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 핵심인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으로 '의료대란'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20일 대전의 한 대학병원을 찾은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이경찬 기자 chan8536@cctoday.co.kr
필수의료 핵심인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으로 '의료대란'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20일 대전의 한 대학병원을 찾은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이경찬 기자 chan8536@cctoday.co.kr

[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돌잔치의 하이라이트는 ‘돌잡이’다. 여러 물건을 올리고 아기가 고르게 한다. 아기가 잡은 물건으로 미래를 점친다. 돌잡이 용품은 대개 직관적인 의미를 갖기보다 어떤 바람을 내포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명주실은 ‘커서 실이 된다’라는 뜻이 아니다. ‘가늘고 긴 실처럼 무병장수할 팔자’라는 뜻이다. 붓·서책은 ‘학문에 뜻이 있거나 똑똑한 사람이 될 것’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런 돌잡이 용품 중 요즘 빠지지 않는 것이 있다. ‘청진기’다. 다소 추상적인 다른 물건들과 달리 의사라는 ‘특정 직업’을 나타낸다. 이렇게 돌잡이에도 등장할 만큼 ‘의사’는 선망받는 직업이다. 상위 1% 엘리트 집단으로 분류되며 보통 급여가 높다. 또 사람을 살리기에 존경을 받는다. 그렇기에 아이가 청진기를 잡으면 부모는 ‘싱글벙글’이다.

☞그 부모들이 지금도 웃고 있을진 모르겠다. 현재 의사를 향한 시선은 따갑다. 의사들이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대하며 단체행동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의사들이 병원을 떠나고 있다. 정부가 100개 수련병원을 점검한 결과<20일 기준> 전공의 71%(8816명)가 사직서를 제출했다. 근무지 이탈자는 전공의의 63%(7813명)에 달한다. 의대생들의 ‘동맹 휴학’도 이어지고 있다. 이틀간 휴학 의대생은 8753명에 달한다. 그렇게 우려했던 의료대란이 현실화된 것이다.

☞문제는 환자들이다. ‘빅5 병원’으로 불리는 서울아산병원·서울성모병원·삼성서울병원·서울대병원·세브란스병원만 봐도 상황은 심각하다. 병원들은 수술 30~50%를 취소했다. 진료 취소·연기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환자들의 비명은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 진료가 어려워 암 환자가 퇴원을 한다. 1년 전 예약한 수술이 미뤄지기도 한다. 어떤 부모는 아픈 아이를 데리고 새벽부터 ‘오픈런’을 한다. 더 큰 문제는 이게 시작이란 거다. 남은 의료 인력이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모른다. 아픈 사람을 살렸던 의사들이 되레 사람을 아프게 한다.

☞타협이 필요하다. 정부와 의료계는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서로가 맞는다고만 우기니 끝나지 않는다. 정부는 의대 증원을 놓고 의료계와 충분한 협의를 해야 한다. 일방적이거나 독단적인 방식은 피해야 한다. 또 구체적인 필수의료 정책이 나와야 한다. 의료계 역시 환자를 외면한 이런 난폭한 방식의 대치는 멈춰야 한다. 인구가 줄어드니 의사를 늘리지 않아도 된다는 말은 1차원적이다. 지금도 일부 의사들은 과로하고 있다. 고령화로 늘어날 의료 수요도 생각해야 한다. 반박만 주고받을 때가 아니다. 서로 입장을 헤아려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둘의 싸움에 피해를 보는건 국민이다. 둘의 싸움에 피해를 보는 건 국민이다. 사람 생명보다 더 중요한 건 없다. 절대 아프면 안 되는 세상이 왔다.

김윤주 뉴스플랫폼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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