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솝 우화엔 '욕심쟁이 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어느 날 배고픈 개가 잔칫집에 들러 고기 한 덩이를 얻었다. 입에 고기를 문 개는 신이 나서 개울 위에 놓인 다리를 건넜다. 그런데 다리 중간쯤에서 문득 밑을 내려다보니 거기에도 웬 개 한마리가 입에 고기를 물고 있는 것 아닌가. 물 속의 개가 가진 고기는 제 것보다 더 커 보였다. '옳지, 저것을 빼앗아야지.' 욕심많은 개는 물 속의 개를 향해 큰소리로 짖었다. "멍멍!" 순간 물고 있던 고기가 '첨벙'하고 물에 떨어져버렸다. 짧은 우화지만 많은 교훈을 담고 있다. 제 것...
‘空腹高心如餓虎(공복고심여아호) 無知放逸似顚猿(무지방일사전원)’ 속은 비고 마음만 높으면 주린 호랑이와 같고, 아는 것 없이 놀기만 하면 넘어진 원숭이와 같다는 말이다. 이 게송(불덕을 찬미하고 교리를 서술한 시구)은 야운 스님이 쓴 '자경문'에 나오는 것으로, 인간은 무엇보다 교만심을 가져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마음 속의 교만을 꺾지 않고는 누구도 수행을 제대로 했다고 말할 수 없다는 의미일 게다. 지난해 말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에 이어, 최근엔 강신호 동아쏘시오그룹(옛 동아제약...
말이 될 수 없는 상황 설정, 매우 자극적인 장면을 이용해 줄거리를 전개해가는 희곡을 흔히 ‘막장드라마’라고 한다. 요즘 배우가 아닌 국회의원이나 재벌들이 주연으로 출연하는 막장드라마가 추레한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새누리당 심학봉 의원의 성폭행 논란은 막장드라마보다 더 막장이다. 심 의원은 지난달 13일 오전 대구의 한 호텔로 40대 보험설계사를 불러내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성폭행을 당했다던 이 여성은 경찰의 추가 조사에서 "성관계를 한 것은 맞지만 온 힘을 다해 성폭행을 피하려는 노력을 하지는 않았다"며 진술을 일부...
“여보, 제 소원이 무엇인지 아세요. 내 소원은 높은 구두 신고, 당신 팔짱을 끼고 걸어보는 것도 아니고, 부자가 되고 싶은 것도 아니랍니다. 제 소원은 우리 부부가 다음 세상에 태어날 때 나는 건강한 사람, 당신은 조금 불편한 장애인으로 태어나 다시 부부가 되는 거랍니다.” 장애인인 서른아홉 주부는 비장애인인 남편이 다음 생(生)에는 장애인으로 태어나길 소망했다. 언뜻 생각하면 참으로 고약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자기는 멀쩡하게 태어나고, 남편은 장애를 갖고 태어나길 바라니 행짜가 좋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자신의 손과 ...
풀뿌리 민주주의로 불리는 지방자치가 시행된 지 꼭 20년이 됐다. 강산이 두 번 변하는 세월이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게 있다. 바로 양상군자(梁上君子) 뺨치는 일부 단체장이다. 방만한 재정운영으로 세금을 축내고, 주민들의 마음까지 훔치니 하는 말이다. 그들의 도둑질은 분야도 넓고 폐해도 크다. 우리는 지난 5반세기 동안 각종 시행착오를 겪으며 정치인과 단체장을 숱하게 배출했다. 그들 중에는 무명에서 일약 전국적인 스타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비상(飛翔)한 이들도 있다. 일부는 감투를 쓰자마자 돈에 눈이 멀어 뇌물을 받거나, ...
요즘 들어 ‘신문의 위기’라고 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통해 넘쳐나는 정보의 홍수 속에 종이신문의 설 자리가 갈수록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위기감의 발로(發露)다. 하지만 독자들의 엄중한 질책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일성(一聲)을 고한다. 아무리 매체가 범람해도 신문의 존재감은 분명하다고 말이다. 신문은 일제의 총칼 앞에서도, 망국(亡國)의 국호 아래에서도 살아있었다. 엄혹한 무단통치의 손아귀에서도 바른 말을 했고, 힘을 가진 자가 재갈(마함·馬銜)을 물리려 해도 결코 절망하지 않았다. 민초들의 피와 ...
속담에 '동냥은 못 줄망정 쪽박은 깨지 마라'는 말이 있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을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외려 방해가 되지 말라는 뜻이다. 국민의 건강을 책임져야 할 보건당국의 부실한 방역정책이 꼭 그 모양새다. 자칫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에 감염된 환자와 가족들이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이라도 청구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실제, 메르스(MERS)로 사망한 환자의 유족 등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국가배상법 2조 1항은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나 과실로 법령을 위반해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박근혜 대통령의 처지가 참으로 딱하다. 1년 넘게 계속돼온 세월호 침몰사고의 아픔이 진정되는가 싶더니 ‘성완종 리스트’로 촉발된 이완구 총리의 낙마는 박근혜정부에 깊은 시름을 안겨줬다. 국민들이 총리 인선문제까지 걱정해야 하는 웃픈(웃기고도 슬픈) 블랙코미디를 봐야하는 것도 지칠 때가 됐다. ‘총리 급구(急求)”라는 구인 광고라도 내야 할 지경이다. 그도 그럴 것이 박근혜정부의 총리 잔혹사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첫 국무총리 후보자인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은 2013년 1월 부동산 투기 의혹 등으로 지명 5일 만에 낙마했다...
정치를 거론할 때 가장 많이 쓰이는 일화 중 하나가 상앙의 '이목지신(移木之信)'이다. 중국 진나라의 재상으로 부임한 상앙이 나라의 기강이 서지 않는 이유를 알아보니, 백성들의 불신이 그 원인이었다. 그래서 궁궐 앞에 나무를 세우고 나무를 옮기는 사람에게 백금을 주겠다는 방문(榜文)을 붙였다. 그러나 나무를 옮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상금을 천금으로, 또 다시 만금으로 올렸다. 그러던 중 어떤 이가 장난삼아 나무를 옮겼다. 그랬더니 정말 방문에 적힌 대로 만금이 하사됐다. 그 후, 진나라는 백성들의 신뢰를 토대로 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