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공공기관 혁신 공운법… 경직된 연구현장 해답을 찾다
<글 싣는 순서>
上. 갈길 먼 연구인력 충원
中. 공공기관 혁신 여파…손 못대는 경상비
下. 연구현장, "이대론 과학강국 실현 어렵다"

中. 공공기관 혁신 여파…손 못대는 경상비
시설유지·보수공사·출장비 등 포함된 ‘경상운영비’
매년 예산 세울때 경상비부터 줄이는 풍토 생겨나
현장 "연구환경 악영향"… 교육·복지비 줄이는 곳도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소관 출연(연) 경상운영비 예산 내역 = 충청투데이 그래픽팀.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소관 출연(연) 경상운영비 예산 내역 = 충청투데이 그래픽팀. 

[충청투데이 이정훈 기자] 최근 과학기술계에서 인력 유출과 연구환경 황폐화 문제를 거론하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원인이 ‘경상비 운영정책’ 때문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가연구개발 예산은 올해 30조원을 넘어서는 등 매년 규모가 증가하는 추세다.

반면 연구원 운영이나 구성원들의 처우를 위한 비용이 포함된 ‘경상운영비’는 제자리걸음이거나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이로인해 연구환경을 더욱 열악하게 만들어가고 있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29일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로부터 받은 ‘연구회 소관 출연연 경상운영비 예산 및 결산 내역’에 따르면 전체 정부출연금 기준 경상비는 2021년 904억 2600만원에서 2022년 840억 2800만원으로 약 60억원 규모가 줄었다.

출연연 별로 살펴보면 에트리는 2021년 40억 5200만원에서 2022년 37억 1500만원으로 삭감됐고, 표준연은 2022년 61억 4400만원에서 올해 61억 3600만원으로 줄었다.

출연연 예산집행은 기획재정부 지침에 따르는데, 기재부에서 정한 경상운영비 이상을 사용할 수 없는 구조다.

통상 경상운영비에는 공공요금이나 시설 유지, 보수공사, 업무출장, 해외연수, 복지경비, 교육훈련 경비 등 연구개발 이외 모든 비용이 포함된다.

사실상 기관 운영에 소요되는 대부분의 비용이 경상비로 지출되고 있다.

각 출연연마다 추진하는 대형사업이나 시설 건립 등에 따라 경상운영비는 변동될 수 있다.

그러나 연구 현장에선 매년 예산을 세울 때 일단 경상비부터 줄이는 풍토가 생겨나, 다양한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는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정부가 출연연 재정운영 효율화를 내세우거나, 지난해 공공기관 혁신안 등을 요구하며 그 여파가 직접적이진 않아도 경상비는 자연스레 줄이는 구조가 됐다는 것.

일부 연구기관에선 부족한 운영비 확보를 위해 교육비, 복지비 등을 줄이고 있는 상황까지 연출되고 있다.

실제 행사지원비, 문화여가비 등이 축소되거나 사라진 기관이 상당수인 것으로 전해진다.

일부 연구소는 1분기가 지난 현재까지도 경상비 배정이 이뤄지지 않아 기관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하소연까지 나오고 있다.

출연연 한 관계자는 "각 출연연마다 연구비가 늘어났다면 그만큼 지출도 늘어나게 된다. 하지만 경상운영비 규모는 줄어들고 있다"면서 "연구비 대비 경상운영비를 지속해 삭감하는 것은 연구환경이나 직원 처우에 악영향을 전하고 있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당장 줄일 수 있는 복지비부터 줄이는 등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상황"이라고 덧붙혔다.

일각에선 하나의 기관 차원에서도 연구비를 경상비로 운영 할 수도 없고, 또한 연구비 대비 매우 적은 수준의 경상비로 인해 연구자와 행정직 간 융화가 안되고 있다는 목소리도 제기하고 있다.

이와함께 연구소 행정직들은 경상비 삭감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출연연 소속 한 행정연구원은 "이제 경상비를 올려 달라는 요청 자체도 눈치가 보일 지경"이라며 "한정된 재원안에서 에너지비용이나 다양한 외부요청에 따른 예산을 처리하기 위해 여기저기 줄일 부분만 찾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연구비가 오르면 당연히 기관의 운영 비용도 증가하게 되는데 경상비는 줄어드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classystyl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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