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클릭아트

[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시작은 ‘보쌈’이었다. 청주 시댁에 보쌈을 사가려고 맛집을 검색했다. 족발과 달리 보쌈은 한돈을 쓰는 곳이 거의 없지만 혹시 있을까 해서 검색한 게 단초였다. 온라인에서 파도를 타다 삼천포로 빠져버린 것이다. 내가 처음 검색한 키워드는 ‘청주 보쌈 맛집’ 이었다. 그러다 ‘20년 전통 보쌈 맛집의 배신’이라는 카페 글을 보게 됐다. 기사를 공유한 글이었다. 기사 내용인즉슨 어느 20년 된 청주 보쌈 맛집이 독일산 고기를 써놓고 ‘국내산·독일산 혼합’이라고 표시해 처벌을 받았다는 거였다. 그러다 한 댓글을 봤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홈페이지에 가면 원산지를 속인 식당들이 다 나온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 링크를 타고 들어갔다.

☞들어가니 멈출 수 없었다. 청주부터 대전까지 다 훑었다. 위반 업소는 생각보다 많았다. 우리 동네 식당들을 보곤 배신감까지 들었다. 그러다 가장 많이 위반하는 유형이 눈에 보였다. 바로 중국산 김치를 써놓고 ‘국산 배추·중국산 고춧가루’라고 표기한 것이다. 사실상 반만(?) 속인 것이니 완전히 속이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중국산 김치를 국산 김치라 속인 것보다 낫다는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인 내 생각은 다르다. 일부 재료를 중국산으로 쓰며 솔직한 척 속인 게 더 나빴다. 또 ‘중국 알몸 절임 배추’ 논란을 생각한 계산 같아서 더 불쾌했다. 배추가 문제가 됐으니 그거만 속이면 된다는 생각인거 같아서다. 교묘하게 속인 게 더 짜증 난다.

☞사람들은 ‘기만’을 못 견뎌한다. 아무리 속고 속이는 인간사라 해도 속았다는 걸 알면 견딜 수 없다. 요즘 논란인 ‘프리지아 사태’도 이 맥락이다. 유튜버 프리지아는 넷플릭스 연애 리얼리티 ‘솔로지옥’에 나오며 큰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인기는 늘 그렇듯 양날의 검이다. 유명해진만큼 추락하기 쉽다. 보는 눈이 많아졌기에 논란거리도 많아진다. 프리지아는 화제가 된 후 ‘가품 논란’에 휩싸였다. 자신의 유튜브와 ‘솔로지옥’에서 가짜 명품을 착용했다는 거다. 그녀는 고급 아파트에 살며 자주 명품을 사는 모습을 보여줬다. 럭셔리한 일상을 공개해 ‘영&리치’ 콘셉트로 인기를 끌었다. 또 자신의 브랜드를 론칭하겠다고 밝혀왔기에 더 문제가 됐다. 지적재산권에 대해 무지하다는 비난이 커진 것이다. 그녀는 논란이 일부 사실임을 인정하고 사과하며 활동을 중단했다. 하지만 비난은 도가 지나칠 정도로 계속되고 있다. 이렇듯 기만의 대가는 때론 너무 쓰다.

☞사실 한 번도 속지 않은 사람은 없다. 어디에나 양치기는 있다. 나 역시 한 친구가 떠오른다. 그 아이는 경력·업무부터 가족 관련 일까지 거짓말을 했다. 놀라운 건 겉으로 보기에 정말 착해 보였다는 거다. 그래서 더 믿었다. 사실을 알고 나선 그래서 더 화가 났다. 그때 그 ‘미스 리플리’ 같던 친구를 보며 깨달았다. 차라리 대놓고 나쁜 놈이 낫다. 그게 차라리 투명하다. 정치인이라고 다를바 없다. 요새 선거판 후보들을 보면 선뜻 믿음이 가질 않는다. 왜 그렇게 웃고, 울고, 다치는지 모르겠다. ‘기간 한정’ 연기일까 의심스럽다. ‘연기대상’인지 ‘연기대선’인지 헷갈린다. 기만은 반드시 대가를 치른다. 쇼가 아닌 정직한 공약으로 승부했으면 한다. 청와대가 아닌 방송국에 갈게 아니라면. 김윤주 편집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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