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퇴하는 대전 유성온천, 아시아 온천에서 답을 찾다]
<글싣는 순서>
① 30주년 앞둔 유성온천관광특구 현황 짚어보기
② 대만 베이터우 온천의 성공 전략, 온천수 ‘명품화’
③ ‘마을 전체가 온천특화지구’ 관광객 체류 부르는 베이터우 온천마을
④ 1000여 년의 역사와 전통… 일본 벳푸, 유후인 온천
⑤ 일본 온천마을 주변 먹거리, 즐길거리, 볼거리

② 대만 베이터우 온천의 성공 전략, 온천수 ‘명품화’
먼 옛날 온천서 나오는 수증기 보고
마녀 산다고 믿어 ‘파타우’로 불려
시간 지나 현재 지명 ‘베이터우’ 돼
유황온천으로 유명한 B리조트
냄새 놀랄 수 있지만 ‘유황’ 입증
옵션 선택시 ‘나만의 온천탕’ 완성
본연의 자연환경 간직한 S리조트
사계절 이용 가능한 노천온천 보유
인공 구조물 아닌 자연물로 조성
무료 이용 가능한 푸싱족욕공원
유성온천 족욕장과 꽤 닮은 모습
관광객·현지인 소통의 장 역할도

▲ 대만 베이터우에 위치한 B리조트 내 개인온천. B리조트 제공

[충청투데이 노세연 기자]  ◆ 대만 베이터우 온천의 유래

베이터우 지역은 이름부터 온천과 깊은 관련이 있다. 수천 년 전부터 이 지역 일대에는 대만의 원주민인 핑푸족과 카이다거란족, 중국의 한족이 살았다. 당시 원주민들은 유황온천에서 나오는 풍부한 수증기를 보고 온천구역에 마녀가 산다고 믿어 이곳을 ‘마녀’라는 의미의 ‘파타우(PA TAUW)’라고 불렀는데, 이는 먼 훗날 베이터우라는 지명의 시초가 됐다.

지금으로부터 약 130년 전인 1894년 독일 국적의 한 광산업자가 베이터우 온천을 발견하면서 이곳의 온천이 처음으로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이후 대만은 일본의 식민 지배를 받게 됐는데 1896년 베이터우 온천을 눈 여겨 본 한 일본인이 온천 개발의 물꼬를 텄다고 전해진다. 그는 베이터우 지역의 온천수가 품질이 우수하고 관광적 가치가 높다고 판단해 지역 최초의 온천 숙소를 세웠다. 1호 온천숙박시설이 생겨나면서 대만 온천 산업의 역사가 시작된 것이다. 베이터우 온천 마을은 대만이 일본의 식민지였던 일치시기를 거치며 급속도로 개발됐고, 그 과정에서 여러 민족의 문화들이 서로 혼합됐다. 그 결과 지금의 베이터우 지역만의 다양하고 독특한 문화적 특색이 탄생했다.

베이터우 지역 온천지구의 수질은 백황·청황·철황 등 3종류의 온천으로 구분된다. 온천의 온도는 대략 37~40℃이며, 수소이온농도는 2.5~6.2로 ‘산성’이다. 베이터우 온천은 라듐성분을 다량 함유한 유황온천으로, ‘명품 온천수’로 브랜딩화가 이뤄져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 베이터우 온천장 체험기

대만 베이터우에 위치한 B리조트는 많은 외지 방문객들 사이에서 온천관광명소로 꼽히는 곳이다. 객실에 고급침구가 구비돼있어 숙소 자체로도 훌륭하지만, 하룻밤을 묵는 동안 베이터우의 자랑인 유황온천을 마음껏 즐길 수 있어 입소문을 탔다.

B리조트를 비롯해 대부분의 베이터우 온천·숙박시설은 투숙객들에게 대형공용온천 무료 이용혜택을 제공하기 때문에 별도의 온천 입장권을 구매하지 않아도 된다. B리조트의 대형공공온천은 4~5개의 크고 작은 ‘워터테라피’ 온천탕으로 구성돼있다. 베이터우를 처음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온천에서 독특한 향이 느껴져 다소 놀랄 수 있다. 계란 썩는 듯한 냄새가 코끝을 강하게 자극하는데, 이는 베이터우 온천이 전 세계적으로 손에 꼽히는 ‘유황’ 온천임을 입증하는 증표라고 할 수 있다.

B리조트 대욕장에서 만난 한국인 관광객 이모 씨(62)는 "이곳은 온천과 숙박을 동시에 할 수 있어 나이 든 사람들이 방문하기에 안성맞춤이라고 생각된다"며 "온천수만으로도 훌륭하지만 호텔 객실도 청결하고 넓어 바쁜 현대인의 힐링 여행지로 추천하고 싶다"고 말했다.

대욕장 이용을 마쳐도 대만 전통온천 체험은 끝나지 않는다. 숙소 예약 시 ‘프라이빗 온천탕’ 옵션을 선택하면 객실에서도 고품질의 유황온천을 즐길 수 있다. 객실의 욕실에 있는 1인용 욕조에 물을 받으면 ‘나만의 온천탕’이 완성된다.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온천수도 다량의 유황을 함유하고 있어 독특한 향을 풍길 뿐 아니라 각종 유용성분을 포함해 뿌연 색을 띤다. 시간의 구애 없이 개인온천까지 즐기고 나면 고급 침구가 비치된 넓고 쾌적한 침실에서 편안한 밤을 보낼 수 있다.

◆ 자연에 녹아든 베이터우의 온천

베이터우 본연의 자연환경을 그대로 간직한 온천을 방문하고 싶다면 S리조트를 주목해야 한다. 이곳 역시 온천과 숙박이 둘 다 가능한 ‘온천숙박형’ 리조트인데, 사계절 이용 가능한 야외 노천온천탕을 보유해 전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탔다.

중국과 일본을 절반씩 섞어놓은 문화를 가진 대만의 관광명소답게 이 리조트의 이용객들에겐 일본 전통의상인 유카타와 나무신(슬리퍼), 목욕바구니 등이 제공된다. 리조트의 명물인 야외온천은 각 탕마다 수심이 다양하기 때문에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유아들도 놀 수있는 저수심 탕이 있어 가족단위 방문객들의 선호도가 높다. 여기에 수압 마사지가 가능한 탕이 있어 고령층의 수요 역시 충족한다. 또 야외 남녀혼용탕이지만 실제 온천욕을 즐길 때는 수영복 차림이기 때문에 부담이 적다. 탈의실에는 온천욕으로 젖어버린 수영복을 말끔하게 말릴 수 있는 탈수기도 구비돼있어 방문객들의 편의를 도모하고 있다.

이곳의 가장 큰 인기요인은 수풀이 우거진 베이터우의 자연경관을 바라보면서 온천을 즐길 수 있다는 것. 인공적인 조형 구조물을 들여놓지 않고 나무, 바위 등 자연물을 그대로 둔 채 온천을 조성해 풍부한 볼거리를 자랑한다. 빼어난 절경은 기본적인 자연 자원이 바탕이 돼야겠지만, 지역적 특성을 그대로 살려 온천시설을 조성했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한 성공 전략이다.

▲ 대만 베이터우에 위치한 푸싱족욕공원에서 방문객들이 족욕을 즐기는 모습.  사진=노세연 기자
▲ 대만 베이터우에 위치한 푸싱족욕공원에서 방문객들이 족욕을 즐기는 모습. 사진=노세연 기자

◆ 현지인과 관광객 간 만남의 장, 푸싱족욕공원

신베이터우역에서 약 5분만 걸어가면 무료로 이용 가능한 공공 족욕탕을 만날 수 있다. 이곳은 베이터우를 방문한 관광객들과 본디부터 베이터우에 터전을 두고 살고 있는 현지인들 모두에게 인기가 높은 장소다. 특별한 축제 기간이 아닌데도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항상 많은 사람들이 모이다보니 베이터우 지역의 ‘핫플레이스’로 통한다.

개인이 가져온 짐과 소지품 등은 별도 이용료 없이 공용사물함에 넣어둘 수 있는데 잠금 기능이 없어 유의해야 한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코로나19로 인해 방문객 명부를 작성해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자유로운 출입과 이용이 가능하다.

푸싱족욕공원의 가장 큰 매력은 족욕을 하면서 관광객과 현지인 간 소통의 장이 펼쳐진다는 점이다. 이곳에서는 여러 사람이 온천물에 발을 담근 채 이야기꽃을 피우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 때 현지인들을 통해 주변 맛집을 소개 받을 수도 있고, 꼭 방문해야할 관광명소에 대한 추천도 받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점은 족욕장 바로 옆에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터가 있다는 것이다. 어른들이 느긋하게 족욕 체험을 즐기는 동안 아이들은 바로 옆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특히 아이들은 족욕을 지루하게 느끼는 경우가 많은데, 이곳 푸싱족욕공원은 어린이들을 위한 공간도 조성돼있어 많은 가족단위 방문객들이 선호한다.

푸싱족욕공원은 유성온천 족욕장과 많이 닮아있는 모습이다. 두 곳 모두 지하철역과 근접한 거리에 위치해 있고 지역 온천수를 활용한 족욕탕이 조성돼있다. 베이터우 마을을 여행하면서 푸싱족욕공원을 방문하게 된다면 유성온천 족욕탕과 비교해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요소가 될 수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작성됐습니다.

대만 베이터우=노세연 기자 nobird@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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