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낱말속 사연]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갈수록 사이코패스가 늘고 있다. "묻지 마 살인에 국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사이코패스가 아니고 서야 저런 극악무도한 짓을 감히 저질러" 언론에서 흔히 접하는 문구다. 이 사이코패스에 어떤 사연이 있고 원조는 누구일까.
기원전 그리스 아테네에서 좀 떨어진 강가에 프로쿠루스테스(Procrustes:포세이돈 아들)가 살았다. 노상강도 신이지만 나그네의 금품을 빼앗기는커녕 나그네를 일삼아 죽이는 게 주된 관심사였다. 나그네를 집으로 유인해 일단 자신이 만든 쇠 침대에 묶었다. 침대보다 크면 다리를 자르고, 작으면 다리를 잡아 늘리는 방법으로 죄다 죽였다. 어느 나그네도 이놈에게 얻어걸리면 죽음을 면하지 못했다. 참으로 황당하지 않는가. 제멋대로 침대 길이를 만들어 놓고 그보다 크거나 작으면 모조리 죽였으니 말이다. 제 정신이 아니고서야 이런 짓을 감히 저지를 수 있겠는가. 여기서 '프로쿠루스테스의 침대'가 탄생했다. 당초 '무자비하고 이유 없이 죽이는 행위'였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타인 의견을 무시한 채 제 의견을 관철시키거나 제멋대로 해석해 아전 인수하는 짓'을 일컫는 다소 부드러운 말로 변했다.
프로쿠루스테스 본명은 '늘이는 자 혹은 두드려 펴는 자'의 뜻인 폴리페몬(polypemon)이다. 공교롭게 사이코패스도 그리스 말로 '잡아 늘이는 놈'이다. 그렇다면 사이코패스의 원조는 프로쿠루스테스인 셈이 아닌가. 이 사이코패스의 원조는 아테네 영웅 테세우스에게 그 침대에서 같은 방법으로 죽임을 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