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109년 역사를 이어온 대전 유성호텔은 영업 마지막날을 맞아 그동안의 감사함을 담아 현수막을 걸었다. 사진=강승구 기자
31일 109년 역사를 이어온 대전 유성호텔은 영업 마지막날을 맞아 그동안의 감사함을 담아 현수막을 걸었다. 사진=강승구 기자

[충청투데이 박영문 기자] 100여년의 역사를 이어오다 지난달 문을 닫은 대전 대표 향토 호텔 '유성호텔'에 대한 기억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한 사업이 추진된다.<29일자 1면 8면>

15일 대전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달 31일을 끝으로 모든 영업을 마치고 올해 철거를 앞둔 유성호털에 대한 기록화 사업을 추진한다.

기록화 대상은 이른바 '기록으로 남길 수 있는 모든 것'이다.

사진, 영상촬영, 도면화 작업 등은 물론 숙박부와 객실 번호판 등 유성호텔의 경영과 운영 상을 보여주는 기록물이 담길 예정이다.

마지막까지 유성호텔을 지킨 직원들과 이용객들에 대한 구술 채록 역시 기록화된다.

대전 유성호텔 VIP실 응접실 가구. 대전시 제공
대전 유성호텔 VIP실 응접실 가구. 대전시 제공

특히 이번 기록화 사업 과정에서는 그동안 일반에 공개되지 않았던 VIP실 313호에 대한 조사와 기록이 이뤄진다.

1970년대 조성된 VIP실 313호는 김종필, 김영삼, 김대중 등 한국 근현대사의 거물 정치인들이 머물다 간 곳으로 고급스러운 엔틱가구와 샹들리에 등이 내부에 남아 있다.

게다가 보존 상태가 양호, 이번 기록화사업의 중요한 성과라는 게 시의 설명이다.

앞서 1915년 최초 온천공 발굴을 통해 유성온천이 시작된 이래 1918년 2월 근대식 시설과 36개 객실을 갖춘 유성호텔 구관 ‘승리관’이 충청권 최초로 개관했다.

지금의 유성호텔은 1966년 승리관 맞은편 자리에 5층 높이로 지어졌다.

이후 1979년 객실 수 확대를 위한 1차 증축 이후 1982년, 1986년, 1992년까지 네 차례에 걸쳐 크고 작은 증·개축이 진행됐다.

그 결과, 특유의 건축미는 물론 화려한 조경으로 오랜 시간 유성의 명소이자 유성온천 역사의 산증인으로 자리매김했다.

영업이 끝난 유성호텔 부지에는 주상복합+관광호텔 형태의 건물 신축이 예고됐는데 2028년 호텔 1개 동과 주상복합 2개 동 들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이번 기록화 사업은 유성호텔과 호텔 리베라(전신 만년장)로 상징되는 유성온천 전반에 관한 기록인 만큼 유성온천이 대전의 발전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도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대전 유성호텔 도면 등 자료. 대전시 제공
대전 유성호텔 도면 등 자료. 대전시 제공

시 관계자는 "유성온천은 보문산과 함께 오랫동안 대전시민의 사랑을 받아온 도심 휴양공간”이라며 "기록화사업 결과물을 문화콘텐츠로 활용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구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시는 2018년부터 '도시기억 프로젝트(근현대문화유산 기록화사업 등)'를 통해 비등록·비지정 문화유산에 대한 기록화 작업 진행해 오고 있다.

근현대 건축유산과 근현대 자료에 대한 조사와 기록인 근현대문화유산 기록화사업의 경우 구 대전형무소 관사, 옛 정동교회, 목동선교사 가옥 등이 마무리 됐다.

박영문 기자 etouch84@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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