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은행, 외국학생에 적금가입 강요
"한국말 서툰 것 악용 실적채우기 급급"

청약통장. 그래픽=김연아 기자
청약통장. 그래픽=김연아 기자

[충청투데이 장예린 기자] "주택청약저축을 가입했다고?"

청주대 재학생 A 씨는 외국인유학생 친구 B 씨와 이야기하던 중 B 씨가 주택청약저축에 가입했다는 얘기에 귀를 의심했다.

유학이 끝나면 고국으로 돌아갈 B 씨에게 주택청약저축은 아무런 쓸모가 없기 때문이다.

충청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B 씨는 지난해 통장에 있는 돈을 출금하지 못해 신한은행을 방문했다.

B 씨가 교내 신한은행에서 입출금 계좌 개설 당시, 가입한 예금상품이 적금이어서 중도인출이 불가능했던 것이다.

B 씨는 "입출금이 가능한 계좌에 돈을 입금했는지 알았는데 적금계좌였다"며 "은행 직원이 권유한 게 주택청약저축인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고 푸념했다.

그는 거듭 "적금을 원하지 않았다"며 "은행 직원이 제가 한국말을 못하는 것을 알고 속인 것 같아 불쾌하다"고 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이와 관련, "외국인들의 편의성을 위해 영업점 재량으로 적금을 통한 한도 상향을 안내하는데, 그 부분에서 청약상품을 설명하기에 한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외국인들의 통역 관련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언어소통이 미흡한 외국인유학생을 대상으로 일부 은행들의 적금 끼워 팔기는 오래 전부터 꾸준히 진행해온 것으로 보인다.

충북대에 다니는 중국인 유학생 C 씨는 "4년 전 교내 농협은행에서 카드를 만들려면 적금을 같이 가입해야 한다고 했다"며 "처음에는 몰라서 가입했지만 나중에 결국 해지했다"고 했다.

몽골인 유학생 D 씨도 같은 경험을 했다. 그는 "하나은행에서 반드시 적금을 들어야 계좌번호를 만들어준다고 했었다"며 "은행원이 한 달에 꼭 100만원을 적금해야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유학생뿐만 아니라 한국말이 서투른 외국인들에게는 은행의 갑질이 더 심한 상황이다.

청주시 봉명동에 거주하는 외국인들 사이에서는 ‘특정 은행, 지점에 가면 OOO직원을 피해야 한다’는 정보까지 돌고 있을 정도다.

본인의 실적 올리기에 급급해 제대로 된 상품설명조차 하지 않고, 적금가입이 의무인 것처럼 소개한다는 것이다.

청주시 외국인주민지원센터 관계자는 센터에 방문하는 외국인들 중에 이 같은 경우가 다수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이 은행에 방문하면 한국말을 못한다는 전제하에 먼저 상품 얘기를 하고 사실상 가입을 강요한다고 한다.

이 센터 관계자는 "외국인 학부모들이 아이들 명의의 스쿨뱅킹계좌를 개설할 때 은행에서 계좌 개설을 위해선 적금가입이 필요하다고 설명하고, 한국어를 잘 못하는 외국인들은 적금개설이 의무사항이라 생각해 가입하게 된다"고 전했다.

장예린 기자 yerinis6834@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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