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 조용필 가수의 노래 '킬리만자로의 표범'은 대중가요 가사에 저명한 외국인물 실명이 등장한 희귀한 사례였다. "...이 큰 도시의 복판에 이렇듯 혼자 버려진들 무슨 상관이야. 나보다 더 불행하게 살다간 고흐란 사나이도 있었는데..." 기나긴 독백 속에 잠시 스치듯 등장하는 화가 고흐의 이름은 5분 20초나 걸리는 긴 노래에 강렬한 흡인력을 북돋웠다.고독과 궁핍 속에서 짧은 삶, 강렬한 아우라를 남긴 빈센트 반 고흐(1853∼1890)는 잘 알려진 예술가인 동시에 그간 여러 면에서 왜곡되거나 사실과 차이 나는 일종의 신드롬을
꼭 3년 6개월 전 서울대공원에 있던 돌고래 금동과 대포가 제주 앞바다 가두리로 옮겨져 적응훈련을 마치면 방류될 예정임을 반기는 컬럼을 쓴 적이 있었다. 지능이 높고 감정 표현이 풍부한 돌고래는 바다를 누비며 이따금 솟구쳐 오르다가 다시 잠수하는 모습이 장관이다. 그러나 좁은 수족관에 가두어 놓고 먹이를 미끼로 단순 동작을 반복시키는 행태는 이제 그만 보아도 좋을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하였다.창경궁을 창경원이라는 이름으로 격하시키고 동물원과 식물원을 조성한 일제강점기의 식민정책으로 시작된 동식물 관람의 역사는 창경원이 다시 창경궁으로
공중파나 케이블 TV를 막론하고 여전히 대중의 관심을 끄는 맛집 소개 프로그램, SNS에 넘치는 음식관련 포스팅 그리고 조금만 소문이 나면 때를 가리지 않고 식당입구에 늘어서는 대기행렬 등은 우리가 오래 식탐사회에 머물러 있음을 보여준다. 맛집 음식이 다른 업소에 비하여 월등할까. 블라인드 테스트로 판별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지만 연일 줄을 서는 식당의 음식 맛이 나름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보이기는 한다. 고객이 몰려드니 우선 식자재 소비가 원활하여 신선한 재료를 확보할 것이고 명성에 힘입어 업소 측에서도 맛과 품질 관
1958년 개봉한 영화, 권영순 감독의 '오부자'는 본격 희극영화의 출발을 알린 기념비적인 작품이었다. 개성이 강한 네 아들이 이런저런 사연 끝에 각기 신부감을 맞아 합동결혼식을 올린다는 단순한 줄거리인데 아버지 역 이종철을 비롯하여 양훈, 양석천, 김희갑, 구봉서라는 걸출한 희극인들이 이름을 널리 알린 계기가 되었다. 6.25 이후 회복기, 궁핍했던 정서를 훈훈하게 어루만진 이 영화를 계기로 1960년대에는 희극영화가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다. 그러는 사이 텔레비전이 본격 보급되면서 코미디 중심은 TV로 옮겨와 안방극장 웃음의 진원
"유럽 여러 나라의 민족성을 짧게 비유하는 이야기가 한 가지 있다. 낙타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하라는 과제를 받고 난 뒤 영국인은 즉시 사막으로 달려가 텐트를 치고 낙타를 관찰한다. 끈기 있게 기다리다가 이윽고 낙타가 나타나면 그 움직임과 생태, 먹이, 배설물 등 세세한 부분까지 관찰하여 기록한다. 그 보고서는 서론, 본론, 결론도 없이 낙타의 실생활에 관한 일지로 정확한 데이터와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 독일인의 경우에는 도서관으로 달려가 낙타에 관한 온갖 책과 자료를 수집한다. 실로 방대한 참고문헌을 모은 뒤 두문불출하면서 집필에
양복, 양산, 양식, 양담배... 이런 어휘들의 앞부분에는서(西)자가 빠져있다. 표현이 불완전해도 그것이 서양에서 전래된 문화산물임을 모두 알고 있다. 그리고 그 선진성을 인정하며 우리보다 나은 품질과 수준에 암묵적으로 동의했던 것이다. 주로 미국과 유럽 여러나라로 함축되는 '서양'의 수월성은 우리가 배울 것이 있는 나라, 우리보다 앞선 문물과 사회수준, 국민의식으로 벤치마킹할 대상으로 여겨왔다.코로나19에 대처하는 국가방역체제, 국민들의 자각심과 규정준수 수준 그리고 국가적, 세계적 위기에 즈음한 사회분위기와 극복노력 등 여러 면
작년 초 개봉한 영화 '말모이'는 독특한 작품이었다. 우리말 우리글의 수난사를 적절한 픽션을 가미하여 인상 깊게 그려냈다. '감동과 즐거움'이라는 교과서적인 예술의 사명에 충실했다. 286만 명을 동원하여 흥행 면에서 다소 아쉬운 느낌이 있지만 이런 소재로도 재미와 교양을 고루 갖춘 극영화가 관객에게 호소력 있게 다가간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점에서 기억할 만하다.이 영화의 모티브가 된 '말모이'란 우리나라 최초의 국어사전을 지칭하는데 주시경 선생 등이 1910년 경 조선 광문사에서 편찬하다가 발간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민족문화사에 기록
엘리트 체육 못지않게 수준과 저변이 깊고 넓어진 생활체육은 삶의 수준을 높이는 중요한 촉매가 되고 있다. 사회 체육과 엘리트 체육은 상호 보완, 자극 기능으로 스포츠라는 큰 바퀴를 굴리는 원동력을 이룬다. 서로의 영역과 역할을 존중하면서 직, 간접으로 상부상조하는 가운데 스포츠 강국의 기틀이 굳어지기 때문이다.예술에서도 전문인들의 축적된 기량과 경험이 이룬 경지와 그들의 역량에는 못 미친다 하더라도 열정과 순수성 그리고 나름의 목표를 향한 생활예술의 저력은 나날이 성장하고 있다. 미술, 음악 분야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전문 수준
지방자치 시행 30년이 가까워온다. 그간 갖가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외형적으로는 어느 정도 궤도에 접어든 듯 하지만 실효성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기초자치 단체장과 의원들의 자질 논란 역시 계속되고 있다. 단골 질타사유인 외유성 해외연수는 물론 선거법 위반, 각종 부정비리, 성추문 급기야는 절도 행각에 이르는 등 지자체 관련 일부인사들의 역량, 품격 그리고 투입예산 대비 효율성 관련 시시비비는 여전히 현재진행 형이다.인구 3∼4만의 농어촌 지역을 비롯하여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역은 과감히 통폐합하여 행정서비스를
국립극단의 이른바 '온라인 극장' 시범서비스는 국립예술단체의 새로운 시도의 하나로 예사롭게 보아 넘길 일이 아닌 듯하다. 코로나 확산에 따른 공연예술계의 초토화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국립극단이 신작을 무대가 아닌 온라인에서 개막한다는 사실은 향후 여파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비상시기 일회성 조치가 아니라 앞으로 국립극장 라인업의 정규멤버로 정착시킨다니 국공립 공연장은 물론 특히 사립 공연장, 소극장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다. 온라인 관람에 따른 이질감과 거부감을 줄인다는 배려로 대사 전달을 위하여 자막을 넣고 무대
직접대면이 줄어드는 이른바 언택트 분위기로 만남이 뜸해지는 동안 그간 받았던 명함을 정리하였다. 세상을 떠난 분, 처음 만나고 오랜 동안 교류가 없는 사람, 앞으로 만날 기회가 거의 없을듯한 경우는 부득이 명함을 조심스럽게 처분하였다. 나의 명함도 다른 사람이 함부로 취급할 듯싶어 최대한 정중하게 봉투에 넣어 재활용되지 않게 폐기하였다. 그리고 그분들과의 만남의 기억을 떠올려 봤는데 그 가운데 일부는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들께 나 또한 그런 존재로 남을 수 있겠다 싶어 여러 생각이 오갔다. 보관하는 명함을 명함관리 앱을 사
올해 초 코로나 예방차원에서 마스크를 쓰라 했을 때 한두 달, 길어야 몇 달 이면 끝날 줄 알았다. 벌써 아홉 달 째, 이제 마스크는 가장 중요한 생활필수품의 하나가 되었다. 획기적인 백신이나 치료제가 대중화되기 전까지는 부득이 지금처럼 얼굴을 가리고 다닐 수 밖에 없게 되었다.사람을 빨리 알아보지 못하던 마스크 착용 초기의 시행착오는 그간 몇 달 학습효과로 어느 정도 숙달되었다. 얼굴의 절반 이상을 가린 마스크 속 인상을 눈매와 신체파악으로 그런대로 알아차리게 되었다. 인간은 환경의 지배를 받는다지만 어느 사이 '호모 마스쿠스'
미증유의 혼돈 속에서도 가을은 다가온다. 어수선한 마음을 달래려 시 한 편을 찾는다. 굳이 시집을 찾아 펼칠 필요도 없다. 지하철을 기다리거나 승하차시 스크린 도어에 적힌 시 한 편이 기다린다. 무료한 김에 끝까지 읽기도 하는데 이런 본의 아닌 시 독서를 통하여 얻는 느낌은 대체로 비슷비슷하다. 스크린 도어 벽면에 새겨 넣으려면 10여 행 분량이 적합하고 내용 역시 평이하고 감성에 호소하는 서정 위주의 소품으로 치우친다. 지하철공사와 문인 단체가 정기적으로 작품을 선정하여 교체하는 이 지하철 시는 기성문인, 시민공모 작품 그리고 더
#. 예전 어른들이 친구를 잘 가려 사귀라는 훈계를 많이 하셨는데 사실 이런저런 문제나 사건사고에는 잘못 사귄 친구, 잘못 발 들여놓은 동아리 때문인 경우가 많다. '근묵자흑(近墨者黑)', 먹을 가까이하면 자연히 몸이 검게 된다는 경고의 함의를 되새긴다. 열정과 의욕으로 국회에 들어간 초선 의원들이 그리 길지 않은 기간에 선배 의원들을 답습하는 것은 환경의 영향이 지대함을 보여준다. 처음에는 거부도 하고 저항도 했겠지만 그 의지와 판단은 이내 거대한 물결에 휩싸이고 결국 물들게 된다. 21대 국회 개원 석 달이 채 되지 않았는데 일
최근 초선 여성의원이 종전에 보기 드물었던 색채와 디자인의 복장으로 등원해서 관심이 비등했었다. 그동안 오래 누려왔던 국회의원들의 특권과 권위 내려놓기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는 마당에 참신하고 발랄한 패션이라는 긍정적 시각이 있었다. 남녀의원을 막론하고 감색이나 검은색 우중충한 컬러의 정장 이미지를 새롭게 희석시켰다는 해석이다. 반면 T.P.O 즉 '시간, 장소, 상황'이라는 전제에 걸맞는 개념의 복장은 국민의 대표로서의 최소한의 의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았다. 막중한 국사를 논의하는 장소에 가벼운 외출 스타일 의복은 적절치
약국 앞에서 장사진을 이루며 마스크를 구하던 때가 불과 몇달 전이다. 이즈음 마트나 편의점, 약국에 즐비하게 쌓인 마스크를 보며 시장경제, 자유로운 유통의 힘을 확인한다. 우리나라는 확진자 수가 아직 한자리~두자리 숫자를 오르내리고 있지만 수백, 수천명을 헤아리는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의 참담한 현실과 비교하며 우리 방역체계의 튼실함에 감사한다.벌써 일곱달. 언제 끝날지 모르지만 코로나 확산과의 투쟁에서 일등공신은 뭐니뭐니해도 의료진의 헌신 그리고 마스크 착용이 아닐까. 평소 거의 찾지 않던 품목이 전국민 생활필수품이 되는 동안 마스
정신신경과가 정신건강의학과, 방사선과가 영상의학과, 소아과가 소아청소년과로 진료과목 명칭을 바꾼 것은 잘한 일이다. 여러 분야 이름이 제대로 합당하게 불리우는지를 사회발전 척도의 하나로 볼 수 있다면 일련의 조치는 긍정적이다. 최근 국회보건복지위원회 일부 국회의원들이 산부인과를 여성의학과로 변경하는 의료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고 한다. 진료과목 명칭변경이 국회 입법사항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그리고 21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보이고 있는 여러 행태로 국민의 지탄을 받고 있는 와중에도 이런 사소해 보이지만 의미있는 법 개정 활동에
불행의 대부분은/ 경청할 줄 몰라서 그렇게 되는 듯./ 비극의 대부분은/ 경청하지 않아서 그렇게 되는 듯./ 아, 오늘처럼/ 경청이 필요한 때는 없는 듯./ 대통령이든 신(神)이든/ 어른이든 애이든/ 아저씨든 아줌마든/ 무슨 소리이든지 간에/ 내 안팎의 소리를 경청할 줄 알면/ 세상이 조금은 좋아질 듯.(.....) -정현종 '경청(傾聽)'부분#. 지도학생과 마주 앉아 면담을 한다. 시간을 충분히 갖고 그냥 편하게 이야기를 하도록 하고 듣는다. 가끔 추임새를 넣어주면 된다. 반복 추임새와 질문 추임새, 말 끝부분을 한번 되풀이 하거
"서울현충원에 안장하면 '우대'하는 것이고, 대전현충원에 안장하면 '홀대'하는 것이라고 한다. (......) '서울 우대 대전 홀대'라니 대전 현충원에 안장된 호국영령들을 홀대하는 것 같아 몸 둘 바를 모르겠네." 페이스북 친구 어느 분의 노기에 찬 포스팅에 공감하였다. 서울 동작동 현충원이 이미 포화상태여서 화장 후 유해를 안치하는 경우 이외의 매장은 어려운 실정이라 1985년 조성된 대전 현충원을 비롯한 전국 곳곳의 시설에서 애국영령들을 모시고 있는데 얼마 전 불거진 장지를 둘러싼 논란은 참으로 뜬금없다. 서울 대전 외에도 임
#. 아는 분이 고슴도치를 구입했다고 자랑하였다. 애완동물의 범위가 오래 전부터 돼지, 악어, 곤충 등 종전에 생각지도 못하던 범주로 크게 넓어지면서 고슴도치도 수요가 많아 전문 매장이 성업중이라 한다. 개나 고양이 같이 살가운 감정교류는 어렵겠지만 기르기 쉽고 특히 귀엽다고 자랑이다. 고슴도치 하면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함함하다고 한다'라는 말이 이내 떠오른다.#. '함함하다'는 부드럽고 윤기나는 상태를 이르는 우리말인데 젊은이들에게는 이런 형용사가 생소할지도 모른다. 짧은 표현 속에 깊은 뜻, 곱씹을수록 은근한 매력이 우러나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