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저스2'가 며칠 전 1000만 동원 영화대열에 합류하였다. 제작 당시부터 요란스러운 마케팅을 펼친 터라 흥행 세몰이는 예상했지만 한 달도 안 되는 동안 세운 대기록에는 찜찜한 느낌이 뒤따른다. 개봉당일 전국 1731개 스크린에서 상영되어 점유율 43.5%를 기록했다는데 체감률은 이보다 훨씬 높았다. 거의 모든 상영관을 도배하다시피 같은 영화를 내건 현상은 감성문화 시대, 문화의 다양성과 소비자 선택권 보장 측면에서 여러 문제를 야기한다. 블록버스터 영화가 걸리는 달에는 백만도 못 넘기는 영화가 속출하고 그나마 상영관이 없...
▲ 사진=대전예술의 전당오줌싸개 동상, 초콜릿, 와플, 홍합요리 그리고 갖가지 맥주로 이름난 유럽의 강소국 벨기에는 현대무용의 실력자로 등장했다. 현대무용의 거장 모리스 베자르가 조국 프랑스가 아닌 벨기에에 자리잡았을 때에도 오늘의 위상을 예측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이웃나라 프랑스의 영향을 받아들여 나름 독특하게 변화시키고 그것을 향유하는데 익숙한 가운데 1980년대 말부터 벨기에 출신 안무가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독일이나 프랑스에 비해 무용역사가 길지 않음에도 무용강국으로 올라선 저변에는 전 세계 무용가들에게 문호를 개방...
1889년 파리 만국박람회 기념물로 세워진 에펠탑은 건립 당시부터 찬반논쟁이 뜨거웠다. 아름다운 도시에 철제탑을 세워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공사현장에는 격렬한 시위가 끊이지 않았다. 설계자 귀스타브 에펠(1832-1923)은 불굴의 의지로 공사를 강행하여 마침내 파리, 프랑스 나아가 유럽을 상징하는 아이콘, 랜드마크로 12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미지 제고와 수익 면에서 효자노릇을 하고 있다. 파리 만국박람회가 끝나면 철거할 예정이었다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지연되다가 결국 20세기를 넘어 21세기에 이르렀다. 도시 전체가 6,...
1975년 4월 30일, 북베트남군이 소련제 탱크를 앞세우고 사이공 대통령궁에 진입함으로써 지루하게 이어지던 베트남 전쟁은 끝났다. 남베트남 정부의 부패와 무능, 지리멸렬했던 대응자세 등으로 진작에 패색이 짙어가는 가운데 미군을 비롯한 연합군이 철수했고 아시아의 파리라고 불렸던 사이공은 하노이에 수도 자리를 내주게 되었다. 유신체제 4년차였던 당시 우리나라는 '월남 패망의 교훈'이라는 구호아래 체제수호를 위한 대대적인 대국민 계몽에 나섰고 '도이머이'라는 개방정책으로 베트남이 문호를 개방하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필요했다. 십년...
흡연과 폐암의 연관성을 거론한 연구결과가 처음 발표된 것이 1932년. 이후 속속 이어지는 다양한 연구는 담배의 위험성을 확산시켰다. 이런 흐름이 금연운동으로 파급되면서 1987년 5월 31일 세계보건기구가 세계금연의 날을 지정하였고 미국의 담배회사들은 공공보건을 저해, 파괴한다는 이유로 소송에 연루되어 거액을 배상하게 되는 등 여러 상황이 전개되었다. 대체적으로 흡연에 관대한 분위기였던 유럽에서는 2000년 들어 금연분위기가 고조되었다. 근대 이후 담배무역으로 부(富)를 축적하게 되자 여러 나라에서 담배사업에 눈을 돌려 엄청...
푹신한 소파에는 몸을 깊숙이 파묻듯 앉아야 하고 등받이가 없는 의자에는 꼿꼿하게 앉는다. 행락길은 캐주얼 차림으로 나서고 클래식 연주회에는 가급적 정장차림이 어울린다. 본인이 편하고 보기에도 좋다. 이렇듯 우리의 행동을 가늠하는 상식적이고 보편화된 척도를 T.P.O.라는 약자로 표현한다. 시간-time, 장소-place 그리고 상황을 의미하는 occasion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든 이 조어는 매너교육에서 곧잘 인용되는데 매너하면 대체로 거북하고 딱딱하며 형식과 제약적인 요소라는 느낌이 떠오른다. 사실 매너는 각기 다른 삶의 방...
시와 소설이 별로 읽히지 않는 풍토에서 노벨문학상을 기대하고 매년 가을 초미의 관심을 쏟는 저변에는 "우리 한국인이 마침내 노벨문학상을 탔다"라는 국위선양, 민족 자부심에 대한 염원의 발로라는 지적은 타당해 보인다. 최근 '주간 경향'은 '책 읽지 않는 나라 작가가 사라지는 나라'라는 무게 있는 기사를 실었다. 독서풍토 침체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건만 왜 책을 읽지 않는가하는 근원적인 물음에 이 기사는 간명한 답을 도출한다. "과거에도 읽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도 읽지 않는 것"이라는 것이다. 습관의 중요성이 새삼스럽다. 세계...
무슨 무슨 날이 하도 많다보니 어지간한 날에는 눈길이 비껴간다. 3월 20일 '세계 행복의 날'이라는 생소한 기념일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겠지만 미국 갤럽이 이날 발표한 각국의 행복지수는 그런대로 눈길을 끈다. 전수조사가 불가능하므로 일부에 한정된 표본조사 결과일 텐데 우리나라의 행복지수가 조사대상 143개국 가운데 118위라는 결과는 의외이다. 더구나 아르메니아, 가봉, 팔레스타인, 벨라우스, 코소보, 콩고(킨샤샤)같은 나라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순위에서 여러 생각이 든다. 단순히 국민소득이나 나라의 외형적 위상에 따른...
문학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라도 학교에서 배운 단편소설 '소나기' 제목과 대략적인 줄거리는 기억해낸다. 평화스러운 농촌을 배경으로 도회지에서 온 윤초시 손녀와 시골소년의 애틋한 정감의 교류, 수채화를 보는 듯 애잔하게 펼쳐지는 순수와 동심의 교감은 자동차 유리 와이퍼처럼 속세에 찌든 심상을 씻어준다. 이 작품을 쓴 황순원 선생(1915-2000) 의 탄생 100주년인 올해 '소나기'를 다시 읽어본다. '카인의 후예', '독짓는 늙은이', '나무들 비탈에 서다' 같이 빼어난 여러 문제작이 있음에도 황 선생하면 곧바로 '소나기'를...
오드리 헵번이 세상을 떠난 지 22년, 출세작 '로마의 휴일'이 제작되고 나서 6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로마의 휴일'은 흥미로운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도시를 아름답게 비춰낸 걸작으로 꼽힌다. 이 영화는 로마라는 도시가 존속하는 동안 끝없이 회자될 대표 문화콘텐츠가 될 것이고.틀에 박힌 일상에 지친 주인공 공주는 로마방문 중 시내로 빠져나와 신문기자와 조우하면서 짧은 로맨스를 엮어 나간다. 이들이 찾은 로마 시내 명소는 지금도 화면 속 모습 그대로, 오히려 영화와 배우들의 유명세에 힘입어 분주하게 관광객을 끌어 모은다. 유명도...
세계에서 유일하게 나라이름 영어명칭에 Q자가 들어간 나라. GDP 10만 달러 수준으로 세계 1~2위에 꼽히는 나라.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 모두 재임 중 방문한 나라. 원주민 국민에게는 복지혜택이 상상을 초월하는 나라…. 카타르를 설명하는 몇 개의 키워드가 될 수 있다. 아라비아 반도 한 켠에 돌출한 반도국가 카타르는 하루 80만 배럴 생산기준 앞으로 100년간 오일머니를 거머쥘 수 있다고 한다. 거기에 천연가스를 포함하여 두 분야 GDP가 50%를 넘는다. 농업은 0.1%정도이니 식량은 물론 플랜트, 소비재 대부분...
예산군 대흥면과 응봉면, 제천시 수산면과 박달재, 신안군 증도, 전주 한옥마을, 영월 김삿갓면을 비롯하여 전국 11개 지역이 슬로푸드로 느리게 사는 가운데 속도와 효율에 매달린 현대의 일상을 늦추며 느림, 작음, 지속성을 추구하는 국제 '슬로 시티'를 지향하고 있다. 아직 우리에게는 그리 익숙지 않은 개념인 슬로 시티는 이제 20년이 채 되지 않은 짧은 연륜 속에서 세계 각국 170여 도시, 지역이 공동보조를 취하고 있다. 이탈리아어로 '치타 슬로'인 슬로 시티의 원조 오르비에토. 그라베 인 키안티, 브라 그리고 포시타노와 함...
고위 공직자, 손꼽는 기업인들의 비리와 부정, 횡포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계층 간 갈등과 위화감은 높아만 간다. 존경받는 재벌이 드물고 사회적으로 '어른'을 찾기 힘든 세상은 불행하다. 귀감이 될 큰 인물, 본받을 스승이 사라지면서 편법과 요령, 욕망이 득세하는 세상으로 옮아간다. 사표(師表)가 될 만한 사람들이 특히 정치권에 발을 디디면서부터 이내 망가지고 마는 모습에서 그런 징후는 굳어진다. 그 사람만은 그러지 아니할 것이라고 믿었는데 하루아침에 부패인사로 몰락하는 경우가 너무 잦다. 그래서 모두가 존경하는 인물을 가진 나...
다소 주춤한 상태에 있는 한류를 재점화하려면 다양한 콘텐츠 개발이 중요하다. 아이돌 가수들과 몇몇 연예인의 간헐적인 활동과 드라마, 영화 그리고 조그만 상술에 치중한 한류는 태생적 한계로 이내 식상해지기 때문이다. 요즘 밀려오는 중국인 관광객, 이른바 요우커들의 관심사는 쇼핑이나 음식, 성형시술 등 종전과 다소 다른 흐름을 보이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유럽까지 맹렬하게 뻗어갔던 k-pop열기도 '강남스타일'이 시들하면서 주춤해진 듯하다. 중국, 일본, 동남아, 유럽에 이어 중남미, 대양주로 이어지기를 기대하였지만 여의치 ...
'생수'라고 불리는 음용수가 우리 사회에 본격 보급된 것은 대체로 1988 서울올림픽과 1989 해외여행자유화 이후 외국과의 문물 교류가 급속화 된 즈음이라고 기억한다. 마침 수돗물에 대한 불신이 증폭되던 시기였는데 석회질이 함유되어 수질이 좋지 않은 유럽국가에서 상용하는 시판 병입생수가 우리나라에도 본격 도입된 것이다. 팍팍한 세상살이에 국민들의 갈증이 전보다 심해졌는지 이제는 생활상비품이자 각종 회의, 행사, 공연 스포츠 관람은 물론 강의실에도 한 병씩 들고 오는 필수품목이 되어 엄청난 시장규모로 성장하였다. 예전 수돗물을...
2004년 4월 KTX 개통은 100년이 넘는 우리 철도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비록 서울-부산 400여㎞에 3시간 가까이 소요되어 KTX가 모델로 삼은 프랑스 TGV 시속 300㎞에는 한참 뒤떨어지지만 전국 반나절 생활권이라는 나름의 의미를 부여할만했다. 파리에서 리옹까지 500㎞를 정확히 2시간에 주파하는 TGV는 종국에 우리 KTX가 지향할 롤 모델이 될 듯하다. 서울-대전 무궁화호는 2시간, 새마을호는 그보다 10여분정도 빠르지만 KTX로는 1시간 남짓. 여기서 절약하는 1시간의 효용과 요금차액 1만여원을 비교해본다. ...
1월 7일 끔찍한 총기난사 테러를 당한 프랑스 파리 풍자신문 '샤를리 엡도'가 황망 중에도 업무를 재개해 1월 14일자를 펴냈다. 동료가 목숨을 잃는 현장을 목격한 터라 심리치료 등을 받으며 심신을 추스르기에 바빴을 터인데도 다음 신문을 제작한 프로정신은 높이 살만하다. 일간지 '리베라시옹'이 사무실을 빌려주었고 '르몽드'가 컴퓨터와 기자재를 제공하는 등 후의가 잇따르는 가운데 "내가 샤를리다"라는 구호를 든 수많은 시민과 외국정상까지 가세한 지원시위에도 힘을 얻었을 법하다. 1월 14일자 신문 표지 역시 "모두 용서한다"는 ...
유럽만화의 본거지 프랑스에서는 만화를 '제9의 예술'로 인식하며 우리가 가지고 있는 만화에 대한 선입견을 뛰어넘어 교육적 효과는 물론 삶을 즐기며 사회를 조망하는 채널로 활용하고 있다. 민감한 현안으로부터 국가, 대외정책에 이르기까지 만화와 삽화를 통한 풍자는 대중의 공감대를 형성하여 외연을 넓히고 있다. 새해가 열린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프랑스에서 날아든 테러 소식은 평화를 소망하는 올 한해의 전망을 어둡게 한다. 경찰 2명을 포함하여 12명이 희생된 언론사 폭탄테러가 발생한 프랑스 시사지 '샤를리 엡도'는 대표적인 사회풍...
양(羊)자와 결합된 한자어는 대부분 긍정적, 전향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음은 우연이 아닐 겁니다. 羊+大=美, 羊+我=義, 羊+示=祥, 羊+食=養, 羊+君=群등 많은 한자는 대체로 우리 삶의 근간을 이루는 화두로 보기에 부족함이 없지요. 양의 탈을 쓴 인간이라는 뜻의 佯자를 제외하고는. 양은 다른 사람을 해치거나 배반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그 착한 성품과 인내 뒤에는 숱한 희생과 피해가 쌓여왔던 것입니다. 프랑스 17세기 우화작가 장 드 라 퐁텐의 '우화시'에서 양은 냉혹한 동물세계 각축 속에서 늘 희생되는 순박한 마이너리티...
우리나라에서는 드물지만 외국 대도시 전철이나 역구내, 지하도, 통행이 많은 도로변에서는 거리 악사들의 연주를 들을 수 있다. 특히 지하철역 구내, 열차 안에서 활동하는 악사들은 당국의 오디션을 거쳐 합격하면 등록명찰을 패용하고 연주활동을 벌인다. 발걸음을 멈추고 귀 기울이는 행인들이 주고 가는 소액을 모아 생활비를 충당하는데 이런 종류의 활동이 지속되는 걸 보면 많지는 않더라도 생계유지는 되지 않나 싶다. 자신의 연주녹음 CD를 판매하여 부수입을 올리기도 하고 드물지만 연주에 감명 받은 행인이 쾌척하는 거액을 챙길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