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투데이 등산편 - 장태산]
시원한 계곡·초록 나무 눈에 띄는 장태산
시그니처 ‘숲 속 어드벤처’ 가장 먼저 즐겨
메타세쿼이아 사이 위치한 ‘스카이웨이’
하늘 걷는 기분 즐기다 ‘스카이타워’ 도착
초입 ‘흔들리는게 맞습니다’ 안내문 눈길
하늘까지 뻗은 메타세쿼이아 숲 ‘평화’ 그 자체
땀 흘리며 도착한 전망대… 답답한 마음 탁 트여

메타세쿼이아 숲 속 이경찬 기자를 찍기 위해 쭈그린 김윤주 기자와 혼자 여유를 즐기는 윤지수 기자. 사진=이경찬 기자
메타세쿼이아 숲 속 이경찬 기자를 찍기 위해 쭈그린 김윤주 기자와 혼자 여유를 즐기는 윤지수 기자. 사진=이경찬 기자
장태산 계곡에서 시민들과 반려견이 시원한 계곡물을 즐기고 있다. 사진=이경찬 기자 
장태산 계곡에서 시민들과 반려견이 시원한 계곡물을 즐기고 있다. 사진=이경찬 기자 

[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폭우가 지나자 폭염이 시작됐다. 푹푹 찌는데 습하기까지 하다. 동남아 여행을 갈 필요가 없다. 한국에서 동남아 날씨를 느낀다. 날씨에 기분까지 좌우된다. 누군가 툭 치면 ‘왁’ 하고 뭔가 나올 거 같다. 하지만 우리는 ‘지성인’이다. 열을 내는 대신 열을 삭히러 산에 가기로 했다. ‘한여름의 등산’은 자제해야 하는 게 맞다. 하지만 산이라 해서 무조건 덥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의외로 ‘시원한’ 산도 있다. 앞서 힐링투데이에서 찾았던 ‘빈계산’이 그러했다. 그리고 이번에 소개할 ‘장태산’ 또한 여름 등산지로 유명한 곳이다. 그래서 가보기로 했다.

▲걱정이 ‘태산’

빈계산에서 결성된 ‘내려가자 산악회’의 활동 재개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빈계산 한번 다녀오고 해체했냐"라고 묻는 사람도 있었다. 우리의 굳건한 체력을 보여줄 때였다. 그러나 강인한 의지와 달리 걱정이 자꾸 들었다. 빈계산을 등산할 때보다 더 더워진 날씨와 더 저질이 된 체력 때문이었다. 윤지수 기자(이하 산악회원2)만 데려가기엔 신변이 걱정됐다. 고민 끝에 요즘 러닝에 푹 빠진 이경찬 기자(이하 산악회원3)를 섭외했다. 흔쾌히 가겠다는 그를 보며 작전이 성공했단 생각이 들었다. 다만 날씨를 고려해 등산 대신 산책 정도로 즐기기로 했다.

▲스릴이 ‘태산’

차에서 내리자 초록 나무들이 눈에 들어왔다. 도시를 벗어나 산에 온 게 실감이 됐다. 시원한 계곡물을 즐기는 사람들도 여럿 있었다. 관리사무소 옆 놀이터를 지나 조금 더 올라가니 장태산의 시그니처 시설인 ‘숲 속 어드벤처’가 보였다. 메타세쿼이아 사이에 ‘스카이웨이’가 조성돼 있었다. 키가 큰 나무들 사이를 걸어 다니니 하늘을 걷는 기분이었다. 빙글빙글 길을 따라가니 ‘스카이타워’로 이어졌다. 초입엔 ‘흔들리는 것 같으세요? 흔들리는 게 맞습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안전을 위해 흔들림이 있도록 설계됐다고 한다. 산악회원2가 타워를 올라가기 전 고소공포증이 없냐고 물었다. 그 말에 "당연히 없지. 이런 거 너무 좋아"라고 답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올라갔을 때 난간을 꽉 잡고 있는 내 손을 발견했다. 용기를 쥐어짜 겨우 다 올라가 기념샷을 찍었다. 사진 속 우리 옆엔 ‘추락주의’ 안내판이 있었다. 빙글빙글 스릴 만점 스카이타워를 내려와 흔들다리를 건넜다. 별로 무섭지 않았다. 스카이타워에 다녀오고 나니 용맹해진 기분이었다.

장태산의 스릴 만점 시설인 '스카이타워'를 오른 뒤 찍은 사진. 옆에 추락 주의 안내판이 걸려 있다. 사진=지나가던 착한 관광객
장태산의 스릴 만점 시설인 '스카이타워'를 오른 뒤 찍은 사진. 옆에 추락 주의 안내판이 걸려 있다. 사진=지나가던 착한 관광객
드론으로 촬영한 스카이 타워. 사진=이경찬 기자
흔들리는 메타세쿼이아 속 스카이타워. 사진=이경찬 기자

 

▲힐링이 ‘태산’

스릴 만점 시설들을 내려와 ‘메타세쿼이아 숲’으로 향했다. 늦은 오후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벤치에 누워 잠을 자거나 계곡에 발을 담그며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평화’가 따로 없었다. 울창한 메타세쿼이아들 덕분인지 하나도 덥지 않았다. 해는 보이지 않은 지 오래였다. 하늘까지 쭉쭉 뻗은 메타세쿼이아 앞에 서니 정말 우린 ‘한낱 작은 인간’임을 실감했다. 머리를 옭아매던 걱정거리가 정말 작은 일처럼 느껴졌다. 메타세쿼이아들은 그저 있었을 뿐인데 내가 보살핌을 받는 기분이었다. 나무들이 무엇이든지 괜찮다고 말하는 듯했다. 그 품 안에서 마음을 치유했다.

드론으로 촬영한 장태산 전경. 사진=이경찬 기자
드론으로 촬영한 장태산 전경. 사진=이경찬 기자
드론으로 촬영한 장태산 전경. 사진=이경찬 기자
드론으로 촬영한 장태산 전경. 사진=이경찬 기자

▲반성이 ‘태산’

메타세쿼이아 숲에서 힐링타임을 보낸 뒤 다시 걸음을 재촉했다. 이만 내려가자는 산악회원2를 끌고 산을 올랐다. 등산은 아니기에 정상까지 갈 필요는 없었지만 전망대까진 가야 했다. 산악회 명예가 달려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니 산악회원2가 옳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해는 없었지만 올라가는 길이 꽤 힘들었다. 등산을 하지 않기로 해놓고 우린 이미 ‘등산을 하고 있었다’. 전망대는 가도 가도 보이지 않았다. 징징대던 산악회원2는 의외로 선전했다. 필라테스를 꾸준히 한 것이 비결 같았다. 신입회원인 산악인3은 드론을 들고도 잘 올라갔다. 또 나만 문제였다. 전날 먹은 ‘소맥’이 후회스러웠다. 가벼운 산행으로 여긴 내 안일함이 문제였다. 등산 스틱이 그리웠다. 죽을 고비(?)를 넘겨가며 이윽고 전망대에 도착했다. 역시나 이곳에도 정자가 있었다. 땀이 비 오듯 흘렀지만 전망은 기가 막혔다. ‘괜히 왔다’ 싶었던 후회는 어느새 보람이 됐다. 다음 등산을 기약하며 산을 내려왔다.

산악회원들과 뒤풀이를 하며 맥주 한 잔을 들이켰다. 태산 같던 걱정은 장태산에 다 놓고 온 듯 그저 시원했다. 앞으로도 마음이 답답할 땐 장태산을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얻은 게 ‘태산’ 같은 하루였다.

김윤주 기자 maybe0412@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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