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환 문의구룡예술촌장

김도환 문의구룡예술촌장
김도환 문의구룡예술촌장

동네 골목길을 적시는 2월의 봄비가 내린다. 봄의 날씨가 찬 기온으로 늦겨울을 넘나든다. 비와 진눈개비로 변화하는 날씨는 봄이 온다는 계절의 순환이다. 땅과 하늘을 연결하며 내리는 봄비는 자연과 사람에게 수많은 사연과 인연을 만들 것이다.

동네를 가르는 골목길의 수목에서 가녀린 듯 맺힌 빗방울을 보았다. 봄의 길목에서 보는 방울진 눈요기였다. 떨어질 듯 반원의 매달림이 우리의 삶 같이 보였다. 길가의 노란 잔디 속에서 자세히 보면 파란 싹이 촉수를 뻗었다. 우리가 느끼는 봄추위보다 먼저 새싹과 푸릇함이 보인다. 오늘이 정월 대보름을 지나 10일 앞으로 경칩이다.

나날이 봄이 성숙해 지고 봄비가 대지를 적셔 기운을 더한다. 새로움의 날이 오는 새봄에 맑고 싱그런 풀밭을 걸어보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비구름 낮게 내려와 하늘을 덮더니 바람과 함께 짝을 이루고 이내 봄비로 다가온다. 가늘게 조용히 내리는 2월의 봄비가 얌전한 규수의 마음 같다.

작년 씨앗을 담고 긴 겨울을 이겨낸 잠자던 애들을 깨우려 봄비가 오는가 보다. 일어나라, 어서 봄을 맞으라는 기동의 전령을 비로 맞는다. 이렇게 대지는 봄비와 공존한다. 비 오는 아침에 동네를 가로질러 걷는 우산 속 봄비의 정취를 느낀다. 봄비는 계절을 잇는 동반자 겸 연출자이며, 자연은 반색하며 맞는 관객이다.

봄비는 내릴수록 기온이 올라가 더욱 새 촉을 돋게 한다. 이 봄비가 그치면 동쪽 산 넘어 남촌에서 파란 싹이 점차 짙게 올라올 것이다. 봄의 전령인 종달새도 비상을 준비하고 맑은 태양 아래에서 논두렁의 꽃다지도 노랗게 필 것을 예약한다. 봄의 대지 위에서 피어오를 아지랑이도 그려본다. 산덕리 가는 고갯길의 70년대 풍경을 그리며 봄이 예전의 봄 같지 않다고 느껴본다. 몸과 마음이 세월을 지나 환경의 변화로 무뎌진 까닥일게다.

문의 내 고향, 수몰 전 살던 그 시절의 들판을 추억하며 봄비를 일부러 맞았다. 내 마음의 기억과 자연을 적시는 봄비. 색감을 잃은 수목들이 새싹을 틔우고 봄을 노래할 때 희망의 생동감으로 키움을 가질 것이다. 비바람의 봄꽃도 아픔의 애처로움 뒤에는 새 생명이 잉태를 할 것이다. 무수한 생명의 생성이 곧 기쁨과 환성으로 가득 찰 봄을 그려본다. 봄이여 어서 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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