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나이가 드니 회상만 는다. 하나를 보면 열을 반추한다. 생각이 꼬리를 문다. 머릿속에서 ‘마인드맵’을 그린다. 세상을 뒤덮은 벚꽃을 보고도 그렇다. 흐드러진 꽃들 속에서 과거가 흘러온다. 시간 여행은 스무 살에 멈춘다. 그도 그럴 것이 스무 살의 벚꽃이 유난히도 예뻤다. 벚꽃놀이를 갔던 그날은 여전히 생생하다. 오전 강의가 끝난 뒤. 친구들과 무심천까지 20분을 걸었다. 단지 벚꽃을 보기 위해서였다. 물론, 캠퍼스를 거닐면서도 벚꽃을 봤다. 하지만 왠지 그건 ‘벚꽃놀이’라 말하고 싶지 않았다. 공(공부)과 사를 구분하고 싶었다.

☞벚꽃보다 사람이 많았다. 구경객들 사이에서 줄지어 이동했다. 그러다 자연이 만든 포토존에서 포즈를 취했다. 당연히 머리엔 꽃을 꽂았다. 평상시에 꽂으면 ‘미친 여자’로 간주된다. 하지만 꽃놀이에선 이 꽃꽂이가 허용됐다. 여자뿐만이 아니다. 꽃을 꽂은 남자들도 넘쳐났다. 그곳에 가면 그렇게 꽃에 미치고 분위기에 취했다. 커플들은 더 핑크빛이 됐다. 가족들은 더 웃음꽃이 피었다. 그냥 꽃만 피었을 뿐인데 이상하게 즐거웠다. 비록 벚꽃 노래인 ‘벚꽃엔딩’이 나오기 전이었지만 그래도 좋았다. 세상이 아름다워 아무 노래를 들어도 좋았다. 심지어 동요를 들어도 좋았다. 걱정 없는 나이였고, 걱정 없는 세상이었다.

☞그 시절의 기분과 온도는 이 세상에 담겨있다. 바로 토종 SNS ‘싸이월드’다. 그땐 모든 걸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기록했다. 사진부터 일기까지 매일매일 올렸다. 참 부지런도 했다. 스무 살 ‘벚꽃놀이’ 속 찬란했던 그 순간도 이곳에 있다. 시대를 품은듯한 싸이월드는 사실 아픔을 겪었다. 2019년 10월 웹서비스를 중단했었다. 그리고 2년 6개월 만인 지난 2일 정식 서비스를 재개했다. 그리고 재출시되자마자 앱스토어 1위를 기록했다. 관련 주가도 고공행진했다. 그야말로 ‘화려한 부활’이었다. 추억을 찾으려는 손길이 많았던 덕분이다.

☞아쉽게도 막상 열린 미니홈피엔 적막만 가득했다. 부실한 콘텐츠 탓이다. 사진첩·미니룸 꾸미기 등 주요 기능의 복원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추억을 꺼내려는 유저들은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반쪽 오픈’이라는 비난도 받았다. 이에 싸이월드 제트 측은 개인정보보호법 때문이라며 순차적 복구를 약속했다. 유저로서 또 한 번의 기다림은 아쉽지만, 완벽히 복구될 날이 기대가 된다. 어떤 추억들은 지금 꺼내보면 ‘흑역사’일 것이다. 하지만 그래서 아름답다. 그 순간만 느낄 수 있었던 행복감이기에 그래서 눈부시다. 싸이월드가 어서 추억을 돌려줬으면 좋겠다. 머리에 꽃을 꽂았던 그 ‘미친 여자’를 다시 보고 싶다.

김윤주 편집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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