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선 ITX-새마을 하행열차. 영등포역에서 승차하니 옆 좌석에 머리가 하얀 중년남자가 앉아있다. 수원-평택-천안-조치원-대전 등 중간 정차역마다 곧 도착한다는 안내방송이 나오면 즉시 이 승객은 벌떡 일어서서 어디론지 가버린다. 살펴보니 입구 쪽 통로에 서있다. 그제서야 입석 승객임을 알았다. 빈자리라면 그냥 앉아 있다가 자리 임자가 나타나면 미안하다면서 비워주면 되련만 이 승객은 어김없이 열차 정차 전에 자리에서 일어서는 것이었다. 우연찮게도 좌석을 예약한 사람은 내가 먼저 내릴 때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시치미를 떼고 그냥 ... [충청투데이]
일정기간 출제위원을 폐쇄된 공간에 합숙시키면서 진행하는 현행 수학능력시험 운영방식은 개선의 움직임이 거의 없다. 광복이후 줄곧 전국적인 초미의 관심사로 자리 잡은 대입 관문의 교두보가 되는 수능시험의 보안유지를 위하여 불가피한 조치라고는 하지만 보다 효율적이고 합당한 방법을 찾아볼 법도 하련만 여전히 이런 전근대적인 시스템은 반복되고 있다. 그 결과 어느 해는 '물수능'에 이어 올해처럼 '불수능'이 반복되는 등 크고 작은 문제점이 불거진다. 한 달 남짓 엄격한 통제 속에서 진행되는 출제, 검토 작업은 체력, 심리, 정서상 본질... [충청투데이]
'문화'는 부를까 말까 생각하다가 잔치가 임박해서 마지못해 부르는 먼 친척이라는 비유가 생각난다. 공보부(처)에 '문화'가 추가된 것이 1968년, 이후 문화부, 문화체육부, 문화관광부를 거쳐 지금의 문화체육관광부에 이르기까지 명칭의 이합집산 만큼 문화업무는 제 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엊그제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기관보고에서 시종 '모른다'로 일관한 49대 조윤선 장관에 이르기까지 그간 평균 재임기간은 1년 남짓. 문화공보부에서 문화부로 바... [충청투데이]
화력발전소를 개조한 영국 런던의 테이트 모던 미술관, 쓸모없이 방치된 기차역을 리모델링한 프랑스 파리 오르세 미술관 등은 발상의 전환이 중요하며 엄청난 부가가치를 이룩한 좋은 사례를 보여준다. 멀리 갈 것 없이 대전 중앙시장 좁은 골목 안에 자리 잡은 변방갤러리도 그렇다. 재래시장과 미술, 문화예술사이 이질감 느껴지는 고정관념을 넘어서서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던 공간이 자연스럽게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가로 3m 세로 3m, 3평이 채 되지 않는 협소한 면적이지만 어엿한 갤러리 기능에 충실하다. 바로 옆 횟집을 운영하는 화가... [충청투데이]
국내외 정황이 어수선한 이즈음 혼란스러운 머리를 식히려 역사책을 펼쳐든다. 빠른 속도로 읽어나가다가 통일신라 후기 장보고(張保皐) 대목에 눈길이 머문다. 서술된 분량은 많지 않지만 청해진 대사 장보고의 입지와 업적, 탁월한 능력과 혜안, 결단력 같은 미덕을 포함하여 궁정갈등으로 암살되어 야심찼던 포부가 일찍 꺾이게 되기까지 저간의 상황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에 그려진다. 20대에 당나라로 건너가 서주 지역에서 무령군 소장을 지냈다는 것이 공식경력의 출발이다. 장보고에 대한 기록은 우리나라보다 중국이나 일본에서 더 많이 남아있는데 ... [충청투데이]
나라 안팎으로 놀랄만할 여러 일들이 잇따르는 한켠에는 지속적인 관심으로 개선과 발전을 도모해야 할 여러 사안들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거나 사라지고 있다. 인간심리는 본질적으로 여러 갈래로 확산되어 다양한 관심의 촉수를 동시에 펼치기 어려운 것인지 우리 사회에서는 하나의 이슈가 돌출하면 거기에 온 나라가 집중하고 또 다른 현안이 나타나면 먼젓번 사안은 잊었는지 재빨리 그리로 옮아가는 현상이 반복되어 왔다. 그러는 사이 먼젓번 사안의 당사자들 특히 도덕적, 실정법 차원에서 비난과 지탄을 받을 인사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쉴 것이다. 한... [충청투데이]
카자흐스탄에 사는 우리 동포 즉 고려인은 대략 10만 여명. 전체 인구의 0.6%에 지나지 않지만 정착배경과 역사, 강인한 적응력 그리고 문화의 원류에 대한 애정과 집착 같은 면에서는 700만에 이른다는 해외동포 그룹 중 으뜸으로 꼽을 만하다. 1937년 스탈린의 강제이주 정책으로 극동 연해주에 살던 고려인들은 낯선 지역, 척박한 땅으로 내몰렸다. 황무지를 개간하고 낯선 곳에서의 적응과 동화에는 숱한 시련과 희생이 뒤따랐으리라는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런 궁핍한 상황에서도 동포들이 극장을 설립하여 신명과 한을 풀어내는... [충청투데이]
우리나라 드라마가 한류 1.0을 이끈 주역이었다면 k-pop으로 한류 2.0으로 올라섰고 전통문화를 비롯한 의식주 전반에 걸친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이 한류 3.0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이즈음 중국, 일본과의 미묘한 관계로 한류의 성장세가 다소 주춤한 모양새인데 이런 상황을 딛고 한류 4.0 나아가 5.0으로 뻗어나가야 할 영역은 해외에서의 한국어, 한국학 교육과 친한파 인재양성이 아닐까. 한 나라의 말과 글을 구사하고 문화를 이해한다는 것은 그 나라의 모든 것을 우호적으로 익히고 받아들이며 해외 각국에서 우리를 성원하는 첨... [충청투데이]
울부짖으며 신음하는/ 넓은 드네프르 강이여!/ 성난 바람 불어와/ 버들가지 땅으로 휘감고/ 집채만한 파도 / 들어 올리는구나/ 구름 사이로 / 창백한 달 솟아오르고/ 푸른 물결엔 돛단배/ 출렁이누나/ 닭들도 조용한 강가/ 적막한 숲 속엔 / 부엉이 홀로 운다. -타라스 쉐브첸코, 김석원 번역 '광인'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이 시를 우리 아리랑처럼 노래로 부른다고 한다. 300년간 외세의 지배를 받고 1991년 소비에트 연방 와해와 함께 독립했지만 지금도 여전히 러시아와의 갈등과 분쟁에 휘말려 있는 자원부국 우크라이나. 타라스 쉐... [충청투데이]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대결이라는 거창한 표현은 그리 적절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올 추석 개봉된 영화 '벤허'는 1959년 작품 '벤허'와 여러 면에서 비교되어 관심을 끌었다. 리메이크 작품이 원본을 넘어서기가 그리 수월치 않다는데 예전 작품은 반세기를 지나는 동안 할리우드 전성시절 제작된 대규모 영화의 고전으로 확실히 자리 잡았다. 감독의 탁월한 역량, 찰톤 헤스톤 등 출연진의 박진감 있는 연기 그리고 무엇보다도 대규모 물량을 투입한 정공법적 제작태도가 포인트였다. 그동안 여러 번 봤던 옛 '벤허'의 기억을 가급적 누르면서 새 '... [충청투데이]
한동안 우리 사회의 화두였던 규제완화는 정작 필요한 부분은 별로 개선되지 않고 운전면허 취득 절차같이 오히려 강화가 필요한 분야에서 숱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안전교육이수→필기시험→장내 기능시험→도로주행에 이르기까지 며칠 안에 끝낼 수 있다니 도로교통과 안전운행 확보차원에서 적신호가 벌써 몇 년째 켜진 셈이다. 규제를 풀어 비용과 시간을 줄인다며 60시간 의무교육을 13시간으로 축소하고 T자 코스 폐지, 장내 기능시험 주행거리를 700m에서 50m로 단축하는 등 총체적으로 부실해졌다. 임시면허를 발급받고 6시간 도로주행 연수를... [충청투데이]
1789년 대혁명 이후 프랑스 의회는 혼란과 격동의 와중 속에서도 그레구아르 신부에게 프랑스어 사용을 보편화시키는 방안에 대한 보고서를 내도록 했다. 오랜 기간 앙케트와 실태조사 끝에 당시 프랑스인의 1/4 정도만이 모국어를 정확히 구사할 줄 알고 1/3은 전혀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 보고서에 포함되었다. 혁명의 이념이었던 '평등'을 구현하기 위하여, 국민들이 국가정치에 더 원활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특히 지방행정단위인 '데파르트망'에 프랑스어 교육기관을 설립하도록 조치하였다. 그로부터 200여년, 올바른 언어교육은 역대 프랑스... [충청투데이]
아이 컨택(eye contact)은 대인관계에서 대단히 중요한 매너의 바탕을 이룬다. 가령 건배할 때는 술잔이나 테이블 또는 다른 곳을 바라보지 않아야 한다. 상대방의 눈을 향하여 따뜻한 시선을 보내면서 가볍게 잔을 맞대는 예절은 이제 세계 공통의 코드가 되었음에도 아직 실천은 여의치 않아 보인다. 연단에서 강연이나 강의를 할 때에도 연사는 청중에게 눈길을 보내야 한다. 대체로 왼쪽 코너에 있는 사람부터 지그재그 형태로 골고루 시선을 옮기면서 특히 연사에게 우호적인 반응이나 태도를 보이는 사람에게는 조금 더 오래 눈길을 주라는... [충청투데이]
아직도 세끼 끼니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 사회가 향유해온 맛집, 별미 등을 앞세운 이른바 '먹방’, '쿡방' 열기는 이제 일정부분 반성의 여지가 있을 것이다. 인간의 오욕(五慾) 가운데 으뜸을 점하는 식욕에 대한 본능 자체를 탓할 수는 없겠지만 별미, 식당소재 방송과 SNS 등에서 부추기는 음식충동은 그간 분명히 과도한 것이었다. 요리 방송, 맛집 정보 등이 뭉뚱그려져 '음식예능'이라는 신종장르로 자리 잡게 된 배경에는 팍팍한 현실을 벗어나려는 대중의 일탈욕구와 인간의 본능을 겨냥하는 매스컴의 계산된 의도... [충청투데이]
지역 예술창작활동의 어려움은 다른 사회발전 추세를 역행하는 듯 날이 갈수록 어려움이 가중된다. 영화 같은 분야는 영화사, 자본, 인력 등이 서울에 몰려 있어 로케이션이나 세트장 촬영 같은 일부 작업을 제외하고는 중앙 집중이 불가피하다 하더라도 개인차원의 창작에서는 지역 활동의 가능성이 열려 있어야 하는데 현실은 녹록치 않다. 우선 1차적 수용자인 지역주민들의 선입견이나 중앙 선호의식이 걸림돌이다. 서울에서 온 공연은 만원을 이루지만 지역 예술인들이 각고의 노력과 준비로 올리는 무대에는 자못 냉랭하다. 중앙 집중화를 비난하면서도... [충청투데이]
외국여행을 떠나는 우리 국민 비율은 전체인구의 40% 정도. 10명 가운데 4명이 해외나들이를 하는 셈. 1989년 해외여행 자유화 이후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는 출국자 수는 IMF시기 얼마간의 침체를 제외하고는 줄곧 가파른 상승세를 보여왔다. 장기불황에도 불구하고 외국으로 떠나는 사람들은 국내 관광인프라 부족과 고비용, 불친절 등을 주된 이유로 꼽는다. 제주도 여행비용에 조금만 보태면 동남아 관광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짧게는 대마도 1박2일이나 중국 청도 2박3일부터 유럽, 미주, 중남미 지역 중장기 코스에 이르기까지 이런저... [충청투데이]
아프리카 지도를 보면 대부분의 국경이 자를 대고 금을 그은 듯 곧은 직선 형태이다. 유럽 여러 나라의 들쑥날쑥하고 복잡한 국경형태와 비교하여 아프리카 국가의 직선 국경은 식민지 침탈과 독립과정에서 빚어진 아픈 역사의 흔적에 다름 아니다. 이즈음 강대국들의 아프리카 러브콜이 뜨겁다. 어마어마한 무상원조와 차관공여, 물량지원의 선봉에 중국이 있다. 아프리카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자원 확보 그리고 중국 제품 판로확대를 위하여 중국이 아프리카 여러 나라에 들이는 공은 막대하다. 우리나라도 나름 성의를 표하는 가운데 특히 한국국... [충청투데이]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유치환, '행복' 부분 우체국의 미덕, 특히 편지의 즐거움을 이이상 더 명쾌하고 산뜻하게 나타낸 글이 또 있을까. 전보가 사라진지 오래이고 특히 손편지의 소멸은 단순히 사회변화의 징표로만... [충청투데이]
지금도 공연 중인 '난타' 그리고 우리나라 공연사상 의미 있는 기록을 수립한 뮤지컬 '명성황후' 등이 보여준 문화산업의 가능성은 괄목할만하지만 서울이라는 도시 브랜드 정립에는 어떤 역할을 하였을까. '난타'의 경우 언어가 배제된 넌-버벌 퍼포먼스라 외국인 관광객에게는 어느 정도 흥미를 줄 수 있겠는데 주로 일본인, 중국인 단체 관객 위주여서 일정부분 한계가 따른다. 공연 하나가 지역 이미지를 만들고 도시경제를 이끄는 견인차가 될 수 있을까. 물론 이 경우 도시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소도시에 해당하겠지만 우리나라 각 지자체가 ... [충청투데이]
엊그제 중복(中伏), 개고기 소비가 예년에 비해 크게 줄었다는 소식이다. 이즈음 가열되는 보신탕에 대한 비판적 시각 속에 외국인들이 자비로 입국하여 1인 시위를 벌이는 상황에서 젊은 세대들의 소비구조 변화, 갖가지 보양식품의 창궐 그리고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변화 등 여러 요인이 맞물린 현상이다. 유럽에서는 3대 진미로 꼽히는 푸아그라의 야만적인 제조방법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새삼 높은데 푸아그라는 '기름진 간(肝)'이라는 이름 그대로 거위나 오리의 간을 채취하는 과정의 잔인한 방식이 논란이 된지 이미 오래이다. 도축 전 좁은... [충청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