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월 지하주차장 지붕 구조물이 붕괴된 인천 검단신도시 모 아파트 공사장. 연합뉴스

[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사람은 기본적으로 ‘집’에 대한 애착이 있다. 집은 단순 사는 곳을 넘어 심신의 안정을 찾는 ‘보금자리’다. 각박한 사회생활 속 안식처이자 도피처다. 우린 삶의 절반 이상을 집에서 보낸다. 집은 우리 추억을 공유하고 또 생성한다. 우린 집을 사기 위해(buy) 살기 위해(live) 노력한다. 집 때문에 웃고 집 때문에 운다. 인간생활의 3대 요소인 ‘의식주(衣食住)’에도 집이 빠지지 않는다. 이렇듯 집은 우리 삶의 중요한 부분이다. 그렇기엔 집은 어느 곳보다 안전해야 한다. 집이 불안 요소가 돼선 안된다.

☞바람과 달리 우리의 집은 안전하지 않았다. 지난 4월,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지하주차장이 무너졌다. 이 아파트는 LH가 발주하고 GS건설이 주시공을 맡았다. 속을 들여다보니 모든 게 엉터리였다. 설계·시공·감리까지 다 문제였다. 사고의 가장 큰 원인은 ‘철근 누락’이다. 구조설계상 32개 기둥에 전단보강근(철근)이 필요했다. 하지만 적용된 건 17개 기둥뿐이었다. 15개 기둥엔 철근이 없던 것이다. 이대로 지어져 입주했다면 대참사가 일어날 수 있던 상황이었다.

☞더 아찔한 것은 이 일이 ‘빙산의 일각’이란 점이다. 으레 그렇듯 일이 터지자 살피기 시작했다. 국토부는 LH가 발주한 ‘무량판 구조’ 아파트 단지 91곳을 조사했다. ‘무량판 구조’는 수평 기둥인 보(beam) 없이 기둥이 위층 구조인 슬래브(slab)를 지탱하도록 만든 건물 구조다. 이 공법 자체가 문제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전단보강근(철근)을 빠뜨리면 ‘문제가 된다’. 인천 주차장도 철근을 빠뜨렸기에 무너졌다. 1995년 1500명의 사상자를 낸 삼풍백화점도 무량판 구조였다. 다만 삼풍백화점은 철근이 아니라 ‘지판’이 없거나 약했다. 게다가 불법 증축까지 해서 옥상부가 냉각탑 무게를 버티지 못했다. 이런 참사가 있었기에 무량판 구조는 더 안전을 요해야 한다. 과거를 보고 배웠어야 했다.

☞그러나 한국은 ‘안전불감증’이란 어마어마한 고질병이 있다. 국토부 조사 결과 91곳 중 15곳이 철근이 빠진 이른바 ‘순살아파트’인 것으로 밝혀졌다.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은 곳들이다. 심지어 5곳은 이미 입주민들이 살고 있다. 또 3곳은 현재 입주 중인 단지다. 입주민들의 불안감이 클 수 밖에 없다. 정부는 민간 아파트까지 조사 대상을 확대해 293곳을 전수 조사할 예정이다. ‘공포의 아파트’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국민 절반이 아파트에 사는 ‘아파트 공화국’의 부끄러운 현실이다. 아파트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다. ‘누락’이나 ‘부실’ 같은 단어가 살아선 안되는 공간이다. 왜 집에서 생존을 걱정해야 하나. 집까지 무너지면 정말 답이 없다. ‘붕괴공화국’만큼은 막아야 한다.

김윤주 뉴스플랫폼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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