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우 YTN 충청본부장

'염장 지르다', '일이 잘 풀리지 않아서 불만인데 다른 사람이 옆에서 그 일에 대한 이야기로 화를 돋운다'란 뜻이다. '불난 집에 키 들고 간다. 불난 집에 부채질한다. 불난 데 풀무질 한다.’와 같은 의미다. ‘남의 액운에 더 잘못되라고 방해 논다 혹은 노(怒)한 사람의 화를 돋우어 더 노하게 한다’는 말로 바람직한 표현은 아니다. "코로나19로 장사가 안 돼 죽을 맛인데 월세를 20%나 올려달라고, 젠장, 염장 지르고 있네!"

'염장 지르다'의 '지르다'는 여러 뜻 가운데 "팔다리나 막대기 등을 내뻗치어 대상물을 힘껏 건드린다"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면 맞다. 그런데 '염장'이라는 말은 무슨 뜻일까? 염장하면 먼저 소금(염:鹽)과 간장(장:醬)이 연상된다. 소금과 간장은 음식에 필요한 양념이다. 그럼 음식에 소금과 간장을 지르다는, 넣는다는 말인가? '지르다'의 의미 중 음식에 무엇을 넣는다는 의미는 없다. 그럼 도대체 이 말은 어디서 왔을까?

해상왕 장보고(張保皐)가 당나라에서 대활약하고 금의환향했던 신라 시대는 왕위 계승을 둘러싸고 진골 귀족들의 갈등이 심했다. 왕위 쟁탈전에서 김균정(金均貞)이 살해되자 그의 우징(祐徵)은 장보고가 다스리던 청해진으로 숨어들었다. 그곳에서 와신상담(臥薪嘗膽)하던 중 우징은 왕이 되면 장보고의 딸을 며느리 즉, 왕비로 삼겠다는 조건을 걸고 장보고에게 당시 민애왕(閔哀王)을 처단해 줄 것을 요구했다. 경제력과 군사력을 가졌지만, 신라 골품제로 비천한 신분이었던 장보고는 이 조건이 당기지 않을 수 없었다. 성공하면 딸이 왕비가 되고 비천한 신분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우징은 장보고의 도움에 힘입어 신무왕(神武王)이 되었고 뒤이어 그 아들은 문성왕(文聖王)이 되었다. 장보고는 약속을 지켜달라고 요구했으나 신하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장보고가 뭔가 일을 저지를 것으로 예측한 왕실은 장보고 집으로 자객을 보냈다. 그 자객은 술에 취해 잠든 장보고를 칼로 찔러 죽였다. 그 자객이 염장(閻長)이었다. '염장이 칼로 장보고를 찔렀다'에서 '염장 지르다'가 유래되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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