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곤·충남본부 기자

[충청투데이 김중곤 기자] 허베이 유류피해기금을 취재하면서 허베이사회적협동조합(이하 조합), 해양수산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으로부터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안 된다’, ‘곤란하다’ 등 부정적인 거절이었다. 조합이 애초 유류피해기금을 어떻게 사용하겠다고 모금회에 승인받은 총괄사업계획서, 그에 맞춰 매년 어떤 식으로 기금을 집행하겠다고 계획한 연차별 예산안, 그리고 실제 지켰는지 담긴 결산안까지 기금을 둘러싼 자료 전반을 요청한 데 대한 답변이었다.

허베이 유류피해기금은 2007년 12월 태안 기름유출사고를 일으킨 책임으로 삼성이 모금회에 출연한 3067억원으로, 조합은 2018년 11월 모금회와 배분사업 계약을 체결해 2024억원을 받았다. 그런데 사업기간이 2028년까지인데 조합은 내부 갈등 등 이유로 2019~2021년 전체 기금의 7.8%만 사용했고, 저조한 집행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기금 문제의 근본은 지지부진한 집행인 만큼, 돈이 얼마나 더디게 쓰였는지 파악하려면 총괄사업계획서와 연차별 예산안 및 결산안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감독기관인 해수부와 모금회는 협동조합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불가하다고 선을 그었고, 기금운용기관인 조합은 현재 재판에 휘말린 이사장의 불허로 안 된다고 가로막았다. 아무리 자율성이 뒷받침돼야 하는 협동조합이라지만, 2024억원이라는 막대한 금액의 유류피해민 보상금이 베일에 감춰진 것이다.

불투명한 기금 내역은 피해 당사자인 조합원을 상대로도 이어졌다. 기금이 조합 내부 갈등 등 이유로 정상 집행되지 않고 있다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와 언론보도로 알려진 만큼 조합원 입장에서는 기금이 자신을 위해 투입됐는지 자료를 요청할 수 있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익명의 조합원은 조합 본부에 총괄사업계획서 등을 공유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내부 갈등이 극에 달해 어렵다고 무시당했다고 한다. 감독기관이 그토록 보장해야 한다고 말한 조합의 자율성에 피해 당사자인 조합원의 권익 보장 및 보호는 없는 것이 묻고 싶은 대목이다.

유류피해기금을 취재할수록 확신에 든 생각은 언제까지 수천억원에 달하는 보상금을 소수 피해민만의 문제로 치부할 것이냐는 점이다. 피해민 한명한명에 기금을 나눠주지 않았고 일반 협동조합이 아닌 사회적협동조합의 형태로 기금을 운용하는 만큼 과연 이 돈이 피해민, 나아가 지역사회 전반을 위해 올바르게 쓰이고 있는지 누구나 따져볼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2007년 12월 충남 태안 앞바다를 뒤덮은 기름은 이제 걷혔지만, 이를 둘러싼 지역사회의 갈등과 피해 회복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이제는 검은 기름으로 얼룩졌던 바다뿐만 아니라, 피해민을 위해 온전히 쓰여야 할 기금도 투명하게 닦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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