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는 지난 19일 오후 시청 대회의실에서 ‘천안시체육회 회원종목단체장 간담회’를 가졌다. 사진=이재범 기자
천안시는 지난 19일 오후 시청 대회의실에서 ‘천안시체육회 회원종목단체장 간담회’를 가졌다. 사진=이재범 기자

[충청투데이 이재범 기자] 천안시가 ‘의전 미흡’ 등을 이유로 내년부터 2000만 원 이상 투입되는 생활체육대회의 보조금 집행을 체육회를 거치지 않고 직접 관리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게다가 시는 이러한 큰 틀의 변화를 체육회나 종목단체 등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해 민선 체육회 도입 취지를 무시한 ‘예산 갑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시는 지난 19일 오후 시청 대회의실에서 ‘천안시체육회 회원종목단체장 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에는 축구와 배드민턴, 야구소프트볼, 클라이밍협회 등 종목 단체 관계자 3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간담회의 핵심은 ‘2024년 천안시 생활체육분야 지방보조금 지원 계획’에 대한 안내였다.

이 계획에 따르면 시는 내년부터 2000만 원 이상 생활체육대회의 사업 신청 접수와 보조금 교부, 정산서 제출을 직접 관리한다. 2000만 원 미만의 생활체육대회의 경우 기존처럼 체육회를 통해 신청, 정산하도록 했다.

시는 ‘성과관리제 도입’을 변화의 배경으로 내세웠다. 예산 대비 대회 규모나 참가 인원이 적은 행사가 있었고, ‘의전’이 부족한 행사들이 확인돼 내년부터 시범적으로 직접 관리하겠다는 설명이 붙었다. 그러면서 이달 21일부터 내년 1월 7일까지 사업 신청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현장에 참석한 종목 단체 관계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A 종목 단체 관계자는 “체육회라는 전문 단체가 있는데 왜 굳이 불편하게 하는 것이냐. 체육회와 협의가 된 부분이냐”라고 따져 물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오늘 간담회 한 결과를 체육회에다 ‘시장 방침에 의해서 내년부터는 시범적으로 성과관리제를 운영할 예정’이라고 통보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실제 이날 간담회와 관련해 체육회와의 협의는 전혀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사실상 통보식 간담회 운영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B 종목 관계자는 “간담회라는 자리가 지금 마련됐는데 담당부서에서 저희들에게 이렇게 결정했으니 따라라 하는 통보의 자리이냐? 아니면 의견을 묻는 자리이냐”고 짚었다.

이에 대한 시의 답변은 “일단 이렇게 추진하겠다는 저희 계획을 말씀드린 것이다. 의견을 주시면 반영할 수 있는 건 반영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날 간담회 이후 체육 종목 단체 관계자들의 분위기는 부정적으로 흘러가고 있다. 특히 간담회에서 나온 ‘미흡한 의전’을 두고 여러 말들이 나오는 상황이다.

체육을 정치 예속화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민선 체육회장’ 제도 도입 취지 자체를 부정하는 행정이라는 이유에서다.

지역 체육계의 한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시는 체육회를 독립된 전문기관으로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예산을 주니 말 잘 듣고 따라라’는 것과 뭐가 다르냐”면서 “시의 계획을 일방적으로 강행하면 체육인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재범 기자 news7804@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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