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황부진·저장물량 감소 영향
사과 3개 2만원… 가격 확인만
판매량 급감에 상인들도 울상

▲ 청주시 상당구 한 대형마트 과일코너에서 한 손님이 사과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장예린 기자

[충청투데이 장예린 기자] 13일 오후 청주의 대표 전통시장인 육거리종합시장 내 과일가게를 찾는 손님들의 발길이 끊겨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어쩌다 과일가게를 방문한 손님은 천정부지로 치솟은 사과 가격을 확인하고는 슬그머니 사과를 내려놓았다.

이 손님은 "사과를 사기위해 시장에 방문했는데 3개에 2만원이라는 가격에 당황했다"며 "혹시 몰라서 대형마트에 들러 가격을 확인해 보고 좀 더 저렴한 곳에서 구입하겠다"고 발길을 돌렸다.

이후 이곳 과일가게에 몇 명의 손님이 가게를 더 들렸지만 대부분의 손님들이 과일 가격에 놀라 선뜻 장바구니에 과일을 담지 못했다.

육거리시장을 찾은 또 다른 한 시민은 "과일 가격이 많이 오른 건 알았는데 이정도 일 줄은 몰랐다. 결국 과일을 못사고 빈손으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손님들의 발길이 끊기자 과일가게로 생계를 이어가는 상인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청주 육거리시장에서 30년 동안 과일장사를 하고 있다는 상인 A 씨는 진열된 사과를 정리하며 "과일가격이 떨어지지 않고 점점 더 비싸지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는 과일가격이 내려가지 않고 계속 오르고 있다. 원래 사과 10㎏에 7만~8만원이 적정선이었는데 지금은 14만원정도"라며 "손님들이 사과를 고를 때 가장 좋은 사과에 먼저 손이 가지만 비싼 가격을 확인하고 돌아서기 일쑤"라고 푸념했다.

이어 "사과 가격이 오르니 배 가격도 동반 상승하는 추세"라며 "배는 15㎏에 8만원이었는데 지금은 12만원 선이다. 설 명절 때 보다도 올랐다. 문제는 다음 달엔 과일 가격이 더 올라갈 것이라고 한다"며 한숨 지었다.

육거리시장에서 영업하는 또 다른 과일가게도 비싼 가격 때문에 손님이 급격히 줄었다고 푸념한다.

이 과일가게 상인은 "지난해 내린 폭우로 사과가 피해를 입어 시장에 공급할 사과 물량이 줄어 가격이 많이 올랐다"며 "사람들이 사과를 구입하고 싶어도 비싼 가격 때문에 포기하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곳에서 2년째 과일을 판매하는 한 젊은 상인 역시 사과 판매량이 급감한 것을 실감하고 있다. 이 상인은 "지난해 여름에는 1만원에 10개를 팔았는데 지금은 5~7개를 팔고 있지만 그마저도 손님들이 외면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손님들이 전통시장보다 저렴할 것 같아서 찾았다는 대형마트 과일코너도 한산하긴 마찬가지.

이날 한 대형마트는 사과 5개를 1만 5190원에 할인판매를 하고 있지만 손님들은 구매를 망설이고 있었다.

한참 동안 과일코너를 서성이던 한 손님은 "과일가격이 너무 비싸서 구매할 엄두도 못내겠다"며 "딸이 사과를 좋아하는데 다른 과일을 사다줘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12일 사과 상품 등급 10㎏당 도매가격은 9만 1700원으로 1년 전(4만 1060원)보다 123.3% 올랐다. 지난해 작황 부진으로 산지 저장물량이 지난 2023년 보다 약 30% 감소한 가운데 상품성(품위)이 좋은 사과의 유통물량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농업관측 3월호’ 보고서에선 일조 시간 부족으로 주요 과채류 출하가 감소하고 이에 따라 가격이 작년 같은 달보다 오를 것이라고 진단했다.

장예린 기자 yerinis6834@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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