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조립주택서 겨울 보내긴 역부족
화마에 겨울용품까지 모두 불타버려
이종화 도의원 “제도적인 지원 필요”

오응찬 씨가 임시조립주택에서 방한 용품을 가리키고 있다. 사진=김지현 기자
오응찬 씨가 임시조립주택에서 방한 용품을 가리키고 있다. 사진=김지현 기자
오응찬 씨의 임시조립주택 뒤로 밑동이 까맣게 그을린 나무가 서 있다. 사진=김지현 기자
오응찬 씨의 임시조립주택 뒤로 밑동이 까맣게 그을린 나무가 서 있다. 사진=김지현 기자

[충청투데이 김지현 기자] “컨테이너(임시조립주택)라 아무래도 더 추울 수밖에 없죠. 날이 더 추워지면 컨테이너로 연결된 수도가 얼까 걱정이에요.”

22일 오후 3시경 충남 홍성 서부면에서 만난 오응찬(67) 씨는 방 안에서도 두꺼운 잠바를 입고 있었다.

오 씨가 생활하고 있는 임시조립주택은 전기로 바닥을 데우는데, 온풍기까지 동원해도 추위를 막기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이날 홍성의 기온은 영상 3℃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오 씨가 임시조립주택 생활을 시작한 것은 지난 4월 홍성군 서부면을 뒤덮었던 산불로 오 씨의 집이 전소된 이후부터다.

편안한 노후를 위해 서부면에 와 그림 같은 집을 지어 생활하던 오 씨의 생활은 산불이 한 순간에 앗아가 버렸다.

오 씨는 겨울이 다가오면서 생활이 더 힘들어졌다며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다.

집이 전소될 때 오 씨의 겨울옷과 겨울 이불, 겨울 신발도 불타 버려 모두 새로 장만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오 씨는 “여름에는 얇은 옷으로 그럭저럭 버텼는데, 겨울에는 옷을 새로 장만하는 데만 100만원이 훌쩍 넘었다”며 “겨울 이불과 겨울 신발, 전기장판까지 새로 사야 하는데, 겨울용품을 사도 사도 끝이 없다”고 하소연 했다.

그는 “우리처럼 집이 전소된 주민 한 분은 임시조립주택에서 겨울을 나기 어려워 가족 집에서 머물다 봄에 온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오 씨처럼 서부면 산불로 집을 잃어 임시조립주택에 거주하는 홍성군민은 31세대, 총 58명이다.

이들 중 6세대는 집을 새로 짓고 있고, 나머지 세대는 임시조립주택 매입 등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재민 대부분이 고령으로, 새 집을 짓는 데 들어가는 비용 등에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라는 것이 홍성군 관계자의 전언이다.

오 씨는 불타 사라진 집이 있던 자리에 새 집을 짓고 있는데, 불이 붙지 않는 콘크리트로 집을 짓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4월처럼 또다시 집이 불 타 사라질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오 씨는 “산불로 아내는 심한 우울증을 앓을 정도로 힘들고 불안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며 “지금 짓는 집은 불에 타지 않는 집으로 지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역 정치권에선 산불 이재민에 대한 관심이 끊겨선 안 된다고 조언하고 있다.

충남도의회 이종화 의원(국민의힘·홍성2)는 “산불 피해민들의 생활이 온전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적인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며 “지방자치단체에서도 계속 관심을 이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wlgusk1223k@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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