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나이가 드니 회상만 는다. 하나를 보면 열을 반추한다. 생각이 꼬리를 문다. 머릿속에서 ‘마인드맵’을 그린다. 세상을 뒤덮은 벚꽃을 보고도 그렇다. 흐드러진 꽃들 속에서 과거가 흘러온다. 시간 여행은 스무 살에 멈춘다. 그도 그럴 것이 스무 살의 벚꽃이 유난히도 예뻤다. 벚꽃놀이를 갔던 그날은 여전히 생생하다. 오전 강의가 끝난 뒤. 친구들과 무심천까지 20분을 걸었다. 단지 벚꽃을 보기 위해서였다. 물론, 캠퍼스를 거닐면서도 벚꽃을 봤다. 하지만 왠지 그건 ‘벚꽃놀이’라 말하고 싶지 않았다. 공(공부)
[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적응력이 무섭다. 최초 확진자에 벌벌 떨던 때가 있었다. 특정 지역의 확산세가 심할 때 방문을 자제하기도 했었다. 2년 전, 대전지역 최초 확진자가 나왔을 땐 공포까지 느꼈었다. 이후 누적 확진자가 100명 안팎일 때도 마찬가지다. 연신 확진자의 동선을 들여다보곤 했다. 친구의 사돈 팔촌이 걸렸다 해도 놀라던 시절이었다. 코로나는 그 정도로 공포의 대상이었다. 호랑이가 곶감을 무서워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겪어보지 않았기에 코로나가 무서웠다. 확진자라는 낙인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
[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코스트코에 가면 꼭 사는 게 있다. ‘연어’다. 샐러드가 곁들어진 것이나 횟감용 필렛(덩어리) 형태로 구매한다. 집으로 돌아와 하얀 접시에 붉은 연어를 담는다. 그리곤 소주를 꺼낸다. 소주 한 잔을 입안에 털어 넣는다. 연어를 집어 든다. 어쩜 연어는 색깔조차 맛있나 싶다. 영롱한 붉은 자태에 이미 취한 기분이 든다. 연어를 입에 넣고 나면 더하다. 부드러운 살점이 사르르 녹는다. 감탄이 절로 난다. 술이 어느 정도 올라오면, 드넓은 노르웨이 해역을 항해하는 기분까지 든다.☞연어를 예찬할 이유는 또 있다
[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살면서 가장 한심하다고 생각했던 부류가 있다. 말보다 ‘주먹’이 먼저 나가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대화할 의지가 없다. 상대방의 논리 따위 중요하지 않다. 그저 자신의 기분만 중요하다. 상대방이 자신을 무시했다는 생각이 들면 이성을 잃는다. ‘입’을 여는 대신 ‘손’부터 움직인다. 사실상 깡패와 다를 바 없다. 물론 이런 사람들과는 엮이지 않는 게 상책이다. 하지만 인생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사회생활을 하며 이런 사람들과 마주칠지도 모른다. 심지어 내 상사일지도 모른다. 끔찍한 상상이겠지만 충격적인 사실은 따로 있다. 이런 사람
[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알고는 못 먹는다. 보고는 못 먹는다. 지난해 본 중국 알몸 배추 영상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구역질이 났다. 맨발 고춧가루 영상도 마찬가지였다. 그 영상들을 본 이후 중국산 김치는 못 먹겠다. 그전엔 중국산 김치를 먹어도 크게 신경 안썼다. 하지만 이젠 아니다. 원효대사도 해골물인 걸 알고 나서는 토하지 않았던가.☞이젠 국산 김치도 못 먹을 판이다. 엊그제, 국내 유명 식품업체 한성식품 자회사가 운영하는 김치공장의 위생문제가 불거졌다. 보도된 영상은 정말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직원들이 거뭇거뭇 한 배춧
[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해도 해도 너무한다. 베이징 올림픽을 보다 보니 부아가 치민다. 과거에도 올림픽 경기를 보며 분노를 느낀 적은 몇 번 있었다. 하지만 정말 이렇게 어이없던 적은 처음이다. 가장 큰 논란이 되는 건 쇼트트랙 남자 1000m 경기다. 준결승에서 한국의 황대헌·이준서는 준결승에서 각 조 1·2위로 들어왔다. 하지만 페널티를 받아 실격 처리됐다. 덕분에 중국 선수들은 결승에 진출했다. ‘황당 코미디’는 결승에서도 이어졌다. 1위로 들어온 헝가리 선수도 실격 처리된 것이다. 이러다 보니 ‘중국 추월하면 실격’이란
[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설 연휴, 지인들의 추천으로 한 드라마를 정주행하게 됐다. 원래 내 주 종목은 추리·스릴러이지만, 이번엔 살짝 장르 외도(?)를 했다. 드라마 제목은 ‘그 해 우리는’이다. 제목에서도 느껴지지만, 정말 풋풋한 드라마다. 포스터마저 청량하다. 이리 보고 저리 봐도 청춘 로맨스 다. 줄거리를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이렇다. 고등학생 시절, 전교 1등과 전교 꼴찌가 다큐 때문에 한 달간 짝이 된다. 그 후 미운 정이 들어 5년간 연애를 한다. 그러다 헤어진다. 그리고 이 드라마는 그 뒤를 그린다. 5년 전, 헤어
[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시작은 ‘보쌈’이었다. 청주 시댁에 보쌈을 사가려고 맛집을 검색했다. 족발과 달리 보쌈은 한돈을 쓰는 곳이 거의 없지만 혹시 있을까 해서 검색한 게 단초였다. 온라인에서 파도를 타다 삼천포로 빠져버린 것이다. 내가 처음 검색한 키워드는 ‘청주 보쌈 맛집’ 이었다. 그러다 ‘20년 전통 보쌈 맛집의 배신’이라는 카페 글을 보게 됐다. 기사를 공유한 글이었다. 기사 내용인즉슨 어느 20년 된 청주 보쌈 맛집이 독일산 고기를 써놓고 ‘국내산·독일산 혼합’이라고 표시해 처벌을 받았다는 거였다. 그러다 한 댓글을
[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정치판은 정말 까봐야 안다. 이기고 있다 해도 안심할 수 없다. 지고 있다 해도 실망할 필요 없다. 언제든 엎치락뒤치락한다. 선두가 탈락하기도 하고 꼴찌가 우승하기도 한다. 정말 드라마다. 반전은 계속된다. 현재 대선 형세만 봐도 그렇다. 그 반전의 주인공은 안철수 후보다. 불과 3개월 전, 안 후보는 이렇게 말했다. "제1야당 후보가 양보해 준다면 단일화 생각 있다" 사실 이때만 해도 모두가 비웃었다. 그저 ‘허세의 주인공’으로 취급됐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안 후보가 대선판을 흔든다
[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별난 세상이다. 별의별 사람들이 다 있다. 별의별 물건들이 다 있다. 얼마 전 모 광고를 보다 깜짝 놀랐다. ‘컵 워머’라는 생소한 물건 때문이었다. 사실 컵 받침대인데, 거기서 열이 올라온다. 그렇게 컵을 계속 따뜻하게 해준다. 커피·차가 식지 않는 셈이다. 심지어 차가 가장 맛있다는 55℃를 유지하게끔 설정돼있다. 이 물건의 신박함에 감탄했다. 하지만 한편으론 뭔가 씁쓸했다. 차가 식어가는 과정은 순리이다. 차의 온도로 시간이 지남을 느끼는 것도 묘미이다. 하지만 어느새 이것마저 불편함이 돼버렸다.☞
[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2021년 사회는 화가 났다. 수많은 어린 꽃들은 꺾였다. 지난해에 이어 아동 학대는 계속됐다. 대전에서도 20대 남성이 의붓딸을 강간하고 살해하는 일이 벌어졌다. 아이는 태어난 지 겨우 20개월 됐었다. 이런 분노스러운 사건은 전국적으로도 계속됐다. 구미에서는 세 살짜리 여자아이가 부패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또 용인에서는 이모 부부가 조카를 물고문해 사망하게 했다. 수원에서는 친부가 태어난 지 한 달 된 아이를 반지 낀 손으로 때려 숨지게도 했다. 지난해에도 끔찍한 아동학대 사건은 많았지만 달라지지 않
[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긴긴밤에 생각이 많아진다. 괜스레 쓸쓸한 기분에 옛 친구가 떠오른다. 10대 땐 ‘말’ 때문에 멀어졌다. 말 한마디에 친구 사이가 갈라졌다. 20대 땐 ‘사랑’ 때문에 멀어졌다. 연애하느라 친구는 뒷전이었다. 30대가 되니 ‘그냥’ 멀어진다. 딱히 이유가 있는 게 아닌데 어느덧 소수만 남았다. 일·가정이 바빠 친구에게 소홀했다. 바이러스 세상까지 닥치니 거리는 더 멀어졌다. 그러고 나니 이젠 번거로워졌다. 친구에게 연락하는 것조차 ‘일’이 돼버렸다. 부담이 될까 부담이 된다. 이유 없이 함께 웃던 시절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