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진숙 前 충남대 총장
전국 최초 초광역 캠퍼스 구축 현실화
다른 대학보다 한발 앞서 논의 시작한
충남대-한밭대 통합 완수 못해 아쉬워
대전RISE센터 개소… 내년 본격 시행
지역 발전 이끌 핵심 인재 양성 힘써야
대전시 총괄건축가로서 전문성 발휘
차기 교육감 출마 좀 더 신중히 생각

이진숙 前 충남대 총장
이진숙 前 충남대 총장

[충청투데이 김중곤 기자] 충남대는 대전·세종·충남지역의 유일한 지방거점국립대다. 고등교육의 거점으로서 충남대는 교육과 연구라는 대학 본연의 본질에서 나아가 초광역 캠퍼스, 글로벌 오픈 캠퍼스, 한밭대와 국립대 통합, 대덕연구개발특구와 협력 등을 추진하고 있다. 아직 마침표를 찍진 않았지만 모두 첫발을 내딛어 지역의 기대를 모으는 충남대의 청사진이다. 이같은 밑그림을 실행에 옮기기까지 지난달 말일을 끝으로 임기를 마친 이진숙 전 충남대 총장(19대)은 하루도 빠짐없이 진력을 다했다고 한다. 자리를 이임하는 마지막 날까지 일을 손에서 놓지 못했다는 그. 이제는 한 명의 교수로 제자를 가르치고 싶다고 한다. 충청투데이는 이 전 총장을 만나 그동안의 소회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대담= 최정우 대전본사 경제교육문화부장

- 현재 어떻게 지내고 있나.

"충남대 제19대 총장으로서 지난 2월 27일 4년 임기를 마치고, 현재는 건축공학과로 돌아와 강의를 맡아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교수로서의 정년은 앞으로 1년여가 남아 있는데, 남은 기간 학생들을 지도하고 끝내지 못한 연구를 정리할 계획이다."

- 총장으로서 가장 잘한 것과 아쉬운 것은.

"가장 주목할 점은 전국 최초로 초광역 캠퍼스 구축의 토대를 놓은 것이다. 70여 간 충남대의 중심이 돼 온 대덕캠퍼스와 보운캠퍼스를 비롯해 AI-ICT와 융합생명과학특성화 캠퍼스가 될 세종공동캠퍼스, 대전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신동지구 내 바이오산업 융합 클러스터 역할을 하게 될 신동캠퍼스, 해양 수산·수의축산 연구 특성화 역할을 수행할 내포캠퍼스까지 대전-세종-충남지역을 아우르는 명실상부 국가거점국립대로서의 충남대의 토대를 마련했다. 부지 마련뿐만 아니라, 세종캠퍼스와 신동캠퍼스는 건축물 조성 완료단계까지 이를 정도로 충남대의 초광역캠퍼스를 현실화했다. 또 충남대가 대한민국을 넘어 글로벌 우수대학으로서의 발돋움할 수 있도록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글로벌 오픈캠퍼스’의 기틀도 놓았다. 글로벌 오픈캠퍼스는 충남대는 물론 국내 대학이 국경의 경계 없이 고등교육 혁신을 이뤄내는 마중물이 될 것이다. 아쉬운 점은 2022년 충남대-한밭대 간 통합 논의를 시작했으나 임기 중 통합을 완수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통합을 기반으로 신청했던 1차년도 글로컬대학30사업 유치를 실패한 것 또한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총장 취임 당시 중요 공약 사항이었던 치과대학·병원 유치도 아직 과제로 남아 있다. 4년간 총장으로서 한 순간도 쉬지 않고 충남대의 발전을 위해 노력했고 잠을 자면서도 충남대 생각만 할 정도였기에 이루지 못한 과제들이 더욱 아쉬움이 있다."

- 충남대·한밭대 통합의 필요성은.

"2022년 당시 두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고 글로벌 우수 대학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대학 간 통합이 가장 중요한 혁신 과제라고 생각했다. 다른 대학에서 통합 논의가 없던 시절 충남대와 한밭대는 한발 앞서 대학 간 통합이 학령인구 감소와 수도권 집중 상황에서 대학의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고 나아가 글로벌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과제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현재는 국립대학은 물론 사립대학까지도 통합과 연합을 추진하고 있을 정도로 대학 간 통합 없이는 혁신을 논하기 어려울 정도로 필수 과제가 됐다. 충남대는 통합 논의를 글로컬대학30 사업 신청 훨씬 이전부터 추진해 왔다. 대학 간 통합 추진은 대한민국 대학 교육의 혁신을 선도하는 것이라고 확신한다."

- 충남대가 지역사회에서 수행해야 할 역할은.

"대전을 대표하는 국가거점국립대학교로서 지역 산업에 기여하고 지역 발전을 이끌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임기 마지막에 신동지구 중이온가속기와 연계한 바이오메디컬 클러스터 구축을 위한 충남대-충남대병원-기초과학연구원(IBS) 간 협약을 체결했다. 또 정부 출연연구기관과(정출연)과 담장을 허물어 정출연 최고급 연구진 1000명이 충남대 교육 및 연구에 참여하는 기반을 마련했다. 대전시 전략산업 분야 발전을 위한 협조 체계 구축 등도 추진했다. 이처럼 정출연-대학-지역사회가 개방형 연구 복합체라는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대덕연구개발특구 내 위치한 유일한 종합대학인 충남대가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충남대가 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초석을 놓은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또 충남대는 지역 인재가 지역에 뿌리 내릴 수 있도록 최대 2억원이라는 파격적인 장학금을 지원하는 CNU Honor Scholarship을 운영하고 있다. 해당 장학생이 학부를 졸업하고 석사, 박사까지 공부하는 데 앞으로 10년 이상 걸리겠지만, 충남대는 물론, 대한민국 교육과 연구를 이끌어가는 우수 연구자로 돌아올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 모든 것이 충남대가 지역 사회로부터 사랑 받는 대학이 되는 방법이라고 자신한다."

- 라이즈(RISE)에 맞춰 대전에 필요한 고등교육 정책은.

"라이즈(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는 교육부의 대학 재정지원 등의 권한을 지자체가 이양받아 경쟁력 있는 지역대학을 육성하고, 지역발전을 도모해 지방과 대학의 동반성장을 추진하는 체계다. 내년 본격 시행을 준비하기 위한 대전RISE센터 개소식도 열었다. 또 대전은 교육발전특구로도 지정됐다. 지자체, 대학, 기업, 공공기관 등이 협력해 대전의 미래핵심전략산업에 필요한 맞춤형 기술인재를 양성하고 지역이 주도하는 교육 체계가 갖춰질 것이다. 대전의 미래전략 4대 핵심산업은 ABCD다. 우주항공(Aerospace), 바이오헬스(Biohealth), 반도체(Chip), 국방(Defense) 분야의 인재 양성부터, 연구개발(R&D), 기술 발굴, 맞춤형 사업화까지 전주기 지원 중심의 거버넌스 구축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대학과 지자체는 물론 대전에 위치한 정출연과 벤처기업 간 긴밀한 협력으로 세계 일류 도시 건설, 초격차 R&D 성과를 갖춘 미래형 성장 도시로 거듭날 것이다. 대덕연구단지에 입지한 유일한 국립대로서 충남대가 정출연과 연계해 창출할 인재양성과 교육·연구의 성과는 RISE 체계 아래 대전의 성장을 이끄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 향후 거취가 궁금하다.

"교육자로서 연구자로서 남은 정년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최근 대전시로부터 시 건축과 도시 디자인의 총괄 자문역인 ‘대전시 총괄건축가’를 맡아줄 것을 제안받았다. 가장 잘할 수 있는 전문 분야라는 판단에 시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전 총장이 아니라 전문가로서 해당 분야에 활동하는 것은 충남대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자 한다."

- 차기 교육감으로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있다.

"직접 의견을 밝힌 적은 없다. 좀 더 신중히 생각해보겠다."

- 끝으로 교육자로서의 철학과 소신을 듣고 싶다.

"교육자의 삶 자체가 교육모델이 된다고 생각한다. 많은 학습자와 연구자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에 교육자의 삶은 어렵다. 공대 교수로서 학문이라는 것은 실제로 구현되는 ‘실사구시’가 바탕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교육과 연구에 매진해 왔다. 교수는 연구도 중요하지만 교육의 현장에서 직접 강의하면서 에너지를 얻는다. 학생과 호흡하고 그 에너지를 바탕으로 실제 삶에 실천되는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연구를 수행하는 것이 교육자의 길이라고 생각한다."

정리=김중곤 기자 kgony@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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