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家). '집'이나 '가족'이라는 뜻을 가진 한자어다. 집안에 돼지를 기르는 가옥의 형태를 반영한 회의(會意) 문자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사람이 사는 집(방) 아래에 돼지가 사는 모습을 상상해 만든 글자다. 예로부터 고대 중국에서는 돼지 등 가축은 귀중한 가산(家産)이었다. 그러니 함부로 방목하는 등 내놓고 키울 수가 없었다. 도난 방지를 위해 가족 이외 사람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방바닥 아래에서 키웠다. 먹이는 잔반(殘飯)이거나 인간의 배설물이었다.지금도 중국 남부 산간 일부 소수민족들은 이런 식으로 돼지를 키우고 있다고 한
결혼. '일심동체가 되는 것’이라 한다. 수소 두 분자와 산소 한 분자가 만나 물을 만드는 화학적 통합과 같다. 결혼을 비유하는 말 중 이보다 더 적절하고 신선한 말이 있을까. 하지만 보통 30년 이상 다른 사회, 자연적 환경에서 자라왔고 '이성(異性)'이 하나가 되는 데는 적지 않은 무리가 따른다. 일방적 희생도 있을 테고 보이지 않은 권력 다툼도 무시할 수 없다. 자칫 일심동체여야 한다는 사명감에 서로 일방적 강요도 있다.요즘은 일부종사나 가부장제도 등이 판쳤던 조선 시대도 아니다. 양성평등의 시대다. 서로 의견을 존중하고 사생
과로사. 업무상 노동자가 과로로 인해 신체기능이 저하되고 질병에 대한 저항 능력이 떨어져 사망에 이르는 것이 사전적 정의다. 산업재해의 하나로 힘에 겨운 일로 심장마비 등을 일으켜 영구적 업무 불능 또는 사망에 이르는 상태를 말한다. '돌연사'라 칭하기도 한다. 이처럼 과로사의 결과보다 원인이나 상황적 요인을 강조하기 때문에 의학적이라기보다 사회적 용어다. 과로사는 노동자가 업무상 과로에 기인해 사망에 이른 경우에 한정하지 않고 업무 과중으로 인해 질병이나 신체장애에 이른 것도 과로사에 포함하고 있어 그 정의가 더 포괄적이다.이 용
'빈곤의 덫(Poverty trap)'. '사회적으로 보호받는 빈곤 가족이 늘어난 임금으로 인해 구호 혜택(국가 부조)을 더 받지 못해 가족과 개인의 경제생활이 어려워지는 상황'을 말한다. '빈곤의 덫'은 빈자들이 빈곤에서 벗어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메커니즘이다. 국가 부조를 받는 빈곤층이 소득이 증가하면 그것을 받지 못한다. 소득이 증가했지만,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수준이 아닌데다 소득이 생겼다는 이유로 그나마 받던 국가 부조도 중단돼 빈곤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회 시스템의 모순적 논리다. 이때 빈곤층은 소득을 포기해
강남좌파(江南左派). '강남'은 서울 강남을, '좌파'는 'Leftist'를 말한다. 그렇다고 강남에 사는 좌파라는 뜻이 아니다. 강남은 '강남 지역민의 사회경제적 신분과 위치'를 상징할 뿐이다. 강남 지역주민들은 소득과 학력이 다른 지역보다 높은 편이어서 상류층에 속한다. 이처럼 상류층에 속하면서도 상류층과는 걸맞지 않게 프롤레타리아적 특성이 있는 사람들을 지칭해 '강남좌파'라 한다. 일반적으로 고소득이고 고학력이면 정치적 성향이 좌파적, 급진적, 진보적 등보다 우파적이고 보수적 특성이 강하다. 이런 상식을 깬 모순적 정치 성향을
'사회적 타살(social murder, homicide)' '사회에서의 일반적 통념이 차별로 작용해 상대적으로 소외된 이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일'이다. 엥겔스가 ‘영국 노동계급의 조건:1845년’에서 처음 사용한 용어다. 그는 '산업자본주의 출현의 공포 속에서 노동자와 시민을 체계적이고 습관적으로 살해하는 것'을 사회적 타살이라 했다.사회적 타살은 사회 구조적 요인, 사회성과 관계성이 반영된 사망이다. 가해자가 바로 사회구조다. 책임소재가 사회구조에 있지만, 사회정체가 모호해 사망의 책임을 묻기 어렵다. 사회적 타살은 사회 전반에
데이트 폭력(dating abuse). '남녀가 이성 교제 중 벌어지는 폭력'을 말한다. 이는 신체적 상해, 몸짓이나 언어를 통한 정신적 압박과 위협 등을 포함한다. 가벼운 손찌검이나 물건 던지기부터 구타, 폭행, 성폭력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나타난다.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발생하기도 하지만, 둘만의 문제로 돌려 그냥 넘어가는 일이 많다. 가해자·피해자 모두 일종의 사랑싸움으로 치부해 폭력을 문제시하지 않거나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가해자는 데이트 폭력의 원인을 피해자의 탓으로 돌려 폭력을 정당화함은 물론 피해자 역시 자신의
사람들은 어떤 기준에 근거해 행동할까. 데카르트의 주장처럼 이성일까. 아니면, 스피노자의 주장처럼 감정 혹은 정동(affect)일까.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둘 중 하나를 행동의 기준으로 선택한다. 반드시 그럴까. 여기에 의문을 제기하고 경험적 연구를 통해 그 의문의 실마리를 푼 학자가 있고, 그가 만든 개념이 있다.그 학자가 프랑스 사회학자 브르디외(Bourdieu)이며, 그 개념은 '아비투스(habitus)'다. 그는 행동의 근거가 이성도, 감정도 아닌 '아비투스'라 했다. 사람들은 이성, 이해타산, 감정이 아닌
깨진 유리창 이론(Broken windows theory). 건물 유리창이 깨졌을 때 그대로 방치하면 그 지점을 중심으로 범죄가 확산한다는 범죄학 이론. 깨진 유리창 하나가 범죄를 확산한다고. 여기서 유리창의 깨진 이유는 상관없다. 자연적으로든 인위적으로든 말이다.이 이론은 미국 범죄학자 제임스 윌슨과 조시 겔링이 1982년 발표한 ‘Fixing Broken Windows’라는 글에서 처음 소개됐다. 그들의 연구 당시 뉴욕시의 골목 곳곳에서는 사소한 범죄가 발생했지만, 경찰은 으레 그러려니 하면서 공권력 행사를 소홀했다. 범죄 발생
프레카리아트(Precariat). 불안정한 고용이나 노동 상태에 놓인 노동자 집단을 말한다. 꼬박꼬박 월급 받는 직장인이 실직의 위협을 받고 있음을 우회적으로 보여주는 용어다. 월급쟁이의 특권과 안정성이 갈수록 허물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불안정한(Precarious)'과 '프롤레타리아트(Proletariat)'를 합성한 조어로 영국 경제학자 가이 스탠딩(Guy Standing)이 처음으로 주창했다.프레카리아트는 불법 피고용, 임시적 고용을 비롯해 재택근무(Telecommuting)자, 유연 노동자, 하청업자와 프리랜서, 자영업자들
모기. 여름 불청객 곤충 가운데 하나다. 어렸을 때 여름이면 모기와 전쟁을 치렀다. 물리면 몹시 가려워 심하게 긁어 상처가 났거나 세균감염으로 종기가 났기 때문이다. 사람을 무는 모기는 알을 낳는데, 영양분으로 사람의 피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모기는 모두 6개의 침을 가지고 있다. 각기 용도가 다르다. 모기가 사람의 피부에 앉으면 일단 두 개의 침이 나온다. 딱딱한 피부에 구멍을 내기 위해서다. 구멍이 생기면 또 다른 두 개의 침이 나와 구멍을 통해 살을 더 벌려 혈관을 찾는다. 또 다른 2개의 흡혈 침이 나와 혈관 속으로 집어넣어
미다스(Midas). 고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프리기아(현 터키의 중서부)의 왕이다. 그는 막대한 재산을 가지고 있었지만, 늘 부족했다. 더 많이 가지고 싶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에서 한 포도밭 주인이 포도밭을 엉망으로 만든 노인을 끌고 와 처벌해 달라고 요청했다. 미다스는 그 노인이 디오니소스의 스승, 실레노스라는 것을 금방 알아채고 며칠 동안 융숭하게 대접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디오니소스는 스승에 대한 대접의 보답으로 미다스에게 소원 하나를 들어주겠다고 했다. 미다스는 냉큼 자신이 만지는 모든 것
김동우 YTN 충청본부장신시스 사피엔스(Synthes Sapiens). '신시스'는 '종합하다, 컴퓨터로 합성하다'라는 뜻인 'synthesize'의 준말이다. 사피엔스는 '현 인류'라는 의미다. '합성 인류'라는 뜻으로 해석하면 된다. 물론 어느 나라 사전에도 이 단어는 없다. 요즘 젊은 층의 세태를 반영하는 필자의 조어다.유사 이래 많은 인류가 등장했다가 기후 변화 등으로 사라졌다. 지금의 인류가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다. '지혜가 있는 사람'이란 뜻으로, 식물학자 린네가 처음으로 분류했다. 약 3~4만 년
김동우 YTN 충청본부장'염장 지르다', '일이 잘 풀리지 않아서 불만인데 다른 사람이 옆에서 그 일에 대한 이야기로 화를 돋운다'란 뜻이다. '불난 집에 키 들고 간다. 불난 집에 부채질한다. 불난 데 풀무질 한다.’와 같은 의미다. ‘남의 액운에 더 잘못되라고 방해 논다 혹은 노(怒)한 사람의 화를 돋우어 더 노하게 한다’는 말로 바람직한 표현은 아니다. "코로나19로 장사가 안 돼 죽을 맛인데 월세를 20%나 올려달라고, 젠장, 염장 지르고 있네!"'염장 지르다'의 '지르다'는 여러 뜻 가운데 "팔다리나 막대기 등을 내뻗치어
김동우 YTN 충청본부장기본소득(Basic Income). ‘모든 사람에게 개인 단위로 무조건적, 자산심사나 노동 요구 없이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현금’이다. 2004년 유럽에서 설립돼 전 세계로 확산하는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Basic Income Earth Network:BIEN)가 내린 기본소득의 정의다. 국가가 모든 국민에게 돈을 주는데,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그냥 받으면 되는 돈이다. 특히 사용기간과 용처(用處)를 제한하지 않고 담보될 수 없는(채무상환력 없음) 경제적 권리를 가진 돈이다.토머스 모어의 소설 ‘유토피아:1516
김동우 YTN 충청본부장리어카. 뒤에 고무바퀴 2개 달리고 앞에 손잡이가 있는 물건 운반용 도구다. 앞뒤 구분이 없어 밀거나 끌 수 있다. 제동장치가 없어 비탈길을 내려갈 때 종종 사고를 일으키기도 한다. 손잡이와 소나 자전거를 연결해 사용할 수 있다. "산더미만큼 잡동사니를 실은 리어카를 끌고 고개를 올라가는 노인은 행인들의 눈에 띠지 않았다. 측은지심(惻隱之心)이 어디론지 사라졌음이 씁쓸했다."분명 순수 우리말이 아니다. 리어카가 한국에서 발명된 것도 아니다. 탄생지는 일본이다. 그러니 말도 일본 말이다. 일본인 어느 누가 이
김동우 YTN 충청본부장야누스(Janus). 로마신화에 나오는 문(門)의 수호신이다.로마의 모든 신이 그리스의 신과 대응(미의 신, 아프로디테: 비너스. 신의 왕, 제우스: 유피테르)하지만, 야누스는 그리스 신화에는 유일하게 없는 신이다. 더욱 특이한 점은 모든 신은 얼굴이 하나인데 야누스는 두 개의 얼굴로 얼굴이 앞뒤 붙어있다.왜 고대 로마인들은 두 개의 얼굴이 붙은 신을 만들었을까? 왜 신의 명칭을 야누스라 했을까?문은 앞뒤가 없다. 문은 '사람이 드나들거나 물건을 넣었다꺼냈다 하기 위해 틔워 놓은 곳 또는 그곳에 달아놓고 여닫
김동우 YTN 충청본부장'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10조의 규정이다.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을 천부인권, 즉 국가적 자연권을 선언한 국가의 기본질서이며 법 해석의 최고 기준인 근본 규범이다. 모든 국가기관은 물론, 어떤 개인도 타인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지 못함을 의미한다. 이처럼 국가가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헌법에 명시적으로 보장한다는 점에서, 사람들은 행복을 누릴 권리가 있음을 알 수 있다.행복의 사전적 정의는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
김동우 YTN 충청본부장유비즉무환(有備無患). '평소에 준비가 철저하면 후에 근심이 없음'을 뜻한다. 근심이나 걱정을 가불(假拂)해 그에 적절한 대비책을 마련함으로써 실제로 닥칠 우환을 없애거나 최소화한다는 말이다. "사스나 메르스 사태를 경험했으면서도 유비즉무환의 대비 태세를 갖추지 못했으니 정말 무능한 국가다." 아주 사연이 깊은 성어다.이 고사성어는 중국 춘추시대 전쟁 통에 생겨났다. 진(晉)나라 제후 도공(悼公)의 신하 위강은 도공의 동생, 양간(楊刊)이 군법을 어기자 양간의 마부를 참수했다. 한마디 진언 없는 도발적 행동에
김동우 YTN 충청본부장오합지중(烏合之衆). 뜻은 '까마귀를 모아 놓은 군대'로 훈련도 안 되고 위계서열과 규율도 없는 어설픈 병사 무리를 가리킨다.세월이 지나면서 이 성어는 어중이떠중이들이 뭔가를 하겠다고 모인 형국에 비유된다.오합지중 탄생의 사연은 이렇다.중국 전한 말에 대사마 왕랑이 평제(平帝)를 죽이고 황제를 자처했다. 유수(후에 후한 광무제)가 반란을 진압하기 위해 군사를 일으키자 이를 돕겠다고 후베이성 태수의 아들 경엄이 나섰다. 가는 도중 부하 손창과 위포가 왕랑을 지지하며 유수 돕기를 거부하고 왕랑의 휘하로 가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