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우 YTN 충청본부장

깨진 유리창 이론(Broken windows theory). 건물 유리창이 깨졌을 때 그대로 방치하면 그 지점을 중심으로 범죄가 확산한다는 범죄학 이론. 깨진 유리창 하나가 범죄를 확산한다고. 여기서 유리창의 깨진 이유는 상관없다. 자연적으로든 인위적으로든 말이다.

이 이론은 미국 범죄학자 제임스 윌슨과 조시 겔링이 1982년 발표한 ‘Fixing Broken Windows’라는 글에서 처음 소개됐다. 그들의 연구 당시 뉴욕시의 골목 곳곳에서는 사소한 범죄가 발생했지만, 경찰은 으레 그러려니 하면서 공권력 행사를 소홀했다. 범죄 발생 지역 주민들은 사소한 범죄를 저질러도 경찰력이 미치지 않자 같은 종류의 범죄가 더욱 증가했다. 당연히 그들은 죄의식이 없었다. 부지불식간에 범법 행위가 내면화됐다. 결국 그 지역은 범죄자 소굴로 변해버렸다.

유리창 하나 깨진 것은 매우 사소한 일이다. 하지만 이것을 장시간 방치하면 인근 유리창들이 하나둘 깨진다. 사람들은 그 건물이나 상점 주인이 그 건물을 포기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무심코든 자의적이든 돌을 던져 성한 유리창을 깨거나 그러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그 깨진 유리창은 사람에게 무질서에 빠져들게 해 본의 아니게 범죄 행위를 유도한다. 깨진 유리창을 목격한 사람들은 도덕적 해이(Moral hazard)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호미로 막을 물꼬를 가래로도 막을 수 없는 지경이 된 셈이다.

간혹 우리는 어느 한적한 곳에 완전히 폐차된 차량을 발견할 수 있다. 원래 그 차는 그런 지경은 아니었다. 단지 유리창 하나가 깨졌을 뿐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완전히 망가져 버렸다. 목격한 사람마다 돌을 던져 유리창을 깼고, 차체도 파손시켰다. 사람들은 이 차 주인이 차를 버린 것으로 생각하고 죄의식 없이 파손행위에 동참했다.

이 이론은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見一知十)'라는 우리 속담과 견주어 볼 수 있다.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과물전 망신은 모과가 시킨다’도 이에 해당한다. 아주 사소한 그 '하나'가 매우 결정적이고 중요한 역할을 할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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