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대학 트렌드 리포트2 대입생 편]
2024학년도 수시, 간호·사회복지 인기… 기초학문·산업연계 전공 선호도↓
사회적 이슈에 사범계열 하락세… 기초학문·지역산업 학과 지원책 필요

[충청투데이 조선교 기자] 대입 수시모집이 마무리된 가운데 충청권 일반대의 인기학과와 비인기학과의 희비가 명확하게 엇갈렸다.

의료·복지, 외식조리, 반려동물 등 분야에 학생들의 선택이 쏠린 반면, 기초학문과 첨단산업에 연계된 전공의 선호도는 낮아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22일 충청권 내 정원 7000명 이상 일반대 17개교(분교 제외)의 2024학년도 일반전형 기준 수시 경쟁률을 분석한 결과 각 대학별로 경쟁률 상위권 10위 내에 가장 많이 속한 전공은 간호와 사회복지로 확인됐다.

두 전공 모두 각각 12개교에서 공통적으로 높은 경쟁률을 보였고 물리치료·응급구조가 각각 8개교, 건축·경영이 각각 7개교에서 상위 10개 전공에 속했다.

이와 함께 외식조리·제과제빵과 반려동물보건, 미디어커뮤니케이션·광고홍보, 영상·미디어 등이 각각 5개교에서 경쟁률이 높은 학과로 분류됐고 작업치료와 임상병리(각각 4개교) 분야도 선방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상 의료·복지 분야와 각 대학에서 최근 10년 사이 상당수 대학에서 충원율 확보를 위해 신설하기 시작한 외식조리, 반려동물 등 ‘인기학과’에 학생들의 선택이 집중된 셈이다.

반면 일부 사범계열과 화학, 정보통신·정보기술, 전기·전자 등 분야의 약세가 도드라졌다.

영어와 수학, 기술, 물리, 화학, 교육학, 전자 등 분야 사범계열은 16개교에서 경쟁률 하위 10위를 기록했다.

일부 대학에선 음악, 미술, 윤리, 수학(1개교) 등 사범계열이 높은 경쟁률을 보이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낮은 선호도를 보였다.

과거부터 임용대기 등 문제가 불거진 데다가 최근까지 이어진 교권 등 문제가 꾸준히 사범계열 선호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게 대학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화학 분야는 12개교에서 낮은 경쟁률을 보였고 ICT·IT(8개교)와 AI·빅데이터(6개교) 등 첨단산업의 밑거름이 될 분야도 학생 선호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 전기·전자와 컴퓨터·소프트웨어, 회계세무, 식품공학 등도 각각 4개교에서 경쟁률이 평균치를 크게 밑돌았다.

눈 여겨 볼 점은 신소재와 반도체, 제약, 화장품학 등 지역에서 힘을 쏟고 있는 분야의 전공들도 각각 2개교 이상에서 턱 없이 낮은 경쟁률을 기록했다는 점이다.

특히 화학을 비롯해 수학, 생명과학 등 산업의 발전을 장기적으로 이끌어갈 기초학문 분야도 학생들의 선택에서 멀어진 양상을 보였다.

이러한 과학분야, 기초학문 기피 현상은 정부의 R&D 예산 삭감 등과 맞물려 더욱 심화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어문계열에서도 희비가 엇갈렸다.

일어는 총 4개교에서 경쟁률 상위 10위 전공 내에 포함됐지만 중국어는 7개교, 영어는 3개교에서 경쟁률이 하위권을 맴돌았다.

사회적 이슈가 대두된 군 관련 학과의 위기도 고조되고 있다. 수당 등 장교의 처우가 불거지자 장교 양성이 목표인 학과에도 악재가 된 상황이다.

2022학년도 기준 관련 학과를 운영한 것으로 확인된 5개교 중 1개교는 폐과됐고 충남대를 제외한 나머지 대학에선 2022학년도 대비 올해 수시 경쟁률이 5.8~6.4대 1에서 2.7~2.9대 1 수준으로 떨어져 반토막이 났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특정 인기학과에 학생들이 쏠리는 현상을 두고 각종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최근에는 정부 정책 기조에 따라 대학 학사 구조 변경에 대한 자율성이 대폭 확대되면서 교육의 방향성도 인기학과 재편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학 운영이 충원율 확보를 위한 시장주의체제로 급변할 경우 기초학문은 고사 위기를 맞고 산업 발전을 위한 자양분이 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A대학 기획처장은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충원율을 채우기 위해선 학생들의 선호도를 고려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다만 학생들이 산업이나 직업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전공 선택에 쏠림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우려가 깊다. 기초학문과 지역산업 기반이 될 학과 등을 위한 지원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학생. 그래픽 김연아 기자.
대학생. 그래픽 김연아 기자.

조선교 기자 mission@cctoday.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