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인문의 窓]충북본사 편집국장

박근혜 대통령의 처지가 참으로 딱하다. 1년 넘게 계속돼온 세월호 침몰사고의 아픔이 진정되는가 싶더니 ‘성완종 리스트’로 촉발된 이완구 총리의 낙마는 박근혜정부에 깊은 시름을 안겨줬다. 국민들이 총리 인선문제까지 걱정해야 하는 웃픈(웃기고도 슬픈) 블랙코미디를 봐야하는 것도 지칠 때가 됐다.

‘총리 급구(急求)”라는 구인 광고라도 내야 할 지경이다. 그도 그럴 것이 박근혜정부의 총리 잔혹사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첫 국무총리 후보자인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은 2013년 1월 부동산 투기 의혹 등으로 지명 5일 만에 낙마했다. 정홍원 총리가 세월호 참사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지만 안대희 전 대법관이 2014년 5월 전관예우 논란으로 지명 7일 만에 낙마하면서 빈약한 인재풀의 단면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이어,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마저 그해 6월 친일사관 등 역사인식 논란 등으로 지명 14일 만에 낙마하면서 인사 참사는 계속됐다.

결국 정홍원 총리는 사의 표명 후에도 이완구 총리가 임명될 때까지 10개월을 더 유임해야 했다. ‘빽 투더 총리’, ‘정홍원 리턴즈’, ‘불멸의 총리’라는 웃지 못 할 별칭이 따라붙은 것도 그 때문이다. 급기야 ‘성완종 리스트’ 파문과 잇단 말 바꾸기 등으로 이완구 총리마저 ‘최단명 총리’라는 오명을 뒤집어 쓴 채 검찰 수사를 받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는가.

일반 사람보다도 못한 도덕성을 갖춘 그들에게 나라를 맡기려 했다니, 앞으로 그들이 이끄는 국정에 과연 누가 동의하고 따를 것인지 앞날이 캄캄할 뿐이다. 어떤 인사(人事)든 잡음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인사 때마다 입방아가 지속되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인(人)의 장막'에 둘러싸여 인사를 그르치거나 아집에 사로잡혀 독단적인 인사를 반복한다면, 올바른 국정을 기대할 수 없다. 민심을 거스르는 인사는 더 더욱 환영받을 수 없다.

'인사는 만사(萬事)'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박근혜정부의 인사를 보면 '망사(亡事)'로 변질된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국민은 차치하고라도, 공직 내부에서 먼저 수긍할 수 있는 인사원칙이 필요하다. 취임 이후 잇따라 터진 각종 대형 참사(慘事)를 겪고도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다면 국민들만 불쌍할 뿐이다. 이런 '도그마(dogma·獨斷)'로는 남은 2년 10개월이 더 걱정스러울 뿐이다. 온갖 말 바꾸기로 혹세무민하는 총리까지 앉혔으니 어찌 보면 자승자박의 결과다. 어디하나 온전한 곳이 없는 듯하다. 한마디로 오발탄을 쏴대는 형국이다. 국민들이 무엇을 원하는 지 헛다리만 짚는 격이다.

비록 이번 4·29 재보선에서 여당인 새누리당이 예상 밖의 압승을 거뒀다고 승리에 도취해 샴페인을 터뜨려서도 안 된다. 당장 눈 앞에 총리를 인선하는 숙제가 놓여있기 때문이다. 이번에야 말로 총리를 제대로 인선해야 한다. 그 것만이 국정 분위기 일신과 동력 회복을 위한 첫 걸음이다. 총리 인선과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또 다른 국정 혼란의 시작이 되어선 절대 안 된다. 도덕성을 갖추고도 국정 추진력을 보유한 인물을 백방으로 찾아야 한다. 아울러 이번 파문을 제대로 수습하기 위해서는 검찰의 독립적이고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 집권 3년차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대통령의 어깨가 어느 때보다 무거운 상황이다.

문제의 해법은 다른 데 있지 않다. 대통령이 먼저 변해야 한다. 생각을 바꿔야 한다. 물론 국정운영을 위해 올바로 보필해야 할 참모들에게도 책임이 크다. 말로만 소통을 외칠 게 아니라 국민의 뜻을 섬기기 위해 몸을 낮춰야 한다. 이미 낮췄다면 더 낮춰야 한다. 더 이상의 실정은 국력의 낭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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