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낱말속 사연] 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가게. 작은 규모로 여러 가지 물건을 파는 장소다. 이른바 상점(商店)이다. "퇴근 할 때 앞 가게에 들러 라면과 담배, 소주 한 병 좀 사와라." 식료품, 의약품, 의류, 구두, 술, 신발 등 참으로 다양한 것들을 파는 곳을 일컫는 집합명사다. 이 말이 서서히 사라져가고 있다. 20세기 만해도 동네 어귀에는 가게가 있었는데 언제부턴가 편의점, 슈퍼, 마트 등이 대신하고 있다. 가게라는 말도 50대를 제외하곤 별로 사용하지 않는다. 우리말 같지만 한자어에서 유래됐다. 그 사연이 깊다.

그 생성시기가 1392년 태조 원년으로 알려졌지만 보다 확실하게 사용된 때는 1890년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종로와 남대문로 변에는 자연발생적으로 시장이 형성돼 상인과 소비자가 직접 만나 물건을 사고파는 상업용 가건물들이 무질서하게 들어섰다. 말이 건물이지 나무와 건초 등으로 얼기설기 얽어 눈비와 바람을 막는 정도였다. 당시 사람들은 이 상업용 건물을 '가가(假家)'라 했다. 그러니까 진짜 건물이 아니라 언제든지 허물어버릴 수 있는 가짜 건물이란 뜻이다. 따라서 쉽게 지어져 가가를 헐어버리는 데는 별 힘과 시간이 들지 않았다. '가가'가 늘어서면서 도로를 갈수록 더 많이 침범하자, 왕 행차에 큰 장애가 됐다. 왕이 행차할 때마다 헐었다 다시 지을 수밖에 없었다. 허물고 다시 지어야하는 불편에다 번거로움, 그리고 금전적 피해가 막심하자 왕실은 철거복구 비용을 대주기도 했다고 한다.

이 '가가(假家)'의 '가(家)'가 언제부턴가 '게'로 바뀌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가가'가 발음하기 불편해 편한 데로 부르다 보니 '가개'를 거쳐 '가게'로 바뀐 것이다. 사실 '가게'에는 '길거리에 임시로 물건을 벌여 놓고 파는 곳'이란 뜻도 있다.

'가가' 같은 인간이 참 많다. 진실을 보여주지 못함은 물론 추구하지도 않은 채 임시변통과 거짓을 일삼는 금배지 단 인간 말이다. 때문에 갈수록 깔끔하고 질서정연하고 기준과 원칙이 서는 사회가 돼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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