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낱말속 사연]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무데뽀. 생각 없이, 무례하게 마구 덤벼드는 행동을 말한다. ‘조선군 의병들은 일본에게 무데뽀로 덤비다가 참패를 당했지’, ‘무데뽀로 날뛰는 놈에겐 몽둥이가 약이지’. 무데뽀는 구어체로 흔히 사용되지만 일단 우리말이 아니다. 허나 우리가 만든 말이다. 일본식 한자어 무철포(無鐵砲)의 소리글자다. '철포가 없다'는 뜻이다. 철포라고?

1572년 임진왜란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토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가 조선에게 명나라를 정복하라고 요청했으나 거절당하자 조선을 침공한 전쟁이 임진왜란. 당시 왜군은 '새를 쏘아 맞혀서 떨어뜨릴 수 있다'고 해서 중국인들이 이름 붙인 '조총(鳥銃·유럽에서 개발돼 명과 일본에 전해짐)'을 개량한 '철포'를 가지고 있었다. 왜란 시 왜군은 철포로 조선군과 전투를 벌였다. 반면 조선군의 대응 무기는 총은 고사하고 화살과 죽창 등이 고작이었다. 화살과 죽창이 철포를 당할 수 있겠는가? 계란으로 바위 치는 셈이었다. 당연 조선군은 패하기 일쑤였다. 삽시간에 서울까지 왜군은 거침없이 진격했다.

이 철포가 바로 일본으로 발음하면 '데뽀'다. 그러니까 왜군은 '데뽀'를 가지고, 조선군은 데뽀 없이 싸웠다는 것이다. 여기서 '없다'의 무(無)를 접두사로 붙여 '무데뽀'가 탄생됐다. 조선군이 죽창과 화살 그리고 육탄으로 겁 없이 무턱대고 신무기로 무장한 왜군에게 덤벼들었던 것에 비유해 주도면밀하지 못한 채 생각 없이 마구 날뛰며 대드는 행위를 바로 '무데뽀'라고 한 것이다. '막무가내'와 같다고 할까?

'무데뽀'는 저돌적 행위이다. 과정은 물론 결과를 생각하지 않거나 염두에 두지 않는다. 문명의 이기인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우리가 '무데뽀'다. 그 것은 생각을 중지시키고 사고의 네트워킹을 방해하고 의심을 불허한다. 그러니 인간 행위는 '무데뽀'일 수밖에 없다. 걱정이다. 기준과 원칙, 논리와 조리, 예의와 배려가 없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음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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