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양 후곡리 신창훈·김춘수 씨 부부]
충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 1000만원 기탁 알려져
과거 끼니 걱정할 만큼 생활 어려워… 수급자 선정
국가에 진 빚이라 생각… 돈벌어 꼭 갚겠다고 맹세
허리띠 졸라매고 열심히 살아… “봉사하며 살고파”

▲ 신창훈·김춘수 씨 부부가 환하게 웃고 있다. 단양=이상복 기자
▲ 신창훈·김춘수 씨 부부가 환하게 웃고 있다. 단양=이상복 기자

[충청투데이 이상복 기자]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이 있다. 비록 몸은 불편한 장애를 갖고 있지만 어려운 이웃을 돌아볼 줄 아는 따뜻한 마음을 간직한 이가 있다. 깊게 패인 주름에서는 순탄치 만은 않았던 그의 고된 삶을 엿 볼 수 있지만 환하게 웃는 그의 선한 얼굴엔 봄의 전령사 같은 훈훈함이 풍긴다.

주인공은 신창훈(73) 충북 단양읍 후곡리 이장과 그의 부인 김춘수(66) 씨다.

신 이장 부부의 선행이 알려진 것은 새해를 맞아 충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000만원을 기탁하면서 부터다. 신 이장 부부는 익명으로 기부했으나 알음알음 미담이 퍼져 나갔다.

신 이장은 "이웃과 국가의 도움을 받아 일어섰지만 힘든 시기에 받은 도움을 잊지 않고 언젠가 꼭 갚아야겠다는 마음의 짐이 늘 있었다"며 "도움받은 것을 돌려준다는 마음에 기부한 것인데 이렇게 알려져 너무 부끄럽다"고 말했다.

9가구가 살고 있는 작은 시골 마을인 단양읍 후곡리는 신 이장 집안이 8대째 터를 잡고 살고 있는 마을이다.

농업에 종사하는 신 이장은 이곳에서 1남 3녀의 자녀를 훌륭하게 키웠다.

하지만 신 이장 부부는 과거에 끼니를 걱정할 만큼 생활이 어려웠다고 한다. 이에 부인은 궁여지책으로 국가에 기초생활 수급자 신청을 하기에 이른다. 수급자 자격 요건이 까다롭던 시절이었지만 신 이장의 장애가 인정돼 수급자에 선정됐다.

신 이장 부부는 "수급자에 선정된 것은 국가에 진 빚이라고 생각했다"며 "앞으로 돈을 벌어 빚진 것을 갚겠다고 맹세했었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한동안 기초생활 수급자로 지낸 신 이장은 농업 분야의 전문성을 키우기 위한 농업기술센터의 고추 육묘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단양군에서도 좋은 고추 육묘를 지원하는 등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했다. 고추육모지원사업으로 형편이 나아지는 듯 했다. 희망이 불빛이 보이던 것도 잠시, IMF 사태가 터지면서 또다시 위기에 직면했다. 하지만 신 이장 특유의 성실함과 지역사회의 따뜻한 지원으로 오뚝이처럼 재기에 성공했다.

남의 땅에서 농사를 짓던 신 이장 부부는 허리띠를 졸라매고 열심히 저축한 결과 생애 첫 땅(1320㎡)도 사게 됐다.

이후 조금씩 불어난 땅은 2만3100㎡까지 늘어났다. 신 이장 부부는 이곳에서 고추, 감자, 마늘, 브로콜리 등 10가지 종류의 농사를 지으며 농부의 길을 걷고 있다.

이들 부부는 어렵던 시절 초심을 잃지 않고 어려운 이웃을 보면 두 팔을 걷어 붙이고 돕고 있다.

특히 매년 주변 이웃을 돕는 데 써 달라며 단양읍지역사회보장협의체에 50만원을 기탁하는 등 꾸준한 이웃사랑을 실천하고 있어 주위의 귀감이 되고 있다.

신 이장 부부는 "앞으로도 어려울 때 받은 것을 잊지 않고 작게는 마을을 위해 크게는 지역사회를 위해 열심히 봉사하며 살겠다"고 말했다.

단양=이상복 기자 cho2225@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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