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축(角逐). '각(角)'은 '서로 뿔을 들이밀며 다투고 겨루다', '축(逐)'은 '쫓다'는 뜻이다. 축(逐)의 '시(豕)'는 멧돼지 갈비뼈와 꼬리의 상형이다. 뿔이 있는 동물의 무기는 뿔이다. 멧돼지는 이빨과 발이 무기다. 이 동물들은 뿔로 들이받거나 이빨로 물어뜯고, 쫓고 쫓기면서 죽기 살기로 싸운다. 한 치의 양보 없이 치열하게 승부를 겨룬다. 주로 각축지세(之勢), 각축전(戰), 각축장(場)으로 쓰인다. 중국 전국시대 위(魏)나라 공자(公子:지체 높은 집안의 자제) 위모가 조(趙)나라 왕을 만났다. "치국의 도리가 무엇...
고주망태. 술을 지나치게 마셔 몸을 가누지 못하고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상태다. 사라져야 할 말이지만 갈수록 많이 쓰인다. 술 권하는 사회에서 그 이유를 찾아야 할 게다. '고주'와 '망태'가 합쳐진 복합명사다. '고주'는 '몹시 독한 술, 고주(苦酒)' 혹은 '술장수, 고주(沽酒)'라는 설이 있다. '술, 기름 등을 짜서 밭는 틀인 우리말 고조'에 망태가 붙으면서 발음 편의상 '고주'로 변한 말이라는 주장도 있다. '망태'는 망(網))태기의 준말로 '가늘게 꼰 새끼나 노로 촘촘히 엮어 만든 그릇'이다. 그러니까 고주망태는 독...
좌우지간(左右之間). ‘정도나 조건 등이 어떻게 되어 있든 지간에’란 뜻으로 앞 뒤 문장을 이어주는 부사다. 여러 논리나 주장을 펴오다 급속한 논리전환이나 결론유도를 위해 흔히 사용하는 표현이다. ‘여러 명이 이런 저런 주장을 했지만 좌우지간 우리가 가야하는 것은 분명하다’, ‘아무튼’, ‘어쨌거나’, ‘여하간’, ‘하여간에’, ‘이렇든’, ‘저렇든' 등이 유의어다. 원래 좌우간(左右間), '오른쪽과 왼쪽의 사이'란 뜻으로 출발했다. 사자성어를 유난히 즐겨 쓰는 민족이다 보니 사자성어 운율을 맞추기 위해 '지(之)'가 삽입됐을...
미련. 깨끗이 잊지 못하고 끌리는 데가 남아 있는 마음을 뜻한다. 딱 잘라 단념하지 못하는 마음이다. "가는 해를 늘 아쉬워 한다. 그 이유는 과거에 대한 미련이 남기 때문이다." 한자말이다. '미련(未練)'으로 '연(練)'은 '익히다. 연습하다, 훈련하다, 단련하다' 등 다양한 뜻을 지닌 형성문자다. 이들과 다소 생뚱맞은 뜻이 하나 있다. '상중(喪中)에 상제(喪制)가 입는 옷'이다. 바로 여기서 '미련'이 유래됐다. '연(練)'은 사망한지 1년이 되어 지내는 제사 때 입는 상복(喪服)이다. '아직 ~아니다'란 뜻인 '未'가...
창피하다. '체면이 깎이는 일이나 아니꼬운 일을 당해 부끄럽다’란 뜻이다. "남편이 술만 마시면 집 앞에서 소리를 고래고래 질러 동네 창피해 죽겠고, 아들은 툭하면 학교에서 사고뭉치여서 너무 창피하다" '남부끄럽다, 남세스럽다'와 같은 말이다. 순수 우리 말 같다. 하지만 한자어다. 미처 날뛸 창(猖)과 헤칠 피(披). '창(猖)'은 '옷을 입고 허리띠를 매지 않은 모양'을, '피(披)'는 '옷을 열어 헤친 모양'이다. 옷고름이나 치마끈, 허리띠가 죄어 매지 않거나 풀어져 있어 알몸이 보이거나 속옷이 보이는 상태다. 얼마나 민...
사이코패스(Psychopath). 반사회적 성격장애증을 앓는 사람을 가리킨다. 범행을 저질러야 성격장애증이 나타난다. 평소에는 주변 사람들이 알아채지 못한다. 1920년대 독일 정신의학자 쿠르트 슈나이더가 처음 소개한 정신병질의 개념이다. 감정을 지배하는 전두엽 기능이 정상인에 비해 15% 밖에 활성화되지 않은 데다 공격성향을 억제하는 세로토닌이 부족하다. 타인 고통에 무감각하고 양심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 처벌 역시 두려워하지 않는다. 갈수록 사이코패스가 늘고 있다. "묻지 마 살인에 국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사이코패스...
언어로 표현하지 않아도 사물 속성이나 용도를 쉽게 알 수 있다. 사물 모습이나 특징을 압축해 사람들이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만든 기호(記號) 때문이다. 도로 표지판이나 비상등의 그림, 온천과 유적지 등 시각 언어가 이에 속한다. 그렇다면 화장실을 상징하는 기호는 무엇일까. 남녀 형태를 단순화시킨 그림이다. 전 세계 어디를 가도 대부분 다 그렇다. 화장실을 묻지 않아도 이 그림만 보면 볼일을 볼 수 있다. 어떻게 해서 화장실 기호가 '서 있는 사람 모습'이 되었을까. 오히려 물이 떨어지거나 쭈그리고 앉아있는 모습이 보다 더 상...
통조림. 농수산물·육제품 등 각종 식품을 가열, 살균한 뒤 오래 저장될 수 있도록 만든 밀봉 용기 식품이다. 통(桶)은 주로 주석으로 만들어졌다. 수송과 사용이 편리하고 경제적이다. 영양가의 손실이 비교적 적다. 강한 저장성이 큰 장점이다. 원래 통조림은 군사용으로 탄생했다. 그 사연은 이렇다. 나폴레옹은 1800년 오스트리아와 결전에서 승리했지만 알프스를 넘는 진군에서 큰 고충을 겪었다. 군량 운반과 저장에 문제가 따랐다. 때문에 군사 사기는 갈수록 떨어졌다. 나폴레옹은 빨리 해결책을 찾아야 하나 병법(兵法)만 떠올랐지 군량...
어른과 어린이를 구분하는 기준은 무얼까. 나이 혹은 학년, 결혼? 여하튼 정확한 기준을 대기 참 어렵다. 우선 사전을 보면 '어른'은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질 수 있는 사람' 혹은 '결혼한 사람' 등으로 정의된다. '어린이'는 '4, 5세부터 초등학생까지의 아이'를 일컫는다. 어른은 '어르다'에서 온 말이다. '어르다'는 '성관계를 맺다' 혹은 '배필로 삼다'는 뜻이다. 따라서 어른은 결혼한 사람이다. 결혼하지 않은 사람은 '어른'이 아닌 셈이다. 그러니까 아무리 덩치가 크고 나이를 먹어도 미혼자는 어른 축에도 끼지 못한...
가게. 작은 규모로 여러 가지 물건을 파는 장소다. 이른바 상점(商店)이다. "퇴근 할 때 앞 가게에 들러 라면과 담배, 소주 한 병 좀 사와라." 식료품, 의약품, 의류, 구두, 술, 신발 등 참으로 다양한 것들을 파는 곳을 일컫는 집합명사다. 이 말이 서서히 사라져가고 있다. 20세기 만해도 동네 어귀에는 가게가 있었는데 언제부턴가 편의점, 슈퍼, 마트 등이 대신하고 있다. 가게라는 말도 50대를 제외하곤 별로 사용하지 않는다. 우리말 같지만 한자어에서 유래됐다. 그 사연이 깊다. 그 생성시기가 1392년 태조 원년으로 알...
차례나 제사 지낼 때 먼저 하는 일이 무엇일까.? 목욕재계(沐浴齋戒)도 선행할 일이지만 지방(紙榜:한지에 써서 모신 신위) 쓰기가 아닐까. 지방의 경우 유독 머리에 항상 남아있는 단어가 있다. 바로 '학생(學生)과 유인(孺人)'이다. 다시 말해 '현고학생부군신위(顯考學生府君神位)' 또는 '현비유인순천박씨(顯?孺人順天朴氏)' 전자는 남편, 후자는 부인에 해당한다. 먼저 '학생'이란 어떤 의미일까. 요즘 학교 다니는 사람은 당연히 아니다. 원래 학생은 고려시대에 국자학(國子學)이나 향약(鄕約), 사학(私學) 등에 다녔거나 다닌 사...
호주머니. 물건을 넣어 담고 다닐 수 있도록 별도의 천을 저고리나 바지 등 옷에 대거나 곁들여 만든 옷의 부속물이다. "아무리 호주머니를 뒤졌지만 땡전 한 닢 나오지 않았다"는 순수 우리말일까. 아니다. '호’와 ‘쥐다(악:握)’, ‘ㅁ'과 ‘어니’가 합쳐진 단어다. '호’는 한자어 ‘胡’로 ‘오랑캐(兀良哈))’란 뜻이다. 그러니까 호주머니는 ‘오랑캐 주머니’다. 순수 우리말인 ‘주머니’는 한자어로 ‘낭(囊)’이다. 자질구레한 물품이나 용돈 따위를 넣고 입구를 졸라매어 허리띠에 차거나 손에 들도록 만든 물건이다. ‘주머니’와 ...
예로부터 추석하면 자주 입에 오르내리는 말이 무엇일까. 송편, 성묘, 차례, 민족의 대이동 등등 많다. 많고 많음 중에 으뜸은 단연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란 속담이 아닐까. 우리말이니 부연설명이 필요 없다. 가윗날(추석)처럼 잘 먹고 잘 놀고 잘 입고만 싶었으면 하는 바람이 담긴 말이다. 아주 좋은 덕담 같기도 하다. 이 속담은 조선 선조 때 한양의 세시풍속 80여종을 월별로 구분해 해당 절후와 그에 따른 풍속을 설명한 김매순의 ‘열양세시기(冽陽歲時記)’에 처음 기록되어 전해진다. 이 책의 '음력 8월 중추(...
귀성(歸省). 부모를 뵙기 위해 객지에서 고향으로 돌아가거나 돌아옴을 뜻한다. 이 뜻대로라면 귀향(歸鄕)이라는 말이 더 옳지 않을까. '돌아가다'의 '歸'와 '살피다'의 '省'이 합쳐진 말이다. '歸'는 이해가 가지만 '省'은 다소 생뚱맞지 않은가, 도대체 돌아와 뭘 살피겠다는 것인가. 여하튼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사연은 이렇다. 일제강점기 이후 일본식 신교육이 보급됐다. 유교식 교육이 뒤로 밀리면서 많은 농촌 학생들이 질 좋은 교육을 받기 위해 신교육이 시작된 서울로 몰려들었다. 서울로 유학(留學)온 학생들은 방학이 되...
무데뽀. 생각 없이, 무례하게 마구 덤벼드는 행동을 말한다. ‘조선군 의병들은 일본에게 무데뽀로 덤비다가 참패를 당했지’, ‘무데뽀로 날뛰는 놈에겐 몽둥이가 약이지’. 무데뽀는 구어체로 흔히 사용되지만 일단 우리말이 아니다. 허나 우리가 만든 말이다. 일본식 한자어 무철포(無鐵砲)의 소리글자다. '철포가 없다'는 뜻이다. 철포라고? 1572년 임진왜란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토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가 조선에게 명나라를 정복하라고 요청했으나 거절당하자 조선을 침공한 전쟁이 임진왜란. 당시 왜군은 '새를 쏘아 맞혀서 떨어뜨릴...
아이러니. 표현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실제와 반대되는 뜻을 의미한다. 또는 예상 밖의 결과가 빚은 모순이나 부조화를 뜻한다. 우리 말이 아니다. 유래는 아주 먼 옛날 그리스 희극에서 찾을 수 있다. '역설적인'으로 번역되나 원래 의미를 담아내기에 부족하다. 그래서 그냥 '아이러니'라 하는 경우가 많다. "공부도 지지리 못했던 학생이 교사가 되다니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영어로 'Irony’, 그리스어로 ‘ironeia’다. 이 ‘ironeia’는 그리스 희극의 등장인물, 에이런(Eiron)에서 비롯됐다. 이 에이런의 말과 행동...
짐작. 사정이나 형편 따위를 어림잡아 헤아림을 뜻한다. '그런 짓을 했으리라고 짐작이나 했겠냐?', '짐작컨대 그는 이미 산으로 떠났을 거야'. 정보나 지식 등 정확한 자료에 근거하지 않는 정신적 행위다. 자주 붙어 다니는 기생어가 있다. '어림과 지레'다. 어림은 '자세하지 않은', 지레는 '어떤 일이 일어나기 전 또는 어떤 기회나 때가 무르익기 전에 미리' 란 뜻이다. 이런 '짐작'이 술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면 믿겠는가. 한자어로 '짐작(斟酌)'이다.'짐(斟)'은 '술잔을 주고받다'이고, '작(酌)'은 '술을 따르다'이다....
이름. 사람이나 사물 그리고 개념 등을 가리키거나 부르는 의미기능이다. 집합을 통틀어 나타내거나 특정한 문맥 안에서 완전히 유일한 물건이나 개념을 나타낸다. '말을 하거나 전하다'의 뜻인 '이르다'의 명사형이다. 아기가 태어나면 먼저 이름을 짓는다. 동식물도 새로이 발견되거나 만들어지면 반드시 '학명(學名)'이란 이름을 얻는다. 이미 이름을 가진 사람이나 동식물과 구분하기 위해서다. 이름 없는 동식물이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허나 그 이름이 의사소통을 해야 의미를 가진다. 인간과 인간은 서로 이름을 불러 소통을 한다. 인간...
삼수갑산(三水甲山). 반드시 동사 '가다'와 함께 쓰여 '멀고 험한 곳으로 가다', '매우 어려운 지경에 이르다'는 뜻이다. "삼수갑산에 가는 한이 있더라도 내 너를 그냥 보내지 않겠다". 삼수갑산이 도대체 어디 길래 목숨을 걸고라도 반드시 가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이는가. 일단 물이 있고 산이 있는 것을 보면 무척 험한 계곡이 아닌가 하는 느낌도 든다. 삼수는 함경남도 북서쪽 압록강 지류에, 갑산은 함남 북동쪽 개마고원의 중심부에 있는 마을이다. 삼수는 겨울철 평균 기온이 영하 18℃ 안팎으로 국내에서 가장 춥다. 갑산은 바...
밀월. 결혼 직후 즐겁고 달콤한 한달여 동안의 기간을 의미한다. ‘결혼식을 마치기 무섭게 그들은 밀월을 즐기기 위해 몰디브 행 비행기에 올랐다’, ‘지금은 밀월 기간이라 서로 사랑 이외 아무 것도 보이지 않을 거야’. 꿀(蜜)과 달(月)이 합쳐진 단어다. '꿀처럼 행복한 한 달'이란 뜻이다. 꿀과 달. 어떤 관계가 있길래 한 몸이 되어 이런 뜻을 만들었을까. 스칸디나비아의 결혼 풍습에서 유래됐다. 스칸디나비아 신혼부부는 한달 동안 꿀이 첨가된 맥주를 마신다. '미드(mead)'라 하는 이 꿀 술은 여자 부모가 빚었다. 건강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