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신문에 박사학위 취득자를 소개하던 적이 있었다. 대체로 1단 크기기사에 동그란 모양의 사진을 곁들여 프로필과 학위논문 제목 등을 실었는데 박사가 귀한 시절이어서 주목받았다. 그 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박사학위 소지자는 숫적으로 과거 석사학위 취득자를 능가하게 되...
어딜 가서 까맣게 소식을 끊고 지내다가도 / 내가 오래 시달리던 일손을 떼고 마악 안도의 숨을 돌리려고 할 때면 / 그때 자네는 어김없이 나를 찾아오네. // 자네는 언제나 우울한 방문객 / 어두운 음계(音階)를 밟으며 불길한 그림자를 이끌고 오지만 / 자네는 나의 오...
동백꽃의 계절이다. 11월부터 4월까지 오랜 기간 피고 지기를 계속해 봄꽃인지 겨울꽃인지 분간이 어렵지만 푸르다 못해 검어 보이는 잎새와 붉은 꽃잎 그 안에 수줍은 듯 고개를 내민 샛노란 수술이 강렬한 3원색의 대비를 이룬다. 500년 넘은 아름드리 동백 3000여 그...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생산, 유통되는 문화예술 콘텐츠에 대한 선호는 여전하다. 영화는 속성상 불가피하다 하더라도 미술, 음악, 공연, 출판같이 지역에서도 왕성한 창작활동이 이루어지는 경우에도 '메이드 인 서울'에 대한 선호가 강해서 지역생산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
아시아의 끝자락 한국을 찾은 외래 관광객이 지난해 979만 명을 기록했다는 사실은 대단하다. 세계 최대관광국 프랑스의 8000여만 명에 비하면 아직 한참 멀었지만 지리적 위치나 관광 인프라 등을 감안할 때 획기적인 일이다. 물론 일본과 중국 관광객이 전체 방문자의 거의...
# 중년이상 세대들은 기억할 것이다. 설레는 가슴으로 밤을 새워 쓰던 연애편지를. 아침에 우체통에 넣을 때의 두근거림, 답장을 받으면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았던 그 환희를. 세세히 걸러내고 꼼꼼히 다진 사랑의 감정을 한자 한자 써내려가며 나를 돌아보고 상대방을 배려했던...
6·25 참전 16개국 가운데 터키는 미국, 영연방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병력을 파견하였다. 그리고 700여 명 터키군이 낯선 땅에서 싸우다 전사하였는데 전쟁이 터지고 UN 파병결의 직후 매우 신속하게 머나먼 신생독립국 내전에 기꺼이 뛰어들었던 것이다. 60여 년이 ...
우리 국민성이 급하다고 하지만 정작 더한 것은 정부당국일 듯싶다. 여유와 끈기를 가지고 지속적으로 추진하면 될 사안을 급박하게 몰아붙이는 면에서는 국민들의 '빨리빨리' 체질을 훨씬 앞선다. 좌측통행을 우측통행으로 바꾼 조치가 그런 경우다. 차량운행도 아니고 보행규칙...
'대한민보'에 실린 이도영의 목판만화 '삽화'를 근대만화의 효시로 본다면 벌써 100여년의 역사를 헤아린다. 그러나 그동안 만화는 청소년 탈선의 주범, 비행 청소년이 즐기는 유해한 매체라는 고정관념으로 오래 수난을 받아왔다. 1960년대부터 확산된 만화대여업소 ...
특정 브랜드 점퍼가 청소년 사이에서 크게 선호되고 있다. 그 제품의 디자인이 뛰어나고 색상이 독특하다거나 특별히 튼튼한 제품도 아니건만 이즈음 일고 있는 열풍은 무엇으로 설명될 수 있을까. 이 옷을 사기 위하여 범죄나 비행도 저지르고 착용여부에 따른 또래끼리의 위화감 ...
2004년 난생처음 출판기념회라는 행사를 해본 적이 있다. 막상 날짜를 잡고 나니 걱정이 앞섰다. 초대장을 누구에게 보낼까, 공연히 폐를 끼치는 것이 아닐까, 혹 보내지 않았다고 서운해하거나 받고 나서 귀찮아할지도 모르지, 준비한 음식이 모자라거나 남을 경우 어찌하나 ...
투입(input)과 산출, 생산(output)이 조화를 이루어야 개인이고 기업, 사회 나아가 국가가 건강할 수 있겠다. 이렇게 볼 때 지금 우리 사회는 먹을거리에 관한한 심각한 불균형에 처해있다.세계 그 어느 나라에서 TV에 음식, 식당이야기가 우리처럼 많이 소개되는 ...
근대화, 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특히 광복 이후 소중한 문화유산과 역사의 현장이 급속히 파괴되고 사라져갔다. 가난이 짓누르던 시절 문화며 역사 같은 개념은 사치일 수밖에 없었고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는 가운데 미련 없이 헐어버리고 시멘트를 발라버렸다. 시골집 벽장 속에 ...
벗은 여인, 검은 여인이여/ 그대가 입은 피부빛은 생명이다, 그대 입은 모습은 아름다움이라!/ 나는 그대 그늘 속에서 자라났다, 그대 부드러운 두 손이 내 눈을 가려 주었고./ 지금 여름과 정오의 한복판 나는 알겠네, 약속된 땅이 그대임을, 목마른 높은 언덕 꼭대기로부...
18대 대통령 선거가 꼭 1년 앞으로 다가왔다. 내년 대선에서는 어느 후보가 어떤 운동을 펼쳐 민심을 잡을까. 더구나 요즈음처럼 정치판세가 하루가 다르게 요동치는 상황에서 1년 남은 대선까지 고비고비 관전은 대단히 흥미로울 것이다. 그리고 1, 2위를 다투는 상위권 후...
요즈음 우리나라에서 이탈리아 음식이 뜨고 있지만 서양요리의 정상은 여전히 프랑스가 차지하고 있다. 다양한 기후, 평야 산지 호수 바다 등이 골고루 포진한 독특한 지형과 풍토, 국민들의 까다로운 입맛에서 형성되는 요리전통은 독일, 영국 같이 음식분야에서는 별달리 내세울 ...
1860년부터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난 1914년까지 500명이 넘는 화가, 작가, 음악가들이 몽마르트르라는 작은 마을에 자리 잡았다. 막 파리시로 편입되어 아직 시골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변두리였다. 그 후 몽마르트르라는 이름은 잇따르는 예술혁명에 연결되면서 예술명소...
젓가락으로 콩을 능숙하게 집어먹는 모습은 외국인 특히 서양 사람들에게는 경이롭게 비쳐진다. 투박한 포크와 나이프만 사용하는 그들에게 젓가락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모습은 참으로 신기할 것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인들의 손재주, 손놀림은 그래서 각별한 데가 있다. 미...
미국영화 '7년만의 외출'(1955)은 발상이나 시의성, 줄거리의 공감대 측면보다는 주연 여배우의 캐릭터와 이미지로 오래 기억된다. 당시 미국 중산층 사회의 풍습과 인간의 욕망을 풍자하였다는데 영화의 예술성이나 완성도는 그렇다 치고 지하철 통풍구로 올라오는 바람에 ...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거리라는 파리 샹젤리제. 개를 데리고 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유난히 많다. 개들이 배출하는 배설물이 문제인데 비닐봉지에 집게로 수거하는 경우는 그리 흔치 않다. 결국 환경미화원이 물뿌리개와 빗자루가 달린 청소차를 타고 하루에도 몇 번씩 치우느라 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