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충북연탄모금은행 연탄나눔 현장을 가다
2016년도 만들어진 초아봉사단
한파 뚫고 목장갑 낀 20여명 모여
움추린 몸 달리 얼굴엔 환한 미소
현장서 느끼는 보람 선한 영향력
"다른 봉사보다 더욱 기억에 남아"
어르신들 연신 고맙다 인사전해
아껴두었던 사과 봉투 건네기도

▲ 지역의 어려운 이웃을 도와주고 더 나은 지역사회를 꿈꾸는 초아봉사단이 2일 청주시 오창읍의 한 가정에 연탄을 나르고 있다. 지난 2016년 구성된 초아봉사단은 충북연탄은행과 7년 동안 매년 함께 연탄배달봉사를 하고 있다. 사진=장예린 기자

[충청투데이 장예린 기자] "어르신들이 3.65㎏의 연탄으로 사람의 따뜻한 적정 온도인 36.5℃처럼 365일 따뜻하게 보내셨으면 좋겠어요."

황흥용 충북연탄모금은행 대표의 소망이다.

한파가 몰아친 지난 2일,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에 두툼한 외투를 입고 손에는 목장갑을 낀 20여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어려운 이웃에게 연탄을 제공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나선 자원봉사자들이다.

한껏 움추린 몸과는 달리 그들의 얼굴엔 환한 미소가 가득했다.

자신들의 작은 힘으로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보람과 행복 때문이란다.

무거운 연탄을 들고 연신 가파른 경사길을 오르내리느라 숨을 헐떡이면서도 힘든 기색은 찾아볼 수 없다.

유독 추운 겨울나기 준비에 걱정이던 사람들은 이들의 방문이 더없이 반갑고 고맙다고 한다.

처음 연탄배달에 참여한다는 이헌우(33) 씨는 "연탄나눔 봉사가 다른 봉사활동보다 더욱 기억에 남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오늘 봉사활동은 도움이 필요한 많은 사람들을 직접 찾아뵐 수 있어서 좋고, 현장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어서 마음에 크게 다가온다"고 덧붙였다.

분평초등학교 교사로 근무중인 이명주(34·여) 씨도 3년 간 봉사활동에 참여해 학생들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그는 "봉사활동에서 보람찼던 일을 학생들에게 알려주고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어 기쁘다"고 설명한다.

올해 7년차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곽나영(35·여) 씨는 뿌듯한 마음이 오랜 기간동안 계속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한다.

이들은 모두 지난 2016년도에 만들어진 초아봉사단이다.

‘초아’는 자신을 뛰어넘는 희생으로 봉사한다는 뜻으로 지역의 어려운 이웃을 도와 더 나은 지역사회를 꿈꾸는 20~30대 직장인들이 모여 활동하고 있다.

가파른 언덕길에 거주하고 있는 A (77)씨는 적막했던 가정에 봉사자들이 방문하자 눈시울을 붉었다.

그는 "나이가 들면서 연탄 가는 것도 힘들고 허리가 아파서 거동이 불편한데 도와줘서 고맙다"며 자녀가 사온 사과를 봉투에 담아 봉사자들에게 전달했다.

40년간 연탄을 사용해왔다는 B 씨도 봉사자들이 반가운 것은 마찬가지다.

평소 연탄을 아끼며 생활해왔다는 그는 "추워도 연탄을 아껴 썼는데 한시름 덜었다"며 "좋은 사람들이 연탄을 나눠 줘서 아주 든든하다"며 웃음을 보였다.

비용 부담 때문에 연탄을 사용한다는 C (83)씨 또한 연탄을 보관하는 좁은 창고에 일렬로 줄을 서 연탄을 옮기는 봉사자들에게 연신 고맙다고 인사했다.

올해 17년째 이웃에게 나눔을 진행중인 충북연탄모금은행은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을 위해 설립됐다.

황 대표는 "연탄은 굉장히 따뜻하고 어르신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에너지인데 빈곤 등 부정적인 이미지가 많아 안타깝다"며 "연탄이 따뜻하고 좋은 이미지의 인식변화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매번 많은 분들이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이웃을 위해 도움을 주고 있어 고맙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장예린 기자 yerinis6834@cctoday.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