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을미년 (乙未年)년이 시작됐다. 새로운 희망과 꿈으로 가득해야 하는 새해이지만, 가슴속 한편엔 먹먹함이 남아있다. 지난해 우리 국민은 무척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사고를 시작으로, 여전히 눈물이 흐르는 세월호 참사, 어처구니없는 장성 요양병원 화재 사고 등으로 많은 국민은 슬픔과 충격, 고통 속에서 지내야 했다.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고 있는 크고 작은 사고와 위기는 그동안 기본과 원칙을 무시한 채 사상누각(砂上樓閣)을 쌓았기 때문이라는 진단이 많다. 우리는 지금까지 실적주의와 결과주의에 빠져 ...
▶비열한 바람 한줌이 창살을 훔치던 그날 밤, 갑(甲)과 을(乙) 여럿이 밀실에 모였다. 잠시, 모호한 침묵이 흘렀다. 이들은 누가 갑(甲)이고, 누가 을(乙)인지 서로 분간하지 못했다. 순간, 음습한 목소리가 칼에 베인 듯 암전을 깨웠다. 'A사를 깎아내리는 광고를 실어주시오. 광고비를 넉넉히 지불하겠소.' 그 부도덕하고 추잡한 제안을 한 자는 궁지에 몰린 사업가였다. 목소리는 몹시 떨렸고 자세는 매우 불편했다. 남몰래 뭔가를 꾸미는 자는 두 다리를 펴서 앉지 못한다. 야합은 결렬됐다. 상도(商道)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들...
우리 국민 한 사람이 1년에 약 74.1개의 라면을 먹어 세계에서 1인당 라면소비량이 가장 많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9일 ●라면시장 현황조사● 자료에서 세계인스턴트라면협회가 지난해 한국●미국●일본●중국 등 15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인용해 이같이 밝혔다. 1인당 라면소비량은 베트남이 60.3개로 2위, 인도네시아가 57.3개로 3위를 각각 차지했다. 국가별 총 라면소비 순위는 홍콩을 포함한 중국이 46조개로 수위였고 인도네시아, 일본, 베트남이 뒤를 이었다. 우리나라는 약 3조6천개를 소비해 7위였다...
공짜 해외여행을 미끼로 수십억원대 사기를 벌어온 부녀가 경찰에 붙잡혔다. 대전동부경찰서는 18일 프리랜서 여행사 직원 행세를 하며, 12억원 상당을 챙긴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로 A(28●여) 씨를 구속했다. 또 A 씨를 도와 자금을 관리한 A 씨의 아버지 B(60) 씨도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지난 2월부터 최근까지 프리랜서 여행사 직원으로 행세, ●해외여행객 15명 이상을 모집해 오면 당사자는 공짜로 여행을 보내주는 상품이 있다●고 속여 모두 800여명으로부터 예약금 명목으로 12억 3000만원...
대한항공의 ●땅콩 회항● 사건에 대한 조사가 허술하고 공정성이 부족했다는 비판을 받는 국토교통부가 자체 감사에 착수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조사 과정을 전반적으로 조사해 문제가 있었는지 살펴볼 것●이라고 18일 말했다. 국토부는 전날 이번 조사과정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감사에 들어갔다. 사건의 중요한 참고인인 박창진 사무장 등을 회사를 통해 부르는 등 기본을 무시한 조사였다는 지적을 받은데다 박 사무장을 조사할 때 회사 임원을 19분간 배석시킨 것으로 드러나면서 대한항공에 대한 ●봐주기● 조사가 아니었느냐는 비판이 ...
교사 10명 가운데 7명은 학교 성과급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지난 10월 22∼27일 전국 교사 700명과 학교장 300명을 대상으로 학교 성과급제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교사의 72.3%가 ●학교 성과급에 반대한다●고 답했다고 18일 밝혔다. 찬성은 24.1%에 그쳤다. ●학교 성과급●은 전국의 학교를 S, A, B의 3등급으로 나눠 성과급을 차등지급하는 정책이다. 교사들이 학교 성과급을 반대하는 이유로는 ●공정한 평가가 불가능하기 때문에●라는 응답이 36.6%로 가장 많았고 ●학교 간 불필...
땅콩 한 봉지가 사람을 잡았다. '땅콩 회항'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 파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그녀는 견과류를 접시에 담지 않고 봉지 째 주자 발끈했다. 분을 못 견딘 그녀는 승무원 무릎을 꿇리고 질책하면서 책을 던졌다. 그리곤 "너, 내려"라고 명령했다. 급기야 이륙을 위해 활주로로 가던 여객기는 탑승구로 리턴했다. 물론 쫓겨난 사무장은 12시간동안 공항 미아신세였다. 지난해엔 라면 한 봉지가 사람을 잡았다. 대기업 상무가 기내에서 "라면이 짜다. 제대로 익지 않았다"며 들고 있던 잡지로 승무원의 얼굴을 때린 것이다. 당...
▶꽃이 산을 넘고, 강이 세월을 뛰어넘는 강원도 두메산골, 98세 할아버지와 89세 할머니의 명랑한 순애보(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가 화제다. 14세 촌색시와 23세 떠꺼머리총각은 76년 전에 만나 아름답게 백년해로한다. 봄엔 꽃놀이를 하며 '나 이쁘오?' 애교를 떨고, 여름엔 물장난을 친다. 가을엔 낙엽을 쓸다말고 서로를 쓰다듬고, 겨울엔 눈싸움을 하며 티격태격한다. 할머니 손이 시리다고 하니 할아버지가 ‘호호~’하고 입김을 불어주기도 한다. 둘은 어디를 가든 고운 빛깔의 한복을 커플로 맞춰 입고 다닌다. 그것도...
▶헝가리 미슈콜츠는 중세시대에 멈춰있다. 현재를 살면서, 과거를 음미할 수 있는 건 클래식한 분위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르지만 동시에 멈춰있고, 멈춰있지만 동시에 펄떡인다. 인간을 품은 성모 마리아 순례길, 도심 한가운데로 흐르는 실개천, 사람과 삶을 감싸 안은 길목, 다운타운의 시민광장, 소담스런 벼룩시장과 파시 같은 야채시장, 잔잔하게 도열한 바로크 교회, 700만년 세월을 담은 빛바랜 박물관, 폭포와 동굴온천…. 도시는 이 많은 것들을 오롯이 풍경에 담으면서 덜컹거린다. 이 지상 최고의 중세 여행은 바로 트램(노면전차)에...
▶알고도 눈감아주란 말인가. 보고도 눈감아주란 말인가. 자동차전문정비업 허가도 받지 않은 무자격자가 차량을 고치는데 눈감아주란 말인가. 같은 판매점에서 똑같은 타이어를 다르게 파는데도 눈감아주란 말인가. 얼뜨기가 사면 덤터기 쓰고, 반골이 사면 덤(할인)을 주는 꼴을 보고도 눈감아주란 말인가. 판매점마다 천차만별인 가격을 보고도 눈감아주란 말인가. 위태위태한 옥외광고판이 버젓이 안전을 위협하는데도 눈감아주란 말인가. 정녕 모른 체 하란 말인가. ▶묻겠다. 불법마저도 용인하는 게 기업 살리기인가. 탈법기업 떠난다고 애걸복걸 읍소...
▶진달래 커피를 아시는가. 봄날의 진달래를 상상하지 마시라. 커피에 진달래 한 잎 띄웠다고도 생각하지 마시라. 이 커피는 그냥 '진'하고 '달'게 먹는 커피를 말한다. 진달래의 분홍은 붉음보다 못하고 맑음보다는 치열하다. 그래서 진달래 커피는 '에스프레소(Espresso)'가 아닌 쓴맛과 단맛이 어우러진 '카푸치노'다. 때문에 분홍 맛이다. 여기에 가미되는 설탕과 프림은 밤낮을 뒤섞으며 동침한다. 설탕은 커피를 살살 녹이기 위해 온몸을 투신하고, 원두(原豆coffee)는 그 옆에 와신(臥薪)하며 속삭인다. "사랑해, 고마워…....
▶30년 전 아버지는 자식의 공납금을 위해 밭뙈기를 팔았다. 소도 팔았고 키우던 강아지도 팔았다. 그런데 언젠가 사과 한 알을 몰래 따먹었다가 혼꾸멍난 적이 있었다. ‘자식농사’를 위한 밑천이 ‘과수농사’였는데 왜 썩은 걸 먹지 않고 온전한 걸 먹었냐는 게 이유였다. 과수원집 아들은 까치가 쪼아 먹다 남긴 사과를 먹고, 슈퍼마켓 아들은 유통기한이 끝난 과자를 먹어야한다는 걸 잠시 잊었던 것이다. 하지만 원망하지 않았다. 단지 죄라면 배고픈 입(口)이 문제였으니까. 그 사건이후 난 사과를 돈 주고 사먹지 않는다. 비싸서가 아니라...
▶어둠이 채 걷히지 않은 시간에 아들은 학교를 향했다. 그리고 어둠이 먹물처럼 사위(四圍)를 감쌀 때 집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3년의 세월이 흘렀다. 어둠에서 출발해 어둠으로 귀휴하는 그 길이 얼마나 외로웠을까마는, 난 단 한 번도 자식의 안녕에 대해 묻지 않았다. 인생에 대해서도 말을 섞지 않았다. 궁금했으나 묻지 않았고, 말하고 싶었으나 침묵했다. 난 항상 바빴고, 바쁘다는 핑계를 댔다. 간혹 궁금하고, 묻고 싶고, 말하고 싶을 땐 여지없이 취해있었다. 그래서 또 침묵했다. 어쩌면 부모와 자식 사이에 흐르는 '의도된 부침(...
▶“오! 커피…. 수천 번의 키스보다 매혹적이고 달콤해. 악마처럼 검고 지옥처럼 뜨거우며 사랑처럼 달콤하구나.” 1980년대 어느 음악다방 뮤직 박스에서 디스크자키가 LP(Long Play)판을 틀어주고 있다. 무스를 잔뜩 발라 앞가르마를 내고 도끼 빗을 뒤에 꽂은 허리케인 박이다. 1분에 33번 회전하는 직경 12인치(inch) 턴테이블 LP판을 닦고, 얹고, 돌리면서 한껏 개폼을 잡는다. 다방 레지는 청마 유치환의 시를 줄줄 외면서 값싼 커피를 팔고, DJ에게 홀딱 반한 여자는 거의 실신 직전이다. 7080세대의 이 어색한...
▶지난겨울이 그렇게 춥더니, 또 한기가 찾아왔다. 여기저기서 부고(訃告)가 날라든다. 이 계절엔 특히 그렇다. 잊지 않으면 잊히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었고, 볼 수만 있어도 보인다고 여겼는데, 모두의 안녕을 묻는 이 시간이 황망하고 당황스럽다. 동토(凍土)의 세상이란 언제나 쓸쓸하다. 입이 굳고 말이 굳는다. 이 벼린 겨울이 지나면 차갑고 매정했던 오한마저도 못내 그리울 텐데 '겨우살이'의 어근과 어미가 죽음을 알린다. 그림도 언어다. 풍경도 언어다. 저마다의 얼굴을 가지고 소리를 낸다. 겨울은 '겨울'하고 소리 낸다. ▶어릴...
▶먼동과 함께 찾아오는 아침은 희망이다. 사람이 40년간 하루 2시간가량 먼저 일어나면 2만 9000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이는 하루 8시간 일하는 10년 치에 해당된다. 하지만 현대인들은 아침을 잃었다. 동시에 식구(食口)와 식솔(食率)과의 눈요기를 잃었다. 밥상에 앉아 하루를 여는 창(窓), 밥상공동체도 잃었다. 가족을 식구(食口)라고 부르는 것은 한집에서 함께 밥(한솥밥)을 먹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민의 20%는 아침밥을 먹지 않는다. 우린 평생 62t(교실 한 칸 정도)의 음식을 먹는다고 한다. 이 수치대로라면 밥상머...
▶베를린 마라톤에서 월계관을 쓴 케냐의 키메토는 6년 전까지만 해도 옥수수를 키우던 가난한 농부였다. 하지만 그는 2시간2분57초라는 세계신기록의 보유자가 됐다. 이는 42.195㎞를 100m당 평균 17초48의 속도로 뛴 것인데, 보통 사람들에겐 전력 질주에 가깝다....
▶2006년 2월 27일은 개인적으로 기록에 남는 날이다. 차가운 머리로 뜨겁게 사표를 낸 날이기 때문이다. 그날 아침, 창밖엔 식지 않은 겨울이 웅크리고 있었고 바람은 체온보다 냉랭했다. 내연기관의 입김은 당혹스럽게도 겨울보다 빨리 얼었다. 그리고 천국을 보았다. 행...
▶인생은, 아니 인맥(人脈)은 마블링(Marbling)이다. 켜켜이 쌓인 인연들이 연하게 섞이면서 통섭의 띠(끈)를 만들기 때문이다. 살코기의 단백질이 지방(脂肪)으로 변하듯 ‘쓸모’없는 것이 ‘쓸모’있게 된다. 물과 기름이 섞일 때는 ‘불’이 필요하다. 여기서 그 ‘...
배우 겸 가수 박준면(38)이 정진영 전 충청투데이 기자(33·대전 출신·현 헤럴드경제 문화부)와 목하 열애 중이다. ‘뮤지컬계의 대모’로 불리는 박준면은 지난 1994년 연극 '노부인의 방문'으로 데뷔했다. 드라마 '아현동 마님' '내조의 여왕' '신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