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전관예우 이어져 부실공사 야기"
LH 전체 사업장 70% 자체 감리 진행
법정 감리 인력 충족 현장 14.5% 불과
퇴직자 영입 업체 수주 비율 절반 이상

철근 누락 한국토지주택공사(LH)아파트 단지. 그래픽 김연아 기자.
철근 누락 한국토지주택공사(LH)아파트 단지. 그래픽 김연아 기자.

[충청투데이 김동진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아파트 건축 과정에서 지하주차장 철근 누락 등 부실 시공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LH 발주 공사와 관련한 설계·감리의 총체적 부실이 지속돼 온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31일 LH가 발주한 아파트 가운데 지하주차장 철근 누락 등 부실 시공 의혹을 받고 있는 15개 아파트 명단을 공개했다.

이 가운데 충북 음성 금석(A2 임대)·충남 공주 월송(A4 임대) 아파트 등 충청지역 2곳을 비롯한 5곳은 이미 입주를 마친 상태며, 충남도청 이전 신도시(RH11 임대)아파트 등 3곳은 입주가 진행중이어서 입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관련업계 등에선 LH 발주 아파트 공사 과정에서 감리 부실과 전관예우 등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면서 이같은 부실공사를 야기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LH가 지난해말 국회에 제출한 ‘공사현장 감리 인력 현황’ 자료를 보면, LH는 전체 사업장의 70% 정도를 자체감리해 부실 감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지적됐다.

더욱이 LH가 자체감리하는 166곳의 현장 가운데 법정 감리 인력 기준을 충족한 현장은 24곳으로 전체의 14.5%에 불과, 이같은 의구심을 더하고 있다.

전체 사업장의 감리인력 수 역시 법정 기준으로 966명을 배치해야 하나 실제 투입된 인력은 법정 기준의 절반 정도에 그친 501명으로 조사됐다.

자신들이 발주한 공사 현장을 자체적으로 감리하는 것도 모자라 법정 감리 기준도 지키지 않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감리인력이 제대로 투입되지 않아 2017년부터 2022년 8월말까지 LH가 시공한 주택에서 발생한 6133건의 하자 중 97% 정도를 차지하는 5767건이 감리인력 부족 현장에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LH 퇴직자들을 영입한 설계·감리업체의 공사 수주 비율도 전체 공사의 절반을 넘어 ‘전관예우’ 현상이 두드러졌다.

경실련에 따르면 LH가 2015년부터 2020년까지 발주한 설계용역 수의계약 536건과 건설사업관리용역 경쟁입찰 290건에 대한 수주 현황 분석 결과, LH 퇴직자 영입 업체 47곳이 전체 용역의 55.4%, 계약금액의 69.4%를 수주했다.

감리사업도 마찬가지다. 같은 기간 LH가 발주한 290건의 감리 사업중 40% 정도를 LH 퇴직자 영입업체가 따냈다.

경쟁입찰인 감리 공사를 LH 퇴직자 영입 업체들이 대부분 수주할 수 있었던 배경은 LH의 감리업체 심사 지침 때문이다.

심사 지침상 발주청 소속 감리 경력을 100% 인정, 전체 평가점수의 36점을 차지하는 경력 점수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도록 해놓았다.

이에 따라 자치단체 등 허가권자가 감리업체와 직접 감리계약을 체결, 감리업체의 독립성 확보와 책임 감리가 가능하도록 자치단체 등 허가권자가 감리업체와 직접 계약하는 공공감리 제도 도입 등 제도적 개선이 요구된다.

이와 함께 감리업체의 법정 인력 투입 등 수행평가도 강화, 부실감리에 대한 책임과 처벌을 강화하는 등 근본적 해결책 마련이 필요하다.

김동진 선임기자 ccj170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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