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대덕특구 50주년에 찾아온 위기, 매력 잃은 정부출연연구기관
下. 연구현장의 목소리
PBS 탓 인건비 버는 분야 집중
NST, 처우문제 관련 목소리 無
자율성 확보하는 환경 조성 필요

연구원 = 충청투데이 그래픽팀. 
연구원 = 충청투데이 그래픽팀. 

[충청투데이 이정훈 기자] 연구진 이탈현상으로 연구현장의 위기감이 짙어지고 있다.

특히 과학기술 원천기술 개발을 토대로 국가 경제 성장에 이바지하고 다양한 산업을 이끌어 냈던 정부출연연구기관 소속 연구진들의 이탈은 국내 과학기술계에 뼈아픈 대목으로 여겨지고 있다.

연구에 전념할 유능한 인력이 빠져나가는 문제뿐 아니라, 인재들이 더 이상 출연연 입성을 선호하지 않는 문제까지 불거지고 있는 실정. 대덕연구개발특구 출범 50주년, 정부 R&D 예산 30조원 시대 개막 등 과학기술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는 시기지만 정작 연구현장에선 큰 격변을 맞이하고 있는 모습이다.

대다수 과학기술인은 출연연 인력이 연구현장을 떠나고 있는 현실적인 이유로 ‘처우’와 관련이 있다고 진단했다.

문성모 출연연 과학기술인협의회총연합회장은 "연구현장을 떠나는 사람이 중견급이냐 초임이냐에 따라 사유가 다양하겠지만, 근본적으로 보수 등 처우적인 문제가 가장 큰 요소 일 것"이라며 "현재 출연연을 바라보는 시각이 연구보상은 물론 특별히 명예를 높게 평가하지도 않아 사기가 매우 떨어진 상태"라고 전했다.

규제 등 연구몰입에 도움되지 않는 환경적 요소가 생겨남에 따라 출연연을 떠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장성 대덕연구개발특구기관장협의회장은 "출연연 연구진의 이직 사유를 타 기관에 비해 처우나 봉급 차이 등으로 볼 수도 있지만, 더욱 근본적 원인은 연구환경적인 부분인 것 같다"며 "연구에 재미를 느끼고 오랜 시간 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이 받쳐줘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대표적으로 연구과제중심제도(PBS) 도입에 따라 흥미나 자신 있는 분야를 선택하는 것이 아닌 연구자들이 인건비를 벌어올 수 있는 연구분야에 매진할 수 밖에 없는 등 다른 외 적인 요인이 크다"고 분석했다.

연구환경 개선 문제는 수년전부터 불거져 왔던 사안이다.

2016년 과학기술인공제회가 사기업, 출연연, 연구기술직 외 인력 등 공제회 회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과학기술인, 복지 관련 인식조사’에서 연구환경 만족도 가장 낮게 나타난 그룹은 바로 정부출연연구기관(100점 만점 중 42.1점)이었다.

당시 ‘성과 위주의 PBS제도’, ‘지나친 행정 업무’와 ‘잦은 정책 변화’ 등이 주된 요인으로 꼽혔지만 현재까지 개선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5개 출연연을 소관하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의 역할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해 과학기술계 최대 쟁점이었던 처우 문제에 대해 NST의 목소리는 없었고, 출연연을 대변 하고자 하는 의지도 없었다는 주장이다. 이밖에 정책 노선에 따라 출연연 고유의 역할이 변화하는 문제를 꼽기도 했다. 출연연 한 관계자는 "과학기술의 성과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하지만 정부정책 기조나 3년 간 보장을 받은 원장의 정책 노선에 따라 자주 변화하기 때문에 지속성 면에서 아쉬울 때가 많다. 때문에 연구진들도 휘둘릴 수 밖에 없는 것"이라며 "보상, 정년, 연구환경 등 출연연을 떠나는 이유는 여러가지다.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출연연 연구진이 연구에만 매진할 수 있도록 자긍심을 심어주고 자율성을 확보하는 환경을 보장해주는 것이 핵심일 것"이라고 말했다. <끝>

이정훈 기자 classystyl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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