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109년 전통’ 대전 유성호텔 운영 마지막 날
이른 시간부터 대온천탕 ‘북새통’
3代 찾아 등 밀어주며 추억 되새겨
소회 나누는 단골 사이 적막감도
시민들, 사진·영상으로 기록하고
직원들은 아쉬움 속 만감 교차
[충청투데이 강승구 기자]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 아쉽겠어요. 당분간 푹 쉬세요.”
시민들은 28년간 유성호텔에서 일한 세신사 A씨에게 그동안 수고했다며 덕담을 나눴다.
유성호텔 마지막 영업일인 지난달 31일 오전 8시30분, 이른 시간인데도 대온천탕 남탕에는 씻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북적였다.
3대가 함께 찾은 한 가족은 앉아서 서로의 등을 밀어주고 있었고, 열탕에서는 부자(父子)가 천장을 바라보면서 추억을 나누기도 했다.
뜨겁게 피어오르는 수증기 사이로 소회를 나누다가도, 이제 다시 유성호텔에 올 수 없게 됐다는 누군가 던진 말엔 적막함이 흐르기도 했다.
유성호텔은 영업 마지막 날을 맞아 찾아온 손님에게 작은 선물들을 준비했다.
이날 대온천탕을 찾은 손님에게는 'Since 1915 유성호텔'의 로고가 새겨진 ‘목욕 바가지’를 기념품으로 나눠줬고, 호텔 투숙객에겐 객실 카드키와 찻잔 세트를 기념 선물로 나눠줬다.
시민들은 기념으로 받은 바가지와 기념품을 들고 대온천탕 입구 앞에 서서 저마다 포즈를 취하며 사진 찍기에 바빴다.
한 시민은 역사의 한편으로 기억될 유성호텔 건물을 고프로 카메라로 기록하기도 했다.
경기도 화성에 온 시민 김모(30)씨는 “숙박하고 싶었는데 예약이 꽉 차서 온천만 이용했다”며 오랜 역사를 가진 건물이 사라지는 게 아쉬워 마지막을 기념하려고 찾아왔다”라며 아쉬움을 말했다.
오후 2시30분, 한창 객실 정리와 체크인 준비로 한창 분주해야 할 유성호텔 복도에는 109년 역사 만에 처음으로 고요함이 흘렀다.
평소라면 바쁘게 움직였을 하우스 키핑 카트는 복도 끝에 쓸쓸하게 서있었다.
이날 만난 대다수 호텔 직원의 표정에는 만감이 교차한 순간에도 미소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유성호텔 포스터 앞에서 사진 찍는 걸 어려워하는 가족들에겐 친절하게 먼저 다가가 촬영을 도와줬다.
대온천탕 단골 회원과는 뜨거운 포옹을 나누며 붉어진 눈시울을 감추려고 했다.
호텔 관계자들은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던 날이 빨리 다가와 시원섭섭한 기분이 든다고 설명했다.
호텔 직원 염(39)모씨는 “15년 동안 함께한 직장의 마지막 출근인 만큼 고객들에게 좋은 추억을 전하고 싶었다”며 “시민들이 유성호텔을 109년 역사를 담은 대전의 대표 관광호텔로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강승구 기자 artsvc3@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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