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상호 대전예당 스프링페스티벌 오페라 콘서트 연출가
대전에서 나고 자라 연출 매우 뜻깊어
청년 예술가 삶의 사랑·아픔·이별 전달
‘원작 부분 각색’ 재미있는 관람 포인트
청년 예술인들 고충 장소·기회의 부재
작품 계기로 열정있는 청년예술가 발굴
다양한 작품 기획돼 기회 많아졌으면
시민들 문화향유 선택의 폭 넓어져야

[충청투데이 조정민 기자] 대전예술의전당만의 특색이자 매력인 계절 페스티벌 중 ‘스프링페스티벌’이 돌아온다. 특히 이번 페스티벌은 지역 청년 예술인들의 발판이자 기회의 장으로도 열리면서 그간의 프로그램과 차별점을 뒀다. 올해 새롭게 구성된 ‘콘서트 오페라’는 만 39세 미만의 지역 청년 예술인들로 구성해 젊은 에너지와 열정을 함께 선보이기 위해 지난 13~15일 신청과 21일 오디션을 통해 6명의 출연진을 선정했다. 오는 4월 26일 대전예술의전당 무대에 오를 ‘라보엠’은 프랑스 작가 ‘앙리 뮈르제’의 소설 ‘보헤미안 삶의 정경’을 토대로 만들어진 예술과 가난한 삶 속 기쁨과 고통을 경험하며 성장하는 젊은 예술가들의 이야기가 담긴 오페라 작품이다. 그 자체로 의미가 큰 청년 오페라를 대전예고, 충남대 음악과 출신의 지역 청년 연출가가 맡으며 시너지 효과가 더해질 예정이다. 국립오페라단, 예술의전당, 대전예술의전당 등 조연출과 조감독으로의 역할을 다수 맡은 한상호 연출가는 그간 오페라 ‘리골레토’, ‘돈 조반니’,‘사랑의 묘약’, ‘라 보엠’, ‘목소리’, ‘코지 판 투테’ 등에 참여했다. 충청투데이는 대전예술의전당 스프링페스티벌의 콘서트 오페라 ‘라보엠’ 연출을 맡은 한상호 연출가를 만나 지역, 청년 예술인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주>

-이번 대전예당 스프링페스티벌 오페라 콘서트의 연출을 맡았다. 소감이 어떠한가.

"태어나고 자란 대전에서 특별히 청년 예술인에 대한 관심이 많아 매우 뜻 깊게 생각하며 청년예술가들의 발전을 위해 제작을 기획한 대전예술의전당에도 큰 감사함을 느낀다. 이 도전적인 일을 대전예술의전당에서 앞장서서 진행한 덕분에 좋은 기회가 주어졌다 생각하고 저를 포함 작품에 참여하게 될 청년 예술가들을 빨리 만나길 기대하고 있다. 이번 작품에서 청년 예술가들의 삶 안에서 이뤄지는 사랑과 아픔 그리고 이별까지도 관객들에게 메세지가 잘 전달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오페라 라보엠은 청년 예술인과 관련된 작품으로도 소개가 됐다. 관람 포인트가 있다면?

"쟈코모 푸치니의 ‘라보엠’ 이라는 작품은 가장 사랑하고 또 마음이 아픈 작품이다. 더군다나 우리 지역의 청년 예술인들과 함께 이 작품을 같이 준비할 생각에 특별히 더 애정이 많이 간다. 연출적으로는 이 작품 안에서 등장하는 인물들과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일들과 감정들이 잘 나타낼 수 있도록 많이 고민하고 있고, 콘서트 오페라인 만큼 극적인 변화보다는 장면별로 무대에 필요한 부분들을 상징적으로 표현할 예정이다. 또 원작을 중점으로 장면을 부분적으로 각색했는데, 이 무대를 감상하는 것도 극을 재밌게 볼 수 있는 이유 중 하나가 되길 바라며 관객분들이 많이 공감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이번 스프링페스티벌은 특히나 지역 청년 예술인들의 발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현재 오디션 중인데 이들이 어떤 사명을 갖고 콘서트에 참여하고 있는지.

"이 작품에 같이 함께 할 청년 예술가들 모두 예술에 대해 갈망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좀처럼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 쉽지 않은 듯 하다. 다양한 곳에서 오디션을 볼 수 있긴 하지만 여러 이유로 벽이 높다. 이번 작품을 계기로 열정 있는 청년 예술가들이 발견되고 우리 지역을 넘어 다른 곳에서도 활동할 수 있는 발판이 되길 희망하고, 다양한 작품들이 기획 돼 청년 예술가들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본인도 지역 청년 예술인이자 연출가인데, 현장에서 마주하는 어려움이나 아쉬운 점들이 있다면?

"제일 어려운 점은 열정을 표출할 수 있는 장소, 기회의 부재라고 생각한다. 지금 내가 가진 생각과, 세월이 흘러 가질 수 있는 생각은 분명 다른데 이 열정을 보여줄 발판조차도 없을지도 모른다는 것이 이 세대 예술가들의 현실이라고 생각한다. 차근히 연마하고 인내하면서 기회를 기다릴 수도 있겠지만 실험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면 어떻게 단번에 그 무대에 점프업해야 할 것 인지에 다가오는 두려움이 더 클 수 있기에 실패해도 그 열정에 대한 박수를 받을 공간이 분명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규모를 떠나서 말이다. "

-그럼에도 희망이 있다면? 계속 연출가의 길을 걷게끔 만드는 원동력이 있다면?

"사실 처음부터 연출가의 꿈을 키워온 건 아니다. 중학생 때부터 성악을 전공하며 당연히 무대에 오르는 ‘가수’가 되고 싶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막상 무대에 올라 관객들을 마주할 때 부담을 많이 느꼈다. 중학생 때부터 키워온 꿈이 사실 적성에 맞지 않는 건가 하는 고민도 많았다. 그렇게 대학을 졸업할 줄 알았지만, 당시 선생님께서 연출 쪽의 작품을 준비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셨다. 그때부터 연출가의 꿈을 키우게 됐다. 결국 제 원동력은 예술이고 그 중에서도 음악이다. 음악이 없는 삶을 생각한다면 고통의 연속일 것 같다. 힘들어도 견디고 언젠가 나에게 기회가 올 것을 대비해 꾸준히 고민하는 편이다. 그래서 대전예당의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었다. 하염없이 기회를 기다리기만 했다면 이 기회가 찾아왔을 때 두려움 때문에 쉽게 잡지 못했을 것이다."

-청년 예술인 발굴만큼이나 지역 예술 발전도 중요한 쟁점 중 하나다. 대전 예술이 더 발전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어려운 길을 헤치며 달려오신 선배님들 덕분에 저는 언제나 감사함을 느낀다. 지역 청년 발굴도 중요하지만, 세대 모두가 어우러져 활동할 수 있는 다양한 지역 예술 공연에 대한 투자가 있어야 된다고 본다. 예술이란 건 국력 같다. 국력은 무엇보다 시민의식에서 나오며,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것도 시민 모두라고 생각한다. 시민들이 문화를 향유하기 위해선 공연 선택에 대한 폭이 넓어야 될 것이다. 많은 공연들이 생긴다면 관객들도 다양하게 문화를 즐길 수 있을 것이고, 예술가들은 더욱 기회의 장이 넓어지며 무대의 깊이도 두터워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전시에서 음악공연장과 제2시립미술관을 추가적으로 건립할 예정이라고 들었다. 지역 예술인으로서 이런 소식을 전해 들을 때 지역의 문화 발전을 위해 애써주시는 많은 분들의 노고가 매우 감사하고 따뜻하게 느껴진다."

-마지막으로 현장에 있는 후배 지역 청년 예술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

"원하고 이루고 싶은 것에 대해 진취적으로 나아가야 한다.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찾아온다. 지역의 청년 예술인 후배들을 봤을 땐 본인이 전공하고 있는 분야에만 몰두해 넓은 시야로 꿈을 확장하는 데에 어려워보일 때가 있다. 최대한 다양한 경험을 해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싶다. 나 역시도 성악만이 길인 줄 알았지만 최종적으로는 ‘연출가’로서 예술 역량을 펼치고 있으니까. ‘예술’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의미가 매우 넓은 만큼 더 확장된 시야로 예술 현장에 뛰어들었으면 한다. 그렇게 지역의 많은 청년 예술가들이 본인의 꿈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을 때 자신 있게 잡을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하다. 기회라는 것은 생각지도 못할 때 찾아오니까." 조정민 기자 jeongmi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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