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대평 충남지사가 '신행정수도와 관련해 정치권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정부의 대안도, 정부와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정치권의 대안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정부와 정치권 모두에 일침을 가했다. 정부와 정치권이 면피용 대안으로 현 상황을 은근 슬쩍 넘어가려 해서는 안 된다는 강력한 경고음을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심 지사의 발언에 전적으로 공감하고도 남음이 있다. 합의가 전제되지 않은 대안은 아무런 효용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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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합의로 신행정수도 건설 특별법까지 제정해 놓고도 이를 뒤엎는 마당에 어느 한 쪽의 일방적 대안 제시가 무슨 구속력이 있겠는가. 합의 안된 대안은 거부해야 마땅하다. 충청권 3곳 시·도지사와 의회 의장을 위시해 시·군·구의회협의회장 등도 그제 행정수도 관철을 결의했다. 국민투표를 해서라도 신행정수도 건설을 당초 계획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고 한다. 그 이면에는 민심무마용 대안을 철저히 경계한다는 의미가 깊이 배어 있음을 간파할 수 있다. 충청권의 선출직 자치단체장과 의회대표 등 4단체 대표들이 정파를 떠나 충청권 민심을 제대로 읽은 것이다.

오늘의 혼란 사태는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정책 추진과 정치권의 '발목잡기'식 행태가 빚어낸 결과다. 따라서 대안을 내놓으려거든 정부와 정치권이 합의한 후 내놓으라는 것이다. 때마침 노무현 대통령도 행정수도 향후 대책과 관련해 '당정간 협의를 거쳐 나가겠다'고 밝힌 만큼 당·정·청 협의체를 통해 야당과 대안 마련을 위한 협의 채널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지금 충청인의 가슴속엔 '또 당했구나'라는 자괴감과 '더 이상 속아선 안 된다'는 피해의식이 응어리져 있다. 행여 과학기술도시나 행정타운 같은 말도 안 되는 사탕발림식 임시방편으로 달래려 해서는 곤란하다는 뜻이다. 이번에는 정부와 정치권 모두가 합의한 제대로 된 대안을 내놔 주길 바란다. 그것만이 조금이나마 충청인의 멍든 상처를 치유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전국이 고루 잘살 수 있는 방안이라는 점을 잊어선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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