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가 대출 이자를 갚기 위해 지출하는 이자 비용이 지난해 역대 최대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러 원인이 있겠으나 고금리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코로나19를 대출로 간신히 버텨온 서민과 자영업자들에게 기다리고 있는 건 눈덩이처럼 불어란 이율이다. 소득이 낮은 서민들은 원금상환은 고사하고 이자 폭탄에 허덕이고 있다. 반면 시중은행들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해 이자장사를 하고 있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통계청이 4일 밝힌 가계동향조사를 보면 지난해 1인 이상 가구의 명목 지출 중 월평균 이자 비용은 13만원이다. 전년도 9만9000원과 비교하면 1년 새 무려 31.7%나 급등했다. 같은 기간 소비 지출 증가 폭은 5.8%였다. 통계청이 1인 이상 가구에 대한 가계동향 조사를 벌인 2006년 이래 가장 높은 증가 폭이라고 한다. 가계부채가 늘어난 데다 고금리가 맞물린 결과다. 가계 빚을 의미하는 가계신용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 1886조4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다.
가계 빚이 우리경제의 뇌관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자영업자들이 갚지 못하는 대출 규모가 27조원에 육박한다는 한 신용평가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개인사업자 335만8499명의 금융기관 대출은 총 1109조6658억원으로 전년보다 대출잔액이 27조400억원 늘었다. 20·30대 젊은 자영업자들의 연체율이 가장 빠르게 뛴 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29세 이하 연체율은 6.59%, 30대는 3.90%로 전 연령대에서 연체율이 가장 높다.
청년층 자영업자들이 사회에 첫발을 내딛기도 전에 대출 원금과 이자 상환에 내몰리는 상황이다. 높은 금리가 서민가계와 자영업자들을 옥죄고 있다. 국내 5대 금융그룹은 이자수익에 힘입어 지난해 17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올렸다. 그 밑바탕에 기업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이 깔려있다. 서민들은 쪼들리는 와중에도 꼬박꼬박 이자를 내고 있다. 금융권은 서민가계·소상공인들과의 고통분담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금리인하도 그중 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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