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아젠다는 초광역, 정부 대학 정책은 엇박?]
RIS 등 5개 대학사업 통폐합, 지역혁신사업 내역사업으로 이관
RIS 대전·세종·충남 공동추진… 이관땐 3년간 구축한 기반 흔들려
지자체 공감대 형성 못할 경우 운영시스템 축소·일몰 우려도

RIS와 RISE사업의 차이점. 
RIS와 RISE사업의 차이점. 

[충청투데이 조선교 기자] 총 3400억원 규모로 계획된 초광역 대학·지역 연계사업의 향방이 정부의 신규 정책으로 인해 안갯속에 놓이면서 ‘혈세 낭비’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이미 1000억원을 훌쩍 넘기는 예산을 투입해 초광역적 협력 기반을 다듬어가고 있지만 사업 백지화로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24일 교육부에 따르면 내년부터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사업(RIS) 등 5개 대학사업을 통폐합해 신규 사업인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사업(RISE)의 내역사업으로 이관한다. 이후 2025년에는 RISE체계를 전면 시행해 사업 예산을 각 지자체가 설치한 별도 법인 RISE센터로 차등 지원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각 지자체들은 센터를 통해 대학에 대한 지원 권한을 행사하고 자체적으로 지역특성에 맞춰 사업 모델을 구상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RISE체계에 흡수되는 RIS사업은 지역 발전과 인재 양성 등을 목표로 대학과 지역, 산업 등을 연계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니고 있으나 RISE체계와는 사업 집행과 관리 권한이 총괄대학에 있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사실상 RISE체계로 사업 추진의 주도권이 대학에서 각 지자체로 넘어가게 되는 셈인데, 문제는 대전과 세종, 충남에서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해왔다는 점이다.

정부는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RIS사업을 위한 지역혁신플랫폼을 9개까지 늘렸고 대구·경북과 대전·세종·충남(DSC) 등에서 복수 형태로 플랫폼이 운영 중이다.

대전·세종·충남에서는 3차년도 사업을 진행 중이며 1·2차년도에만 1300여억원(5년 간 3411억원 계획)의 예산이 투입됐다.

투입된 예산을 활용해 3개 권역 내 24개 참여대학과 지자체, 기업, 지역혁신 등이 모빌리티 소부장·ICT 분야를 중심으로 한 사업 지원과 기술 고도화, 공유대학을 통한 인재 양성 등 기반 구축을 추진해왔다.

장기적으로는 지역의 대표적인 의제로 꼽히는 ‘충청권 메가시티’ 전략에도 기여해 대학과 지역, 산업 등의 유기적인 연계가 가능할 것으로 점쳐졌다. 그러나 현 시점에선 지난 3년간 구축해온 기반이 위협받고 있는 모양새다. 당초 RIS사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법인 설립까지 계획되기도 했지만 RISE체계가 등장하면서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다. RISE체계가 전면 시행될 경우 기존 초광역 형태의 RIS사업의 유지 또는 일몰 여부는 지자체의 의지와 재량에 달렸다는 게 교육부의 입장이다.

2025년부터는 대전·세종·충남의 플랫폼에 투입되던 예산 지원 방식이 각 지자체별 RISE센터 지원으로 전환되며 사업 추진의 선택권도 각 지자체에 맡겨진다. 이 때문에 3개 지자체가 공감대를 이루지 못할 경우 기존 1000억원 이상을 들인 초광역형 플랫폼과 공유대학 등 운영 시스템은 분할 또는 축소되거나 일몰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교육부 관계자는 "각 지자체에서 사업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다면 성과를 이어나갈 수 있고 다른 지역과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면 엮어서 사업을 설계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다만 지자체 주도로 새롭게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기 때문에 각 지역에서 판단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현 시점에 이르기까지 이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한 대학 관계자는 "RISE체계 전면 시행이 1년 이상 남은 만큼 논의할 시간이 충분하다는 시각도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며 "내년 초 RISE센터 등과 관련한 2025년도 예산 수립 계획을 마련해 교육부에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지 않은 상황인데, 아직까지 지역 내에서 기존 RIS에 대한 3개 지역의 논의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조선교 기자 missio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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