는 건 몸이 아니라 가슴이다. 2주일 간 괴롭히던 감기가 봄볕을 보더니 뚝 떨어졌다. 왜 겨울 내내 멀쩡하다가 봄의 문턱에서 고뿔이 찾아왔는지는 알 길이 없다. 다만, 나무도 뿌리째 다른 곳으로 옮겨 심으면 몸살을 앓기에 참혹하진 않았다. 바람에 스치어도 상처가 남을진대 뿌리까지 건드리면서 이사 가는 일이...
▶절친한 선배의 조카가 세상을 떠났다. 스물한 살이라고 했다. 처음엔 그냥 감기증세여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고 한다. 그냥 지나가는 바람이거니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바이러스는 간(肝)과 심장과 담낭과 비장을 갉아먹으며 폐부종으로 악화됐다. 고작 2개월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그 2개월이 생몰(生沒)의 문턱이었다. 전날까지도 사람을 알아봤다는 걸 보면, 죽음이란 '별안간'이다. 매일매일 꽃을 피워도 시원찮을 판에 너무 빨리 졌다. 건너 건너의 사람, 촌수를 따질 수도 없는 생면부지의 사람인데도 슬픔의 총량이 너무 컸다. 간헐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