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낱말속 사연] 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좌우지간(左右之間). ‘정도나 조건 등이 어떻게 되어 있든 지간에’란 뜻으로 앞 뒤 문장을 이어주는 부사다.

여러 논리나 주장을 펴오다 급속한 논리전환이나 결론유도를 위해 흔히 사용하는 표현이다. ‘여러 명이 이런 저런 주장을 했지만 좌우지간 우리가 가야하는 것은 분명하다’, ‘아무튼’, ‘어쨌거나’, ‘여하간’, ‘하여간에’, ‘이렇든’, ‘저렇든' 등이 유의어다.

원래 좌우간(左右間), '오른쪽과 왼쪽의 사이'란 뜻으로 출발했다. 사자성어를 유난히 즐겨 쓰는 민족이다 보니 사자성어 운율을 맞추기 위해 '지(之)'가 삽입됐을 것으로 추측된다. 어떻게 이 '좌우지간'이 여러 주장을 제처 놓고 성급히 결론을 내려는 의미로 쓰이게 되었는가.

당간(幢竿), 통일신라 이후 사찰에 설치됐던 시설물로 당(幢)이란 기(旗)를 내거는 기둥이다. 이 당간을 세우기 위해 좌우에 설치한 지주가 당간지주(幢竿支柱)다. 이 지주는 당간이 흔들리거나 쓰러지지 않기 위해서 좌우가 모양이나 크기가 같아야 했다. 지주의 좌우가 동일해야 한다는 뜻이 "앞의 논리나 주장이 불확실해 자신이 없거나 이론의 여지가 있을 때" 서둘러 글을 마무리하려는 말로 쓰이게 되었다.

다양한 논리나 주장을 일단 종합하려면 공통요소를 추출해야하는데 이 공통요소 추출을 지주의 동일성에서 착안했던 것으로 보인다. 바로 '좌우당간 혹은 좌우지당간'이다. '좌우당간'에서 '당'이 '지'로 바뀌었고, '좌우지당간'에서는 '당'이 생략돼 '좌우지간'으로 지금에 이르고 있다.

요즘 세태가 무척이나 개탄스럽다. 좌우가 너무나 분명해 누구도 서둘러 종합적 결론을 내지 못하는 지경이다. 불확실해도 너~무 불확실한 논리가 너무 강하게 판친다. 그저 이합집산(離合集散)만 판친다. 정치인들 사이에서도, 정부와 국민 사이에서도 또는 기업 사이에서도, 심지어 국민들 사이에서도 틈이 갈라질대로 갈라져 좌우지간 봉합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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