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주년 광복절 특집]
독립유공자 유가족 김원진 옹
아버지 독립운동가 김창도 선생
일평생 바쳐 나라의 독립위해 노력
부친 따라 만주 등서 유년시절 보내
훗날 알았지만 비밀문서·편지 전달
광복절 의미 점차 퇴색… 안타까워
자라나는 미래세대에게 교육해야

▲ 김원진 옹이 충청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아버지인 고 김창도(1897~1967년) 독립운동가의 사진을 보며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송휘헌 기자

[충청투데이 송휘헌 기자] "광복절은 빼앗긴 조국을 되찾기 위해 분연히 독립운동에 투신하신 선열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날이라고 생각합니다."

청주시 서원구에 거주하는 독립유공자 유가족(자녀) 김원진(86) 옹이 제78주년 광복절을 앞둔 11일 충청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이 같이 밝혔다.

김원진 옹의 아버지는 독립운동가인 고 김창도(1897~1967년) 선생이다. 평안남도 대동군 출신인 김창도 선생은 1919년 3월 평양에서 친척집에 유숙하면서 김손 목사와 김장로 등의 지도아래 3·1독립만세시위에 참여했다. 이후 만주로 망명해 독립운동가 김득명과 같이 남만주 독립운동 중심지인 삼원보에서 독립운동 활동을 이어갔다.

김창도 선생은 같은 해 9월 중국 통화현 합니하에 소재한 신흥무관학교에 입교, 군사훈련을 받았다. 그는 1920년부터 1924년까지 안도현에서 태극단의 홍범도 장군 휘하에서 남만주 전투와 북로군정서의 지원전투에 참가했다. 이어 노령 ‘이르크쓰크’의 특별대와 이청천(지청천) 장군의 경호장교로도 활약했다. 김창도 선생은 1927년에는 동명중학교에서 민족교육에 전념하다가 길림지방의 중고등학교 교원으로 초빙돼 교육을 담당하는 등 조국의 독립을 위해 일평생을 바쳤다.

우리 정부는 조국을 위해 헌신하신 김창도 선생의 공훈을 인정, 1990년 건국훈장 애족장을 추서 했다.

김원진 옹은 독립운동가인 부친을 따라 만주 등지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던 것으로 기억했다.

그는 "광복 이전인 7~8세에 심부름을 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며 "아버지는 중국 남향의 한 옷 가게를 특정한 뒤 그 집에서 꼭 옷을 사 입으라고 시켰다. 또 송강으로 가서 아버지가 알려준 집에서 저녁을 얻어먹고 오라고 하셨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기차를 타고 하루 종일 걸려 심부름을 다녀왔는데 새로 산 옷과 신발을 모두 빼앗겨 많이 울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면서 "나중에 안 일이지만 새로 산 신발이나 옷 속에는 독립군들의 비밀문서와 편지 등이 숨겨져 있었다"고 덤덤하게 털어놨다.

그는 또 "송강에서 저녁을 얻어먹은 뒤 음식을 싸준대서 (내가)가지고 간 보자기를 건넸는데 실제 음식을 싼 보따리는 내가 건넸던 보자기가 아니었다"며 "송강에서 음식을 싸 준 보자기 안에는 비밀문서 등이 있었던 것 같다"고도 했다.

김 옹은 부친을 ‘대쪽 같은 분’이라고 추억했다.

그는 "아버지는 ‘대나무’ 같은 분이다. (내가)반액 장학생으로 서라벌예대에 합격을 했는데도 돈이 없어서 못 갔다"고 회상했다.

김 옹은 이어 "18살에 청주에 와서 우암동에 방 한 칸 얻어 동생과 아버지 세 식구가 살았다"면서 "볼펜, 비누 등을 파는 장사를 하면서 어렵게 생계를 이어갔는데 그런 와중에도 남에게 돈은 빌리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는 아버지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자식을 극진하게 위하면서도 청렴했던 그런 아버지다"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김 옹은 광복절의 의미가 점차 퇴색돼가고 있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아이들보다 어른들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어른들이 광복절이 지닌 희생의 정신과 의미를 어린이들에게 교육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옹은 "독립운동가도 일제의 탄압에 갖은 고초를 겪었지만 그 가족들도 제대로 먹지도 입지도 못하고 도망을 다녀야 했던 시절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독립운동가인 아버지 때문에 가족들도 갖은 고생을 했지만 아버지에 대한 원망은 추호도 없다"며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해 고생한 애국지사들을 한 번만 더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송휘헌 기자 hhsong@cctoday.co.kr

장예린 기자 yerinis6834@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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