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전문가가 바라본 천안 도심 철도 지하화
오룡지하차도·장항선 등 있어 실현 가능성 적어
민간사업자 등 구체화 없는 공약, 유권자 판단 必

충청투데이 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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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투데이 이재범 기자] 천안지역 주요 정당 후보들이 제22대 총선과 관련해 메머드급 개발 공약으로 ‘도심 철도 지하화’를 앞세우며 표심을 공략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지자체와 관련 전문가들은 사업 성사 여부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어 ‘공수표’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5일 지역 정치권 등에 따르면 이번 총선 출마 후보자들의 공보물에는 하나같이 ‘도심 철도 지하화’가 포함됐다.

국민의힘 신범철 후보만이 자신의 공보물에 관련 사업을 넣지 않았다. 신 후보는 최근 진행된 SK브로드밴드 중부방송 TV토론회에서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게 예산과 기간이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별다른 말이 없다”면서 “장기플랜으로 가는 것은 이해가 된다. 지역 여건 등을 고려한다면 지금 상황에서 공약한다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라고 언급했다.

신 후보의 말대로 철도를 지하화하는 메머드급 공약에 대해 후보들은 누구 하나 사업비나 기간 등을 명확히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사업을 추진해 보겠다는 민간사업자가 있는지 여부조차 밝히지 못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러한 후보들의 공약을 바라보는 시와 전문가들의 분석은 회의적이다. ‘천안 도심 철도 지하화’는 기술적으로도 어렵고 무엇보다 사업성이 떨어져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란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

먼저 기술적으로는 천안역사에서 불과 400m 떨어진 곳에 있는 오룡지하차도(대로2-1호선)가 걸림돌로 떠오른다. 경부선철도 하부의 오룡지하차도는 철로 표면에서 약 8~9m(통과높이 4m 50) 가량 파고 들어간 형태로 설치됐다.

철도를 지하화 하기 위해서는 지하차도 밑으로 터널을 뚫어 역사와 연결하는 구조가 되는 셈이다. 그런데 일반 도로와 달리 철도의 경우 열차의 속도와 주행 안정성 등을 위해 경사도를 급하게 설정할 수 없다고 한다.

관련 분야 전문가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쉽게 말해 철도를 지하로 연결하기 위해선 1000m 당 1m를 파고 들어간다고 보면 된다”며 “단순 계산으로도 지하차도 밑으로 철도를 놓기 위해선 적어도 수킬로미터 전에서부터 공사가 시작돼야 한다. 비용을 천문학적으로 투입한다면 가능은 하겠지만 사업성은 떨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천안역은 경부선만이 아닌 장항선도 통과한다. KTX천안아산역 방향으로 연결되는 장항선은 대부분 ‘고가철로’로 이뤄졌다. 하부에는 이미 다양한 건축물들이 들어선 상태다.

철도를 지하화하고 상부 공간의 복합 개발을 통해 민간사업자가 공사비는 물론 수익도 창출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정부 발표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여기에 철도 지하화 추진이 본격 공론화되면 착공을 앞둔 천안역사 증개축 사업도 자칫 지체될 수 있을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때문에 천안시에서도 도심 철도 지하화 관련해 세밀하게 검토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 정치인들이 당선을 위해 면밀한 검토 없이 성급하게 공약을 내세운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역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공약해놓고 지키지 않아도 책임질 일이 없으니 이런 상황들이 반복되는 것 같다”면서 “유권자들의 냉철한 판단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재범 기자 news7804@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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