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70년대에는 중요행사나 외국 국가원수 방한 등에 시민, 학생들의 강제동원이 다반사였다. 전국체육대회 카드섹션, 매스게임에도 중·고등학생들이 대거 참여하였고 파월장병 환송 시가행진 시 연도에서 박수를 치는 것도 이들의 몫이었다. 특히 외국 국빈들이 방한할 경우 김포공항에서 시내에 이르는 길목 곳곳에서 양 국기를 흔들며 열광적으로 환영인사를 해야 했다. 몇 시간 전부터 지정장소에 자리 잡고 한 순간을 위하여 노심초사 깃발을 쥔 손을 놓지 않았던 것이다. 지금 같으면 상상하기 힘든 일이겠지만 당시에는 학교며 학부형들도 자연... [충청투데이]
한강 작가가 맨부커 상을 받으면서 우리문학에 대한 해외의 관심이 증가했지만 여전히 문학은 다른 분야 한류열기에 비하여 초보수준에 머물러 있다. 한류에 열광하는 팬들이 주로 젊은 층에 편중되어 있고 특히 문자의 벽이 가로놓여 음악이나, 드라마, 영화, 음식, 패션 등에 비하여 저조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취약성이 있다. 등단 시인도 아니면서 40여년간 약 5000편의 시를 써온 대전거주 화교의 한국사랑, 문학열정은 문학 분야 원조한류의 장본인으로 꼽을만하다. 60년 역사를 지닌 중국음식점 주차책임자로 일하는 고록영(62) 씨는 대... [충청투데이]
'극한직업'이라는 TV프로그램을 자주 봤다. 주로 어려운 작업환경 아래 극심한 육체적 소모와 업무처리상 고강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직종의 일상과 애환을 보여주는데 볼 때마다 새삼 직업의 다양함과 우리가 몰랐던 분야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생각을 한다. 더운 여름 뜨거운 불 앞에서 작업을 하고 영하 수십도 냉기 속에서 이루어지는 업무, 까마득한 고공에서의 위험천만한 일들 그리고 좁은 원양어선에서 몇 달씩 조업을 지속하는 선원들에 이르기까지 숱한 직종에서 혹독한 일을 해내는 분들의 노고에 감사한다. 극한직업이란 어디 이렇... [충청투데이]
영국은 처음부터 유럽연합 참여에 있어 소극적이었다. 행보에 있어 뒤늦은 동참이 그러하고 유로화 공동사용도 거부하는 등 짐짓 한발을 뺀 태도가 마침내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 통과라는 어마어마한 현실로 가시화된 셈이다. 유럽이라는 범주로 묶지만 앵글로색슨, 라틴, 게르만족 등 유럽사회를 구성하는 중요 인종들은 개성과 의식구조, 현실적인 처세 등에서 확연히 구분된다. 가령 대학에서 교수가 낙타에 대해 과제를 써오라 할 때 각 민족의 반응은 좋은 비유가 된다. 영국인 학생은 즉시 사막으로 떠날 준비를 한다. 사막에 텐트를 치고 망원경... [충청투데이]
1970년대 크게 유행했고 지금도 노래방 등에서 불려지는 '고래사냥'의 후렴에서는 "자 떠나자, 동해바다로… 고래 잡으러"가 반복된다. 1986년 세계적으로 상업목적의 고래잡이 금지 조치가 시행되기 전이었으므로 고래잡이가 법적으로는 저촉되지 않았다 해도 젊은 시절 목청 높이 불렀던 기억이 착잡하게 되살아난다. 이 노래에 나오는 고래, 고래잡이라는 표현은 당시 유신체제 질곡에 대한 상징적인 저항의 표현이었겠지만 고래가 그렇게 마구잡이로 포획될 어종인가에 대한 성찰은 필요하다. 19세기 미국, 서부에서는 금광을 좇는 골드러시가, ... [충청투데이]
스킨 스쿠버동호인들이 바다 속 해산물을 채취하는 과정에서 해녀, 어촌계와 갈등을 빚는다는 보도가 있었다. 물고기떼, 해초를 포함한 해저 풍광감상과 수중촬영이 주목적이라 생각되었던 이들이 작살로 문어를 포획하는가 하면 소라, 해삼 등을 과다하게 잡아들인 결과 다툼이 생겼을 것이다. 해녀들로서는 자신들의 생계가 걸린 문제여서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겠다. 바다가 오래전부터 몸살을 앓고 있다.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수온의 급격한 변화가 야기하는 해양생태계의 혼란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서해와 동해에서 끊임없이 자행되는 중국어선의... [충청투데이]
법원에서 조정업무를 하다보면 특히 가족 간의 분쟁은 조정에 큰 어려움을 겪는다. 대부분 금전이 개입된 사안이고 더러 명분과 자존심 싸움도 전개되는데 남남 간에 비해 존비속이나 형제 사이의 갈등과 다툼을 풀어나가며 화해에 이르도록 하는 과정은 몇 갑절 힘들다. 같은 부모아래 태어난 형제간의 반목과 공격은 제3자가 보기에도 딱하다. 더러는 형 쪽에서 통 큰 양보를 하여 의외로 수월하게 해결되는 경우도 있지만 이마저도 점차 사라지는 추세이다. 재벌은 재벌대로, 서민들은 그들 나름의 얼마 안 되는 재산을 둘러싸고 오늘도 보기 민망하고... [충청투데이]
심화되는 계층 간 소통단절은 가요에서도 선호의 편차를 드러낸다. 아이돌 가수 그룹과 7080콘서트, 가요무대 등으로 구분되는 세대 간 취향의 차이는 불후의 명곡, 슈가맨 같은 프로그램이 그 간극을 일정부분 메운다지만 여전히 견고하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샹송가수 에디트 피아프의 노래가 전 프랑스인의 감성을 집결하고 동질감을 확인시켰던 사례는 이제 지나간 시대의 문화현상으로만 남을까. 중·장년·노년세대가 현란한 조명과 율동 빠르게 흘러가는 가사의 노래를 따라가기 힘들어하듯 청년층에서는 꼼짝 않고 서서 오직 가창력으로만 승부를 거... [충청투데이]
서울 인사동 골목안 '풍석원'이라는 음식점에 들렀다가 벽에 붙은 조선시대 사대부 초상이 눈에 띄었다. 그림 옆에는 여러 자료도 붙어있었는데 그 주인공이 풍석 서유구(1764~1845) 선생이었다. 얼마 전 '조선셰프 서유구'라는 흥미로운 제목의 책이 출판되었다. 서유구 선생은 명문 출신의 고위관직을 두루 역임한 사대부인데 조선시대 음식을 모두 모아 분류, 세세한 레시피를 정리한 '정조지'라는 7권짜리 책을 저술했다. 풍류와 허세, 당파경쟁의 주도권 다툼에 골몰할 양반출신으로 요리법을 학문영역으로 이끌어 들인 선각자였다. 우리 ... [충청투데이]
보리피리 불며/ 봄 언덕/ 고향 그리워/ 피 ― ㄹ 닐니리// 보리 피리 불며/ 꽃 청산(靑山)/ 어린 때 그리워// 피 ― ㄹ 닐니리/ 보리 피리 불며/ 인환의 거리/ 인간사(人間事) 그리워/ 피 ― ㄹ 닐니리// 보리 피리 불며/ 방랑의 기산하(幾山河)/ 눈물의 언덕을 지나/ 피 ― ㄹ 닐니리 - 한하운 '보리피리' 고등학교 시절 이 작품이 실린 시집 '보리피리'를 읽었다. 지은이가 한센병 환자 한하운 시인이어서 막연한 두려움에 손가락 끝으로 책장을 넘기며 읽었던 기억이 부끄럽게 떠오른다. 한센병으로 불리는 나병만큼 왜곡되... [충청투데이]
나비와 별 연관이 없던 전남 함평군이 1999년 첫 축제 이후 20년이 채 안 되는 사이 이룩한 '나비축제'의 이미지 구축과 호응은 상당하였다. 나비, 곤충, 자연 같은 친환경 개념을 표방하며 진행하는 이 이벤트는 농촌의 작은 지자체를 일약 관광명소로 끌어올렸다. 발상의 전환이 가져온 성공사례로 손색이 없다. 고정관념과 선입견, 잠재의식 그리고 편견에서 비롯된 부정적인 언행의 물줄기가 점차 거세어지는 이즈음 발상의 전환은 우선 유쾌하고 신선하다. 팍팍한 삶에 활력을 주면서 실제 거두어들이는 수익도 적지 않다. 영화 '곡성(哭聲... [충청투데이]
생활수준과 국민들의 감각수준이 크게 높아지고 있지만 향수에 관해서는 여전히 초기단계, 초보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경기침체와 불황의 그늘이 끝 간 데 없는 마당에 무슨 향수타령이냐고 타박할 수 있겠지만 그럴수록 정신과 감각을 일깨우면서 자기관리 차원에서 삶의 역동성을 높이고 활력을 충전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더구나 큰 비용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약간의 센스와 관심으로 나의 개성을 연출한다면 관심을 가져볼만 하다. 향수는 국제무대에서 이미 보편화된 자기표현 수단이 되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사치스럽거나 어색하다는 고정관념아... [충청투데이]
문학의 '수요'를 정확히 측정하기는 수월치 않다. 서양에서 '문학의 위기'를 논한 것이 벌써 반세기 전의 일이고 예술의 맏형이었던 문학이 차지했던 위상과 영향력이 나날이 위축되는 현실은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그럼에도 유명 무명의 문학잡지 창간이 줄을 잇고 문단 등단 지망생 역시 어마어마하다. 수요가 줄어들거나 불명확한 상황에서 공급만 넘쳐나는 오늘 우리 사회의 문화지형도를 그려보니 여러 생각이 든다. 고령화시대에 50대 이상 장·노년층이 특히 문인지망 열기에 앞장서고 있다. 퇴직 이후 한가해진 시간을 활용하고 문득 잃어버렸... [충청투데이]
축하합니다. 초선부터 8선까지 300명 당선자가 각기 느끼는 희열과 뿌듯함은 미루어 짐작하기에 어렵지 않습니다. 불과 26표 차이로부터 수만 표에 이르는 편차에도 불구하고 선거란 당선자에게만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지는 만큼 겸허하게 초심을 잃지 않기 바랍니다. 선거구 획정이 늦어져 촉박한 총선일정이었습니다. 국민들의 정치권, 정치인들에 대한 혐오감과 불신, 냉소가 날이 갈수록 깊어지는 한 켠에는 비상한 관심과 비판이 함께하니 정치란 우리사회 구성원에게 애증이 교차하는 계륵 같은 대상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국민들은 새로운 정치 패러다... [충청투데이]
세계인들이 스시와 사시미를 고급 영양음식으로 여기게 된 저변에는 일본정부의 적극적이고 강력한 지원과 정책적 뒷받침이 주효하였다. 미국과 유럽 등지의 스시집 가운데 많은 업소를 우리 동포들이 운영하는데 막상 한식의 보급, 세계화는 아직 제자리걸음이다. 지난 정권에서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여 한식의 세계진출을 표방하며 나섰지만 효과는 미미하고 한식의 존재감은 여전히 잠복해있다. 김치와 불고기에 머무는 주력 메뉴도 그렇고 외국인 취향과 선호를 감안한 현지화 작업에도 소극적이다. 세계 각국 일본문화원을 중심으로 스시강습이 성황리에 진행... [충청투데이]
중국이 '흑묘백묘' 논리 이후 개혁개방을 지속하고 있다면 베트남은 '도이머이' 정책을 기조로 지속적인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쇄신'이라는 뜻의 이 개념은 꼭 30년 전인 1986년 12월 발표된 이후 지금까지 변함없는 지향점이 되고 있다. 한반도 1.5배 국토에 9400여만명 인구, 젊은 세대 비중이 매우 높은 인구구조는 이 나라의 힘이다. 3모작이 가능한 식량자급, 드높은 교육열, 경노사상과 뛰어난 손재간, 40여년 전 미국을 물러가게 만든 강인한 국민성이 더해지면서 21세기 아시아의 잠재적 강자로 올라설 전망이다. 중국의... [충청투데이]
급격한 기후변화로 생태계의 변동이 심각하다고 한다. 동해에서 잡히는 대표어종 오징어가 서해안으로 몰리고 남획 탓이 크겠지만 대표적 국민생선이었던 명태는 이미 오래전 종적을 감추었다. 대표적 원양어업 어종 참치도 국내양식이 가능하다니 기술 발전도 한 몫 했겠지만 기후이변, 기온상승 같은 영향도 적지 않을 것이다. 예전 소풍날이나 생일에 한두 개 맛볼 수 있었던 바나나의 급격한 가격하락과 대량공급도 그렇고 제주에서는 귤값 폭락과 시장수급 불균형으로 감귤 대신에 한라봉, 천혜향 그리고 레드향 같은 비싼 과일 재배로 옮겨가는 중이다....
2008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 르 클레지오 작가의 한국, 특히 제주 사랑은 각별하다. 프랑스 국적으로 출생과 성장, 거주와 여행취향 등 다양한 측면에서 전 세계 여러 나라에 관심을 나타내지만 특히 제주를 향한 깊은 애착은 10년간 지속되고 있다. 2007년 프랑스 TV방송 프로그램 녹화차 제주를 찾은 르 클레지오는 성산 일출봉 앞에서 강중훈 시인이 운영하는 펜션에 숙박하게 되었다. 강 시인은 서귀포문협회장, 제주문협회장 등을 역임한 중진시인인데 특히 4·3사건의 피해 당사자로 가족, 친척들 여럿이 희생자가 된 슬픈 가족사를 간...
많은 사람들이 샤토브리앙 스테이크를 최고로 꼽는다. 샤토브리앙의 식자재는 소 한 마리에서 400g정도밖에 나오지 않는다는데 육질은 안심 중에서도 가장 맛있고 부드러운 부위로 아이스크림처럼 입안에서 녹는다고 말하는 등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이 요리 이름은 19세기 프랑스 브르타뉴 출신 귀족이며 낭만주의 문학의 선구자 샤토브리앙이 즐겼기 때문에 붙여졌다고 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문인의 이름이 음식에 붙은 희귀한 경우로 근대 초기 유럽 귀족사회 생활의 한 단면을 엿보게 한다.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기 전 귀족들은 전속 요리사가 ...
작년 백제역사 유적지구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되면서 개발방안과 마케팅 전략에 관심이 쏠린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은 이제 워낙 숫자가 많아 희소성이나 관심도가 예전만 못하지만 그럼에도 세계적인 문화명소로 진입하기 위한 관문이고 보니 등재경쟁은 여전히 치열하다. 그간 우리는 근대화, 개발과정을 거치면서 워낙 많은 부분이 훼손, 멸실, 변형되어 버린 아쉬움이 크지만 이제라도 적절한 보존방안을 가시화하여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으로 부가가치를 높여볼만 하다. 부여, 공주 지역은 인근에 서해안 천혜의 해안과 청양, 보령 등 수려한 명산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