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3년간 폭행사건 50건 발생
가해자 85.4% 술 취한 상태서 범행
작년, 개정된 소방기본법 시행됐지만
폭행은 늘고 처벌은 가벼워 악순환
5년간 징역형 선고 7.2%… 대부분 벌금
국회서 발의된 법안 상당 수 계류 중

구급차 내 구급대원 폭행. 그래픽 연합뉴스
구급차 내 구급대원 폭행. 그래픽 연합뉴스

[충청투데이 김성준 기자] #1. 대전소방본부 소속 구급대원 A씨는 지난 8월 6일 대전 대덕구 송촌동의 한 도로에 "남자가 쓰러져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폭행을 당했다. 술에 취해 길에 쓰러져 있던 B씨는 구급차에 실려 인근 병원으로 이송되는 도중 욕설을 퍼부으며 양발로 A씨를 폭행했다. A씨는 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한 뒤 다친 곳을 치료 받아야 했다.

#2. 구급대원 C씨는 지난 2월 4일 대전 서구 내동에서 한 환자가 손에 피를 흘리고 있다는 신고를 접수 받고 현장으로 출동했다. 환자 D씨는 술에 취한 채 C씨의 목을 조르고 밀쳐 경찰 조사를 받았다.

119구급대원이 사고 현장에 출동했다 폭행당하는 사건이 계속되고 있다. 가해자 10명 중 9명은 술에 취한 상태에서 폭행을 저지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 전봉민 국민의힘 의원이 소방청에서 제출 받은 자료를 보면 최근 3년간 구급대원 폭행은 2020년 196건에서 2021년 248건, 지난해 287건으로 늘고 있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이 331건으로 가장 많았고, 경기(272건), 부산(94건), 인천(57건), 경북(48건)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대전·세종·충북·충남 지역에서는 최근 3년간 50건의 구급대원 폭행 사건이 발생했다.

구급대원 폭행 가해자 85.4%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부터 술에 취해 구급대원을 폭행할 경우 처벌을 감경받을 수 없도록 개정된 소방기본법이 시행됐지만 주취자의 구급대원 폭행 건수는 2020년 168건에서 지난해 245건으로 늘었다.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치고 있다.

구급대원 폭행 가해자들의 구속률은 2018년 4.2%, 2019년 3.4%, 2020년 0.5%, 2021년 2.4%, 지난해 2.4% 수준에 머물렀다.

가해자들에게 징역형이 선고된 경우 역시 드물었다. 최근 5년간 구급대원 폭행 1314건 가운데 징역형 선고는 95건(7.2%)에 불과했다. 가해자 대다수는 벌금형을 선고 받는 데 그쳤다.

현장에서 구급대원이 폭행당하는 사건이 지속되자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줄곧 발의되고 있지만 법안 상당수는 국회 문턱을 넘지 못 하고 계류 중이다.

전봉민 의원은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구급대원을 폭행하는 것은 사회안전망을 위협하는 중대 범죄행위"라며 "사법부의 엄중한 처벌은 물론 구급대원들이 자긍심을 갖고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도록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성준 기자 junea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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