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우 YTN 충청본부장

사람들은 어떤 기준에 근거해 행동할까. 데카르트의 주장처럼 이성일까. 아니면, 스피노자의 주장처럼 감정 혹은 정동(affect)일까.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둘 중 하나를 행동의 기준으로 선택한다. 반드시 그럴까. 여기에 의문을 제기하고 경험적 연구를 통해 그 의문의 실마리를 푼 학자가 있고, 그가 만든 개념이 있다.

그 학자가 프랑스 사회학자 브르디외(Bourdieu)이며, 그 개념은 '아비투스(habitus)'다. 그는 행동의 근거가 이성도, 감정도 아닌 '아비투스'라 했다. 사람들은 이성, 이해타산, 감정이 아닌 습관, 관행, 오랫동안 남아 되풀이되는 기억 등 사회적 전통에 따라 행동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미를 담은 개념이 바로 '아비투스'로, 이성과 감정이 상호 침투와 용인을 통해 정신과 신체를 동시에 움직이게 하는 성향(性向) 체계라 할 수 있다.

그는 자본주의가 알제리에 이식된 지 오래되었지만, 알제리 사람들은 이성이나 경제적 논리에 움직이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처럼 알제리 사람들이 자본주의적 행동양식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설명하기 위해 '아비투스'를 도입했다. 왜 알제리 사람들이 자본주의 도입에 따른 사회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가. 자본주의적인 객관적 사회구조가 알제리 사람들의 행위를 구속하지 않았고, 그들의 행동을 결정하는 요인이 자본주의적 생활양식과 거리가 먼 사회적 전통이라는 점에서 그는 답을 찾았다.

사회적 전통이 행동의 근거라는 점에서 '아비투스'는 개인 차원을 초월한 집합의식으로써 사회적 구성물이다. 구성원들의 합의가 전제된 사회적 구성물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구성원들은 당연하게 '아비투스'를 내면화하고 그에 따른다.

이성도, 감정도, 아비투스도 아닌 또 다른 행동의 준거가 생겼다. 국가통제다. 본인도 모르게 통제를 당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국가는 우리 행동을 지시하고, 우리는 따르지 않을 수 없다. 죄목의 외연 확대를 통해 처벌하기 때문이다. 통제의 근거는 구성원 간의 합의된 관행이나 관습 어느 것에도 근거를 두지 않고 있다. 더더욱 사회적 전통도 아니다. 통치권의 유지를 위해 구성원의 동의 없이 마구 조작하고 강제한 통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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