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인문의 窓]충북본사 편집국장

이솝 우화엔 '욕심쟁이 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어느 날 배고픈 개가 잔칫집에 들러 고기 한 덩이를 얻었다. 입에 고기를 문 개는 신이 나서 개울 위에 놓인 다리를 건넜다. 그런데 다리 중간쯤에서 문득 밑을 내려다보니 거기에도 웬 개 한마리가 입에 고기를 물고 있는 것 아닌가. 물 속의 개가 가진 고기는 제 것보다 더 커 보였다.

'옳지, 저것을 빼앗아야지.' 욕심많은 개는 물 속의 개를 향해 큰소리로 짖었다. "멍멍!"

순간 물고 있던 고기가 '첨벙'하고 물에 떨어져버렸다. 짧은 우화지만 많은 교훈을 담고 있다. 제 것도 빼앗기지 않고 남의 것도 탐내다가는 제 것마저 잃어버린다는 가르침이다.

또 다른 우리 시대의 어떤 우화다. 감옥에 갇힌 이가 우연찮게 열쇠를 손에 쥘 수 있었다. 그런데 철창 밖에 있는 빵이 욕심나 그걸 붙잡으려다 그만 열쇠를 놓쳐 버렸다. 탈출의 기회를 잃어버렸으니 '어리석은 사람'이라는 제목이 붙을 만하다.

유영훈 진천군수가 대법원의 당선무효형 확정판결로 군수직을 잃고 야인으로 돌아갔다. 유 전 군수는 지난해 6·4 지방선거를 앞둔 TV토론회 등에서 새누리당 김종필 후보가 사채업을 했고 충북도의원으로 활동하면서 진천군 도로 확·포장 사업비 삭감 등을 주도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를 받아왔다.

유 전 군수는 당시 이 같은 허위사실을 유포해 박빙의 재미를 봤다. 불과 263표의 차이로 군수가 된 것이다.

대법원은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유 전 군수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결국 유 전 군수는 허위사실을 퍼뜨려 승리를 하려했던 얄팍한 술수가 자신의 발목을 잡은 셈이 됐다.

하지만 그는 비겁했다. 허위사실을 유포해놓고도 어떻게든 군수직을 유지하려고 대법원까지 소송을 이어갔다. 때문에 오는 10월에 치를 수 있는 재보선 기회마저 놓치게 됐다. 진천군은 이에 따라 선거가 치러지는 내년 4월 13일까지 부군수가 군수권한대행으로 군정을 이끌 수밖에 없게 됐다.

허위사실 유포로 인해 자녀는 물론 가정, 지역사회에서도 혹독한 오해를 받아야 했던 당시 김종필 후보의 고통은 뒤로한 채, 자신만 생각한 비굴한 졸자는 그렇게 퇴장했다. 하지만 그가 퇴장했다고 모든 게 끝난 건 아니다. 진천군은 귀중한 주민의 세금을 들여 또 다시 선거를 치러야 한다.

그렇다고 유 전 군수가 재선거를 치르는 비용을 부담하는 것도 아니잖는가. 주민의 소중한 세금을 ‘조자룡 헌 칼 쓰듯’ 그렇게 헤프게 써도 된단 말인가.

이번 대법원 판결로 진실은 승리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진리는 확인됐지만, 잘못한 이는 떠나면 그만이라는 얄미운 결론에 다다랐다. 주민을 한 때 속일 수는 있어도 영원히 속이지는 못한다는 사실만 확인했을 뿐이다.

예로부터 민심은 천심이라고 했다. 그래서 세치 혀의 중요성을 설파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절제할 줄 아는 혀는 최상의 보배라고 했다. 하지만 혀의 마력은 모든 마력 가운데서도 가장 위험한 것이 아니던가. 세치 혀로 남의 가슴에 비수를 꽂고 상처를 줘 놓고 제 살기 위해 법정을 오가며 오만한 변명으로 일관했지만, 진실까지는 덮을 수 없었으니 하는 말이다.

꼼수로 흥한 자는 꼼수로 망한다고 했다. 어리석은 자는 자기 마음을 혓바닥 위에 두나, 현명한 자는 자기의 혀를 마음 속에 둔다고 했다. 거짓과 위선으로 국민의 눈과 귀를 멀게 하는 권력자는 결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사실을 역사는 우리에게 엄중하게 웅변해왔다. 더 이상 세치 혀로 상처받는 이가 없도록 해야 할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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