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대전 헌혈의집 가보니
으능정이·둔산센터 찾은 헌혈자
40여명 중 10대는 불과 2~3명
20대, 군 가산점 등 이유로 참여
“대입 헌혈 인정 축소 이해 안돼”
청소년 헌혈 확대 이끌 제도 必

▲ 대전 서구 헌혈의집 둔산센터. 헌혈 대기자가 4명 있지만 이중 청소년은 없었다. 사진=김중곤 기자

[충청투데이 김중곤·함성곤 기자] "이제는 봉사활동 시간으로 인정되지 않는다고요? 그럼 저 같아도 안 하겠어요."

지난 25일 오후 5시경 대전 중구 헌혈의집 으능정이센터에서 만난 시민 박 모(30대, 여) 씨는 헌혈의 봉사활동 인정 범위가 축소된 현행 대학입시제도에 대해 듣자 이같이 말했다.

2024학년도 대입 개편에 따라 2021년부터 헌혈의집 등 학교 밖에서 이뤄진 헌혈은 대입 목적의 학교생활기록부에 반영되지 않는다.

이 영향으로 헌혈의집을 찾는 고등학생이 급감한 실정이다.

실제 이날 오후 5시까지 으능정이센터에서 헌혈한 시민 45명 중 10대(만 16세 이상)는 단 3명에 불과했다.

변경신 헌혈이집 으능정이센터장은 "청소년이 자주 찾는 으능정이에 위치해 있지만 요즘은 오히려 중장년층이 더 많이 방문한다"며 10대 헌혈자 감소를 체감했다.

고등학생 헌혈자가 실종된 모습은 대전의 대표 번화가인 둔산동에서도 나타났다.

같은날 헌혈의집 둔산센터도 오후 4시경까지 누적 헌혈자 42명 중 2명만 10대였다.

이은숙 헌혈의집 둔산센터장은 "그래도 오늘은 사람이 좀 있다"고 말하긴 했지만, 이날 오후 5시까지 센터에서 만난 헌혈자 10여명은 대부분 20대로 10대는 단 한 명도 없었다.

헌혈자들은 자신 또한 대학 필수 봉사시간, 군 가산점 등을 위해 헌혈을 결정했다며 대입에서 헌혈의 인정 범위를 축소한 것에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둔산센터로 일일봉사를 왔다는 소원상(21) 씨는 "공군 입대에 봉사 가산점이 최대 8점인데 8시간 사회봉사를 해야 얻는 1점이 헌혈 한 번이면 된다"고 강조했다.

대학생이라고 소개한 20대 A씨도 "매학년 봉사 30시간을 채워야 졸업할 수 있는데 헌혈 하면 4시간을 받는다"며 "고등학생 때 안 했던 헌혈을 이제 하게 된 이유"라고 말했다.

대전세종충남혈액원에 따르면 지역 10대 헌혈 실적은 2019년 8만 2475회에서 지난해 4만 9704회로 39.7% 급감했다.

헌혈 주 연령층인 10대의 참여가 끊기면서 지역 전체 헌혈 실적은 같은기간 24만 8777회에서 23만 4603회로 1만 4174회 빠졌다.

헌혈은 조기에 습관을 형성해야 장기적으로 할 수 있고 그 실적이 응급환자에게 투입할 혈액 수급과 직결돼 있다는 점에서, 청소년의 헌혈 확대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변 센터장은 "헌혈은 생명을 살리는 귀한 일인데 해본 사람이 또 한다"며 "청소년이 헌혈을 안 하면 헌혈에 동참하는 인구가 계속 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둔산센터에서 만난 20대 B씨는 "헌혈이 봉사, 기부가 아니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며 "피를 인공적으로 무한히 뽑을 수도 없는데 대입 공정성과 연결해 제한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김중곤 기자·함성곤 수습기자 kgony@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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