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대덕특구 50주년에 찾아온 위기, 매력 잃은 정부출연연구기관
上. 출연연 떠나는 연구자
연구자 이탈문제 지속 제기됐지만 해결 방안 여전히 숙제
자발적 퇴직 사유 ‘학계 이동’ 최다, ‘산업계 이동’ 뒤이어
젊은 인력 이탈 증가 추세… 자발 퇴직 가속화 우려도 제기
처우·근무환경 나은 학교·기업으로 옮기는 만큼 개선 절실

연구원 = 충청투데이 그래픽팀.
연구원 = 충청투데이 그래픽팀.

[충청투데이 이정훈 기자] ‘대한민국 과학기술 1번지’ 대덕연구개발특구(대덕특구)가 출범 50주년을 맞았다. 지난 50년간 국가 경제 성장에 이바지해 오는 등 눈부신 성과를 이룩해 왔다. 그러나 대내·외적 환경이 급변하면서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과학기술분야 정부출연연구원(출연연)의 연구자 이탈 문제가 수면 위로 급부상하며 연구 중심축이 흔들리고 있다. 심지어 연구자들의 출연연 기피 현상까지 나타나면서 국가 과학 기술의 ‘위기론’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 충청투데이는 출연연이 직면한 문제를 짚어보고, 실제 연구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편집자 주>

2017년부터 2021년까지 과학기술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을 떠난 연구자가 10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연연 연구자들의 이탈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사기진작 및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져 왔지만, 좀처럼 해결방안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1일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로 부터 받은 ‘출연연 자발적 퇴직자 이직현황’(정규인력 의원면직·희망퇴직 기준)에 따르면 2017~2021년 동안 출연연을 떠난 연구자는 모두 1050명이다.

2017년과 2018년 각각 179명과 169명의 연구인력이 출연연을 떠난 이후 2019년(223명)부터 200명대로 증가폭이 두드러졌고 2020년 229명, 2021년 250명 등이 출연연 연구현장을 떠났다. 자발적 퇴직 사유를 보면 ‘학계’ 이동이 462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산업계(99명), 민간연구소(12명) 등으로 집계됐다.

‘기타’로 분류된 연구자 389명의 경우 사유가 불분명하지만 학계 또는 산업계로 이동했을 것이란 관측이다.

특히 과거의 경우 책임급 이상 연구진 이탈이 많았다면, 최근 들어 일반 연구원급 이하 젊은 인력의 이탈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실제 2018년부터 전체 자발적 퇴직 인력 중 연구원급 이하 비중이 28.2%로 나타났고, 2019년 28.5%, 2020년 29.7% 등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출연연 연구자들의 이탈은 매년 국정감사의 단골 메뉴로도 등장하고 있다. 2011년 국감에선 출연연을 둘러싼 연구환경이 열악해지고 있다는 점이 부각됐고, 출연연을 떠나 대학 등 으로 이직하는 비율이 급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2017년 국감에선 2011년~2017년 자발적 퇴직자가 1261명에 달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갈수록 출연연 연구원의 자발 퇴직이 가속화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돼기도 했다.

최근까지 같은 현상이 반복되면서 우려가 현실화 된 셈이다.

25개 출연연을 육성·지원하는 총괄 기관인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도 연구 인력 이탈현상을 심각한 사안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김복철 NST 이사장은 최근 대덕특구 기자단과 간담회에서 "과거 출연연에는 우수한 인재들이 몰려 국가 경제성장에 큰 역할을 했으나, 요즘들어 처우와 근무 환경이 열악해지면서 출연연 지원자도 눈에 띄게 줄고 있다"며 "우수한 연구인력은 출연연보다 억대 연봉과 거액의 성과급, 근무 환경과 복지제도가 좋은 대기업, 대학 등으로 쏠리고 있다. 국가 전략·원천기술의 거점 연구소로 다시 자리매김하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할 때"라고 밝힌 바 있다.

과학기술계 안팎에선 출연연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덕특구 한 인사는 "연구자 입장에서 출연연에 대한 매력을 느끼고 선택도 할 수 있도록 유인책이나 연구환경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출연연이 국가과학기술 발전의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도 이 사안을 관심을 갖고 바라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classystyl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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